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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넥스트 스텝]'스페셜티 명가'…뚜렷하지 않은 '새 먹거리'②타이어고무·라텍스, 수요 늘지만…정책 수혜 끝나도 살아남을까

박성영 기자공개 2025-12-12 07:14:31

[편집자주]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업계 침체 속에서도 유일한 흑자 타이틀을 지키며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론 독야청청하는 듯 보이지만 안으로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쟁사들의 스페셜티 강화 움직임 속에서 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발전과 스페셜티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배구조 리스크도 향후 기업의 발목을 잡을 변수로 거론된다. 더벨은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차례로 짚어보고 '넥스트 스텝'을 향한 과제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5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산업 불경기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사실상 유일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합성고무와 라텍스의 견조한 판매가 있다. 전기차 타이어용 SSBR과 니트릴 장갑의 원료인 NB 라텍스가 실적을 지탱하고 있다.

다만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이 미국의 대중 규제와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정책 사이클이 멈출 경우 회사가 의지할 다음 먹거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이 만든 특수…기로에 선 EV 타이어

합성고무 중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사업 분야는 단연 EV(전기차) 타이어용 SSBR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중량이 300~500kg 가량 무거운 데다가 고토크 특성 탓에 타이어 마모 부담이 크다. 게다가 엔진 소음이 사라지면서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을 잡는 기능이 중요해져 타이어 소재에 변화가 필요해졌다. 금호석유화학이 SSBR에 실리카를 결합한 고성능 타이어가 차기 먹거리로 부상한 배경이다.

금호석유화학의 SSBR 제품의 주요 고객사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3사다. 이들 업체는 각각 중국 충칭.난진.청도 공장을 거점으로 현지 완성차 업체에 신차용(OE)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8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책인 이구환신(낡은 것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 판매가 급성장했고 타이어와 합성고무 수요도 함께 늘어난 구조다.

다만 이 수요는 정책이 만들어낸 측면이 강하다. 중국은 올해 말 이구환신 정책 종료를 예고한 상태다.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세제 혜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EV 판매 속도가 둔화할 경우 SSBR 증설분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는 변수로 남는다. 경기보다는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한 포트폴리오라는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코로나19에 관세까지…겹호재 덕에 성장한 라텍스

라텍스 사업도 구조는 비슷하다. 금호석유화학은 NB 라텍스 시장의 글로벌 1위 공급자다. 올해 울산 공장의 NB 라텍스 생산능력은 94만6000MT에 달한다. 주요 고객사는 세계 최대 장갑 회사 탑글러브(Top Glove)와 말레이시아 탑티어 장갑 업체 하르탈레가(Hartalega)다.

NB라텍스 수요는 코로나19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라는 겹호재 속에서 급성장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의료용 장갑 수요와 판매가가 폭등한 와중 지난해 바이든 정부의 대중 관세 부과가 결정적이었다. 미국이 중국산 장갑과 의료용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말레이시아 장갑 업체들은 미국향 물량을 늘렸고 이 과정에서 NB 라텍스 수요가 급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 공백을 메우며 판매 단가와 공급량을 끌어올렸다.

실제 금호석화 NB라텍스 공장 가동률은 2023년 한때 30%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9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 이후 일시적으로 꺾였던 니트릴 장갑 수요가 유통기한(3~5년)에 따른 교체 수요와 관세 정책이 겹치며 다시 살아난 셈이다. 회사는 2021년 이후 증설을 통해 NB라텍스 생산능력을 연 71만톤에서 94만6000톤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이 역시 미국 관세에 힘입은 특수다. 미국은 내년 중국산 장갑 관세를 100%까지 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10%가 더해질 경우 중국산 장갑의 가격 경쟁력은 더 빠르게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정책 기조가 바뀌거나 규제가 완화될 경우 동남아시아산 장갑의 점유율이나 NB라텍스 수요도 다시 조정될 수밖에 없다.

◇꾸준한 R&D 투자…포스트 고무·라텍스는 ‘아직’


금호석유화학은 타이어 고무와 라텍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집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꾸준히 오름세다. 2021년 575억원 수준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654억원까지 올랐다.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대체할 뚜렷한 새 축은 없다는 점은 문제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연구 과제도 EV 타이어용 SSBR, 배터리 바인더용 SB라텍스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고부가·친환경화를 겨냥한 항목이 대부분이다. 잘하는 사업을 더 잘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이는 여타 경쟁사들이 새로운 스페셜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LG화학은 기존 3대 신성장 동력(친환경 지속가능소재, 혁신신약, 전지소재)에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군을 집어넣어 올해 4대 신성장 동력으로 확대했다. 열가소성수지(ABS), SSBR 등 고부가 제품군의 공급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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