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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다져온 현대해상의 저력[thebell note]

정태현 기자공개 2025-10-27 12:39:07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3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험을 거듭할수록 깨달은 점은 분명했습니다. 보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입니다."

조용일 전 현대해상 부회장이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사내 인터뷰에서 강조한 경영 철학이다. 그가 그간의 궤적을 뒤돌아보고 꺼낸 단어는 수치가 아닌 신뢰였다. 현대해상의 저력은 사람과 신뢰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다.

순이익, 킥스비율, 보험계약마진(CSM) 등 숫자로 점철된 업계와 사뭇 거리가 느껴지는 태도다. 조 전 부회장은 IFRS17이라는 태풍을 최전선에서 겪으면서도 사람과 신뢰를 쉽게 저버리지 않았다. 당시 단기 성과를 위해 직원들을 내치지 않았다는 그의 설명에는 뒤늦은 안도감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실적 저하로 받을 지탄보다 직원들과 함께 위기를 견뎌냈다는 것에 큰 가치를 뒀기 때문이다.

조 전 부회장이 현대해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되던 건 단순히 30여년의 시간을 거쳐 내부 승진했다는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70년간 지켜온 현대해상의 신뢰 경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에 옮긴 덕분이다. 현대해상은 전신이었던 동방해상 시절부터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했다.

동방해상은 역대급 피해를 낸 태풍 사라호가 상륙했을 당시 선제적으로 재보험을 체결해 둔 덕분에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했다. 구태여 시간과 자금을 들여 업계에 통용되지 않은 재보험을 체결한 건 고객 보호 때문이었다. 1990년대 극동정유 화재 당시 조 전 부회장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영국 런던의 여러 재보험사를 찾아 재보험 계약을 맺자고 간절하게 설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현대해상은 질적 성장을 위해 단기 실적을 희생하는 중이다. 미래 이익을 선반영한 다른 보험사보다 다소 경영 지표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대신 현대해상은 신계약 CSM배수를 높이고 CSM 상각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지급여력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신계약 CSM배수는 업계 1위에 올랐다. 이는 중장기 순익 확대뿐만 아니라 지급여력을 개선하는 데도 일조하는 만큼 고객 보호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들어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내려앉을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그간 위기에 얼마나 대비해 뒀는지에 따라 보험사 간 격차가 상당히 벌어질 전망이다. 현대해상이 묵묵히 추진해 온 질적 성장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해 봄 직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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