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변화, 로펌의 해법은]태광산업 EB 판결에 시선집중…투명성 강화 '한목소리'법원 "개별 주주 금지청구권 도출 안돼"…법조계 "안전장치 구축 노력해야" 주문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23 08:22:52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노무법 변화로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법률 리스크 요소를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법조계도 개정 상법에 특화된 대응 조직을 잇따라 신설하며 기업의 자문 수요에 적극 대응 중이다. theBoard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핵심 이슈별 현안을 살펴보고 제언을 구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법이 연이어 개정되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쌓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시장이 오랜기간 염원해왔던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 운영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최근 태광산업 교환사채(EB) 발행 적법성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유사 사례에 대비하기 위해 먼저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법 개정안 골자는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에도 3% 룰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 확대는 공포와 함께 시행됐고 3% 룰은 1년의 유예기간을 갖고 내년 7월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임시주총, 본격적으로는 2027년 정기주총에서 각종 이슈들이 본격 분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관련 대응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시장 눈길을 끈 건 태광산업 교환사채(EB) 논란을 둘러싼 최근 법원 판단이었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EB를 발행키로 했는데 일반주주인 트러스트자산운용이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곧이어 1차 가처분 대상을 이사에서 회사로 바꿔 추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태광산업은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트러스톤운용이 지적한 내용은 다양했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이 주주의 교환사채 인수권을 침해했고 자사주를 주당 순자산가치 25%에 해당하는 값에 처분하는 것이 배임이며 트러스톤운용 경영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자사주를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태광산업의 EB 발행이 결과적으로 회사뿐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 모두를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주요 쟁점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관련 개별 주주가 회사에 대해 일정한 행위 금지 혹은 방해 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되는지 여부와 주주에게 인정되는 신주인수권과 발행유지청구권 및 무효확인청구권이 유추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로 좁혀졌다. 두 번째 가처분 제기가 상법 개정 직후에 이뤄진 만큼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 내용이 법원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였다.
법원은 트러스톤운용이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이사 충실의무 조항은 이사에게 주주 전체 이익 보호를 요구하는 것이지 개별 주주 요청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일반주주 의견과 다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 경영권 분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신주인수권과 발행무효청구권 및 무효확인청구권은 EB 발행에 적용할 수 없다고도 결론지었다.
태광산업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는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뿐 개별 주주의 요청에 따라 이사가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점은 아니라는 점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근거로 개별 주주가 회사에 대해 금지청구 내지 방해 배제를 할 수 있는 청구권이 도출되지 않는 점을 법원이 확인했다는 데 이번 판결의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상법이 개정되고 이사 충실 의무가 확대되었으니 법원에서 새롭게 판결해주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겠지만 법리적으로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면서 "이사 판단이 회사가 아니라 일반주주에게만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경우 현재 회사에 손해를 끼친 범위 내에서만 유지청구권을 갖는다고 명시한 상법 402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등과 같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정 상법과 현행 법 체계 관계를 문제 삼아 유사 소 제기는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주가 제기할 소에 대비해 이사회 결의를 투명하게 관리할 것을 주문한다. 법무법인 율촌 은성욱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 점검 절차를 강화해 각 분야 자문을 정례화하는 한편 이사회 의사록에 실질적 논의 내용과 대안 검토, 근거를 기록해 사후 방어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사전 방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법무법인 광장 윤용준 변호사는 "상법 개정은 회사 이익과 기존 주주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인데 사실 이사회 대부분 결정은 회사가 직접 손익 주체가 되고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이 크게 유리되지 않는다"라며 "쪼개기 상장과 합병, 소수 축출 등과 같은 부분에서 대표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텐데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를 합법적으로 전개했다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이해상충이 내재된 거래가 절차적으로 불투명하거나 거래 가격의 합리성에 대한 의심이 있는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커졌으므로 계열사 간 합병이나 자본거래처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이해가 다를 수 있는 거래에서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거나 과반수 이상이 포함된 특별위원회가 실질적 권한을 위임받아 외부 자문과 함께 대안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상법 개정에 이어 추가 개정이 국회 문턱을 통과했고 현재는 자사주 소각 의무 내용을 담은 추가 개정안도 논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굵직굵직한 제도들이 빠르게 바뀌면서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바뀌고 있는 제도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도가 안착되고 법원 판례가 쌓이길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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