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거버넌스TF]"상법개정, ESG 이슈로 연결…시장 신뢰 강화해야"임훈택 법무법인 바른 기업법무그룹장 "기업 의사결정, 절차적 정당성 확보해야"
김동현 기자공개 2025-09-23 07:21:58
[편집자주]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법률 리스크 요소를 점검하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기업 거버넌스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법조계에서는 전문 조직들이 연속적으로 꾸려지고 있다. theBoard는 주요 로펌마다 신설된 개정 상법 대응 조직을 릴레이 인터뷰하고 그들의 조언을 시장에 전달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8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 주주충실 의무 확대, 감사위원 선·해임 시 '3% 룰'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제도 변화로 재계와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상장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과 이사진이 소송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찾는 기업의 사례도 증가했다.법무법인 바른은 상법 개정 직후 '개정 상법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개정 상법이 불러올 변화가 기업 의사결정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며 기업이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지원한다. 더벨은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임훈택 기업법무그룹장(사진)을 만나 기업에 전하는 조언을 들어봤다.
임 그룹장은 상법 개정이 이사회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TF를 출범하며 기업 지배구조 재정비 프로젝트를 수행한 변호사들과 함께 ESG 담당 팀 전체가 합류하도록 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했다.
임 그룹장은 "상법 개정의 핵심 조항들이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나 행동주의 펀드와 갈등 가능성이 있는 기업, ESG 평가와 글로벌 자본시장의 압박을 받는 기업이 중요한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법무법인 바른은 단기부터 장기까지 수요 기업별로 맞춤형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감사위원 3% 룰과 개정안의 적용으로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기업이 주요 대상이며 중기적으로는 ESG 공시나 글로벌 투자자 대응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받는 기업이 대상이 된다. 장기적으론 인수합병(M&A)이나 지분구조 전환을 추진하며 시장 신뢰 확보까지 고민하는 기업을 염두하고 있다.

임 그룹장은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의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경영진 책임의 확대'라고 전했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며 이사와 임원 개인이 감당할 법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일부 기업은 임원 배상책임보험으로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지도 문의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 그룹장은 "보험은 보완적 장치일 뿐이며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합리적인 정보 수집과 충분한 토론, 절차적 정당성에 기초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며 "기업이 투명성과 합리성을 갖춘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만 확보한다면 기업 의사결정의 경직성이나 위험 회피 현상도 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충실의무의 확대로 기업 M&A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강화할 기회라는 진단이다.
임 그룹장은 "실제 기업들이 묻는 것은 'M&A를 할 수 없느냐'가 아니라 '어떤 절차와 검토 과정을 거쳐야 충실의무를 충족할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며 "충실의무 확대는 기업의 거래를 더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3% 룰에 대응할 방안으로는 우호지분·후보군 관리를 제시했다. 3% 룰은 감사위원 선·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최초 감사위원 선임 주주총회부터 적용된다. 소수주주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는 기업 입장에선 일정 기간 준비한 시간을 벌었다.
임 그룹장은 "이 제도를 단순히 '대주주의 권한 제한'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환경 속에서 우호세력의 기반을 넓히고 주주 커뮤니케이션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으로 묶이지 않는 우호주주 확보, 감사위원 후보군 사전 발굴·검증, 주주 소통 강화 등을 구체적인 대응책으로 들었다.
이러한 방안은 이번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집중투표제에도 적용된다. 집중투표제는 다수 이사를 선출할 때 각 주주에게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줘 특정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소수주주가 집결해 표를 몰아주면 최대주주의 이사회 장악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 그룹장은 이 역시 주주 신뢰 회복과 우호세력 확보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선 결국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유예기간을 둬야 하며 임직원 보상·스톡옵션 재원 등 정당한 목적이 있을 때는 일정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보유·활용을 허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그룹장은 "이러한 장치가 없다면 기업의 과도한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번져 위헌 논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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