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선 교촌F&B]측근 요직 배치…수평적 조직구조에 컨트롤 타워 부족⑥공급 불안에 중량 축소·가격 변경으로 '표준화'…시장 눈높이 못 미쳐
안준호 기자공개 2025-10-08 07:54:07
[편집자주]
기업의 리스크 관리는 단발적 사건 대응이 아니라, 누적되는 불확실성을 제어하는 역량으로 좌우된다. 교촌F&B는 한때 '윤리·정도 경영'의 아이콘이었지만 가맹점 갈등과 소송 리스크, 중량 논란까지 작은 균열이 거듭되며 상징성이 흔들리고 있다. 더벨은 교촌F&B가 직면한 구조적 리스크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촌F&B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공격적 가격 전략을 선도한 곳으로 꼽힌다. 배달료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원재료 가격 상승 시기마다 앞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였기에 가능한 전략이다.‘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의 경우 과거보다 부담이 크다. 가격보다 맛을 중시하는 핵심 고객층일수록 중량 감소와 재료 변경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이다. 수급 불안과 배달비 부담 등 근거도 있었지만 변화 과정에서 시장과의 소통이 없었다.
이번 논란에는 보수적 인사 기조와 세분화된 조직 구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원강 회장 복귀 이후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으로 내부 인사를 전진 배치하고 지역별·부문별로 조직도 구분했다. 하지만 조직구조를 모두 수평적으로 재편하면서 브랜딩을 이끌고 시장 눈높이를 맞출 ‘컨트롤 타워’ 역할이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객 충성도 높았던 교촌치킨, 중량 축소에 흔들린 신뢰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앱 주문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매장 내 주문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달 주문에만 가격을 올려 사실상 ‘이중가격제’ 구조가 형성됐다. 매장에서는 2만3000원이지만 배달앱에서는 2만5,000원에 판매되는 식이다.
가격제 변경과 함께 메뉴 구성도 바뀌었다. 순살치킨 메뉴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100% 닭다리살 대신 닭가슴살을 혼합하기로 결정했다. 가격 부담은 물론 수급이 쉽지 않은 닭다리살을 줄이고 안심 부위를 더하는 방식이다. 순살 메뉴 전체를 기존 ‘허니 순살’ 구성에 맞춰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망 안정화와 수익성 방어라는 명분은 있었다. 원재료 수급 불안은 오랫동안 교촌치킨 브랜드를 위협한 고질병으로 꼽혔다. 이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불만 역시 컸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교촌치킨의 신규 출점 규모가 적었던 배경에는 공급 문제 탓도 있다”며 “연초 가맹점주들의 본사 집회가 있었지만 이후로도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인건비·물류비 상승 등 복합 요인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가격 조정이나 메뉴 재편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교촌에프앤비의 경영 기조는 표준화에 방점이 찍혀 있기도 했다. 운영 구조의 경우 지난해 지역별 가맹본부를 본사 직영으로 전환했다. 그간 지역별로 따로 이뤄졌던 가맹점 모집과 지사 운영을 표준화하는 조치였다.
다만 정책 자체의 합리성과 별개로 일방적인 메뉴 변경이 이뤄지며 논란이 커졌다. 사전 고지 없이 변경이 이뤄지며 고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를 더 크게 자극했다는 평가다. 표준화 기조에 따라 사업적 판단을 내렸지만 브랜딩 측면에서의 검토는 부족했던 지점이다.
◇창업주 복귀 후 부문별 체계 도입, 내부 인사 중용 기조
교촌에프앤비는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지난 2022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조직 구조를 재편했다. 5개 사업 부문과 함께 경영조정실을 두고 전문경영인(CEO)과 오너가 함께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도 그룹경영기획실과 함께 각 본부들이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가맹사업본부 중심이던 교촌에프앤비 조직 구조는 2022년 기점으로 부문별 전담 형태로 변화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영업과 지원, 아시아와 미주, 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 기획실로 구분이 이뤄져있다. 그룹경영기획실이 존재하지만 상위 조직은 아니다. 2025년 주주총회 기준으론 사업부문과 커뮤니케이션부문, 경영지원 부문으로 간소화가 이뤄졌지만 본부 형태로 구성이 유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과 함께 만들었던 CEO 체제는 유지되고 있지만 조직과 인적 구성은 크게 바뀐 상태다. 국내 사업과 핵심 부문에는 오랜 기간 재직한 측근들을 주로 기용해 오고 있다. 의사결정 최상단에는 권 회장과 오랜 기간 일해온 인사들이 위치해 있다. 송종화 대표이사 부회장은 물론 초 승진한 이상로·송민규 부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 자금팀을 맡은 권진욱 상무보, 구매자문 역할을 맡은 박종현 상무는 권 회장 친인척으로 알려져 있다. 통합기획실장을 맡은 진상범 상무보 역시 해외 시장과 신사업 파트를 담당했던 내부 인사로 꼽힌다. 이런 인사 기조가 배달료 도입, 메뉴 변경 등 과감한 결정으로 이어졌지만, 소비자와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엔 약점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해외 시장 개척 등 신규 사업의 경우 외부 인사들이 맡고 있다. 글로벌미주사업본부장인 원훈식 상무, 글로벌아시아사업본부장인 박정오 상무 등이다. 디지털혁신본부장인 김홍균 상무도 마찬가지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교촌에프앤비의 지분투자를 받고 합류했다. 신사업본부장인 이윤신 상무 역시 영입 인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교촌에프앤비는 권 회장 복귀 이후로는 내부 인사 기조가 강해진 편”이라며 “과거 배달비 도입, 가격 인상에도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메뉴 변경에 대한 시장 시선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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