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빗썸 오너의 귀환]계열사 대표 취임, 네이버·두나무 연합에 승부수 던졌다[총론]경영권 인수 이후 첫 공식 경영 행보, 시장환경 변화 '적극 대응'
노윤주 기자공개 2025-10-24 10:16:42
[편집자주]
이정훈 빗썸 오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간 내부에서 '감사'라고 불리며 공식 직함을 달지 않았던 그였다. 대외 행사 참여는커녕 그의 이름으로 공식 메세지도 전달된 바 없다. 하지만 올해부터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적분할해 신설된 자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를 선언하면서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속에 이뤄진 일이다. 빗썸은 두 회사의 연합전선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미션을 안게 됐다. 오너 이정훈의 경영 행보를 통해 빗썸의 달라진 전략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3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이사회 의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한다. 자회사 빗썸에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그간의 은둔 행보에서 벗어났다. 빗썸 인수 후 대표는커녕 주요 경영진 직함도 단 적 없던 그의 파격 행보다.타이밍도 예사롭지 않다.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가 갑작스럽게 불거진 상황이다. 가상자산 시장 판도를 흔드는 그야말로 빅이슈다. 2년간 공격적 마케팅으로 점유율 40%까지 끌어올린 빗썸에게는 또 다른 변곡점이다. 일선 경영에 나선 이 대표가 네이버와 두나무 연합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총수 지정 후 지분 과반 확보, 경영권 공고화
이 대표의 경영 복귀는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2023년 지주사인 빗썸홀딩스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그 이듬해 빗썸 이사회에도 합류하려고 했으나 주총 직전 본인이 고사 의사를 밝혔다.
당시에는 사법리스크가 부담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한때 빗썸을 인수하려 했던 김병건 BK그룹 회장과의 공방이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 결과 이 대표의 무죄가 올해 3월 확정됐다.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이 대표의 활동도 보다 자유로워졌다. 오너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는 사기 등 경제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을 시 적격성 요건에 위반된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명운이 달린 문제를 '무죄'로 해결했다.
이후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빗썸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했다. 빗썸 계열사 20곳의 공정자산 규모가 5조2070억원에 달한다는 판단이 근거였다. 이 대표는 빗썸의 총수로 지정됐다. 그간 불투명했던 지배구조가 공식적으로 정리된 셈이다. 빗썸 내부서도 그간의 행보와 달리 총수 지정을 반기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총수 지정 이후 이 대표는 지배구조 정비부터 나섰다. 먼저 자신이 소유한 디에이에이(DAA) 법인을 통해 빗썸파트너스로부터 560억원을 차입했다. 이 돈으로 비덴트에 빗썸홀딩스 지분 콜옵션을 행사했고 209억원에 일부 지분을 취득했다.
덕분에 DAA 지분율은 29.98%에서 34.2%로 늘었다. 단일 최대주주도 비덴트에서 DAA로 바뀌었다. 우호지분 합산 이 대표 측 지분은 54%로 과반을 넘겼다. 기존에는 49.79%로 과반에 조금 못 미쳤었다.
다음 행보는 빗썸에이 대표이사 취임이었다. 지난달 빗썸에이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밑작업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막판까지 직접 참석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달 빗썸에이 등기가 완료되면서 그는 예정대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간의 행보와는 전혀 결이 다른 결정이다. 대외 환경 변화, 리스크 해결 등이 맞물리면서 오너가 일선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알려진다.

◇규모로 승부하는 네이버·업비트, 빗썸 선제 대응 나서야
이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네이버의 결합이라는 변수도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의 월간 이용자 수는 4000만명을 훌쩍 넘긴다. 업비트는 피인수 후 네이버 생태계를 통해 잠재 고객층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는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가맹점 인프라도 활용 가능하다. 가상자산과 실물 경제의 연결 고리가 강화되면 업비트는 이용자 유입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현재도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업비트가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까지 등에 업으면서 빗썸은 빠른 행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늦어지면 추격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점유율도 힘겹게 달성해 온 빗썸이다. 2023년 10월 수수료 무료정책을 시작으로 각종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9%에서 40%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려 뒀다. 앞으로는 거래소 점유율을 지키는 동시에 다음 먹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빗썸에이를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생태계를 넓히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한다.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투자, 파트너십 확장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빗썸에이 대표이지만 그는 빗썸 사업 방향도 직접 결정해 왔다. 스테이블코인과 IPO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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