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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300 포커스]화학·에너지에 쏠린 빚…'투자' SK이터닉스, '방어' 엘앤에프[부채비율]자산집약업종 중심 부채 증가… '상승폭 최고' SK이터닉스, 175%p 급등

고진영 기자공개 2025-09-22 08:18:22

[편집자주]

산업의 사이클을 단면 하나로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적과 현금흐름, 투자규모와 부채 변화를 모두 모으면 역동하는 계절의 바뀜이 보인다. 더벨 SR(서치앤리처치)본부가 코스피·코스닥 우량종목을 묶은 KRX300을 기준으로 시장의 기상을 측정해봤다. 업황의 흐름과 경영의 선택, 시장의 판정이 겹겹이 얽힌 숫자의 오르내림을 해석하고 기업생태계의 중심 이동을 포착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2일 14:3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KRX300 소속 종목의 부채비율을 분석해보면 빚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화학과 전기전자 등 자산집약적 업종에 쏠려 있었다. 차입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론 같지만 사정은 정반대로 갈린다.

한 쪽은 투자와 사업확장에 뒤따르는 공격형 레버리지, 다른 쪽은 현금흐름 부족이 불러온 방어형 레버리지다. 미래에 베팅하는 빚과 생존을 위한 빚이 혼재된 만큼 부채의 성격이나 재무적 전망도 달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레버리지'…SK이터닉스, 효성티앤씨

더벨 SR본부가 올 상반기 KRX300 종목의 부채비율을 일괄 집계한 결과, 상승폭이 가장 높았던 25개 기업 가운데 비금융사가 13곳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화학이 5곳, 2차전지를 포함한 전기·전자가 4곳을 차지했고 소속시장은 코스피 8개, 코스닥 5개로 대형주 비중이 더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인 곳은 SK이터닉스다. 2024년 말 202%에서 2025년 상반기 말 381%로 무려 179%포인트 급등했다. 이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주력인데 SK디앤디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이 떨어져나와 작년 3월 설립됐다.

최근의 부채비율 급증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 단기간 집중된 결과로 짐작된다. SK이터닉스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태양광 발전사업에 총 131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이터닉스의 부채 증가는 폭발적 실적 성장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85% 뛰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된 탓에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순유출(-)로 돌아섰다. 사업을 키우기 위한 선제적 투입이 현금흐름과 부채에 먼저 반영된 전형적인 성장형 레버리지다. 추후 현금 유입에 따른 재무개선이 관건으로 보인다.

효성티앤씨에서도 계획된 부채 확대가 읽힌다.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60%에서 올 상반기 말 214%로 55%p 상승했는데, 이는 상반기 CAPEX(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88% 급증한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투자가 부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늘진 2차전지 소재엘앤에프·성일하이텍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의 직격탄을 맞은 2차전지 기업들도 일제히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양극재기업 엘앤에프는 상반기 부채비율이 462%로, 2024년 말과 비교해 174%포인트 치솟았다. SK이터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이다. 문제는 부채 확대가 실적 악화, 그리고 투자 위축과 동반됐다는 데 있다.

엘앤에프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줄었고 영업현금은 710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CAPEX가 전년 대비 83.6%나 급감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투자를 줄였는데도 부채가 불어난 셈이다.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 마련 보다는 운전자본 부담이나 운영자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생계형 차입’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슷한 흐름을 보인 곳으론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성일하이텍이 있다. 부채비율이 작년 말 202%에서 288%로 85%포인트 상승했지만 CAPEX는 작년 상반기보다 80% 이상 줄었다. 성일하이텍은 3년 연속 영업현금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만성적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곳이다. 현금이 모자란 상황에서 계속된 부채비율 상승은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2차전지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사업을 하는 덕산테코피아 역시 부채비율이 222%에서 269%로 상승한 반면 CAPEX는 81% 감소했다. 3년 연속 영업현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IT 서비스업체인 다우기술의 경우 비금융사 중 3번째로 높은 부채비율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808%였던 부채비율이 올 6월 말 914%로 106%포인트 더 올랐다. 분석대상이 된 기업 중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다. 상반기 매출이 64% 증가하는 등 외형은 성장했으나, 3년 연속 대규모 영업현금 적자를 내면서 현금 창출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시차가 만든 부채비율 KAI…‘선투입·후정산’

사업 특성상 생기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부채비율이 오른 사례도 있었다. 한국항공우주(KAI)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65%에서 올 상반기 432%로 68%포인트 올랐다. 운전자본이 무거운 방위산업의 사업적 성격 영향이 크다.

방산업은 대규모 수주를 기반으로 장기간에 걸쳐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계약 초기 막대한 자금 소요 발생으로 차입금이 늘었다가, 이후 결제대금과 선수금이 유입되면서 다시 줄어드는 모습이 반복된다.

KAI의 경우 상반기 순조달액이 8285억원에 달했고 영업현금도 3년 연속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프로젝트별로 상당한 개발비가 먼저 투입되고 정산을 통해 마진이 회수되는 구조인 데다, 선수금과 계약부채가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만큼 실질적인 재무안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이밖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01%), 메지온(116%), 솔루엠(178%), 서진시스템(183%), 이수스페셜티케미컬(182%) 등은 30~60%포인트씩 부채비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100%를 넘기지 않았다. 또 덕산네오룩스는 39%포인트라는 상승폭에도 불구하고 6월 말 부채비율이 52%에 그쳤다.

시장 관계자는 “성장을 위한 부채 확대는 추후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자본 훼손과 부채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는 방어적 부채 확대의 경우 체력 저하의 신호이기 때문에 증가 원인과 상환 능력을 잘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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