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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집중펀드, 자본시장 발전 촉매제 될 것"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 "신용평가사 적극 참여해야"

윤아영 기자공개 2011-02-23 12:30:36

이 기사는 2011년 02월 23일 12: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집중투자펀드의 활성화가 자본시장의 빅뱅을 이끌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초대형 회사채펀드의 등장으로 편입 자산의 등급별 포트폴리오가 형성돼 하이일드 시장의 자생적 형성, 만기 구조 장기화 등 채권시장의 숙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더벨(thebell)이 주최한 '2011 크레딧 포럼'에서 '회사채집중투자펀드와 신용평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회사채 시장은 일부 우량기업의 채권만 발행·유통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BBB급 이하 비우량사들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1~2년짜리 단기 회사채가 주를 이루는 가벼운 시장이 됐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장기 및 중소기업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회사채집중펀드는 금융위원회에서 장기·고수익채권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적격기관투자자제도(QIB)와 함께 추진하고 핵심 방안이다.

윤 위원은 "회사채집중펀드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후진적인 회사채 시장 관행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궁극적으로 장기 회사채나 투기등급 회사채가 나올 수 있다"면서 "회사채 시장의 질서는 펀드 도입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QIB와 회사채집중펀드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제도적 완비만이 아니라 매수세력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윤 위원은 △합리적인 세제지원 기준변경 △펀드신용평가 활용 △펀드관련 규제 완화 △정부·협회·신용평가·시장의 강력한 정책추진동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QIB와 회사채집중펀드 조성에는 신용평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신용평가사들의 적극적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신평사들이 스스로 외국사례를 연구해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동안 두 제도의 논의 과정에서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단순히 등급만 찍어주는 기관에서 벗어나 회사채 시장의 싱크탱크로 한단계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용평가사가 새로운 신용위험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위원은 "매입채무 등 유동성 리스크가 등급 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야 한다"며 "등급 관리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이하 발표 전문]

지금은 회사채 시장의 르네상스이다.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오던 기업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사채 시장을 통해 조달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동안 은행채 발행잔액이 줄고, 회사채의 발행량 증가와 가격이 좋아지는 쌍끌이 장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는 발행 양극화라는 문제가 있다. 발행 프로세스 상 투자자들이 잘 알 수 있는 기업의 회사채가 선호되고, 잘 모르는 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1~2년짜리의 단기 회사채가 주를 이루는 가벼운 시장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회사채 시장의 존재 이유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서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신용위험을 통제하다 보니, 기업들이 대부분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기업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전체 차입금의 20~30%까지 단기성 차입금 비중을 낮추는 데는 회사채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BB급 이하의 중소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어야 전체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회사채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회사채 시장이 삼단도약을 했다. 하지만 한국은 금융위기가 회사채 시장이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현상에 그쳤다. 은행들이 정상화가 되면서 다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으로 몰릴 수 있다. 이 수요를 회사채 시장이 붙잡기에는 기업들의 장기, 하이리스크를 커버해 줄 수 있는 경쟁력이 없다. 이는 단순히 회사채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의 재무적 안정성이 취약해진다는 문제도 된다.

정부도 이에 대해 고민해왔고, 올해 금융위 정책방향을 통해 답을 제시했다. 이번처럼 정부가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정부의 정책방향을 보면 드디어 정부가 회사채 시장을 제대로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번째로 은행의 무리한 자산확대를 억제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회사채 시장이 도약할 수 있는 시기에 은행과의 관계 때문에 성장이 좌절됐었다.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의 제고도 회사채 시장에 유리한 요소이다. 적격기관투자자제도(QIB)와 회사채집중투자펀드는 회사채 시장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QIB는 1990년 미국에서 도입했던 제도이다. 제도 자체는 간단하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 공시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당시 정크본드시장이 무너질 때 QIB가 도입돼 중소기업 회사채로 투자자 수요를 끌어올 수 있었다. QIB를 통해 중소기업 회사채가 전체 시장의 15%까지 차지했다. 현재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과도한 유동성 리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는데 QIB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중소기업의 자금시장이 막혔을 때 간간이 P-CBO를 통해 지원했지만 임시변통에 불과했다.

QIB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수익 회사채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제도적인 완비만이 아니라 사줄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2007년도에도 고수익고위험펀드를 만들어 1억원까지 5% 분리과세를 줬었다. 하지만 공모보다 사모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1조원을 모으지 못하는 등 성과가 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과거의 틀로는 QIB 시장을 제대로 자리잡게 할 최소한의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고수익 회사채 시장만이 아니라 회사채 시장 전체를 부흥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고수익 회사채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회사채집중투자펀드가 성공하려면 관건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세제지원이다. 2007년 당시 세제지원의 한도를 1억원으로 묶었기 때문에 큰 손들이 들어올 유인이 없었다. 서민 가계의 재산형성을 지원하는 취지에서 1억원 세제 지원은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의 부흥을 위해서는 10억원 정도의 분리과세 혜택이 필요하다. 이 정도 혜택이 없으면 투자자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또 하나는 펀드신용평가이다. 제대로 된 펀드신용평가를 통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펀드 자체의 제약을 풀어야 한다. 현재는 표준여건에 의해 펀드에 하이리스크 채권을 편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펀드 자체의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한 펀드신용평가가 도입되면 포트폴리오 효과로 BB급 채권도 편입할 수 있다.

회사채 리테일 시장은 최소 30조원 이상의 규모이다. 이 회사채 리테일 시장을 회사채집중펀드로 끌어들이고, 기관 투자자 수요 등을 모은다면 회사채집중투자펀드 시장이 5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 대형 펀드가 생기면 펀드 자체가 위력을 가진다. 기업 관련 논란이 있는 이슈에서는 대형 투자자들이 끼어들기 어렵다. 하지만 대형 펀드들은 이런 이슈에도 대기업과 맞서서 투자할 수 있다.

또한 회사채집중투자펀드가 자리를 잡으면 회사채 시장의 또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회사채시장 관행도 상당히 해소되고, 궁극적으로는 장기 회사채라던가 투기등급 회사채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회사채 시장의 질서는 펀드의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진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펀드와 QIB제도의 연결, 증권사,운영사와 협력체계 구축, 펀드 운영의 경직적인 부분 합리화 등이 필요하다. 자본시장통합법의 도입으로 회사채 시장에 대해 증권사와 운용사가 모두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QIB와 화사채집중펀드는 둘 다 신용평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신평사들은 중소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줘야 하고, 펀드신용평가도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안타까운 건 이 두 제도의 논의 과정에서 평가사들이 하는 역할이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외국사례 연구하고,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신용평가사는 단순히 등급만 찍어주는 기관이 아니라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의 허브이자 마지막 보루이다. 이번 기회에 신평사가 단순히 등급만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회사채 시장의 싱크탱크로 한단계 발전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펀드신용평가에서도 평가사들이 한 7년 전부터 논의해왔지만, 규제요소가 무엇인지에만 집중해왔다. 펀드신용평가를 시장 스스로 가치를 찾을 수 있고,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한국 신평사는 신용위험 관련해 너무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회사채 발행절차가 간소화돼 있다보니 투자자들이 신평사의 평가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신용위험이 나왔을 때 좀 더 주체적으로 이슈를 해결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 그러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평가사의 입장이 상당히 애매하다. 최근 한 신평사는 무역금융은 매입채무이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없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하지만 금융위기 때 정부가 무역금융 위험을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것이지 전혀 리스크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사들이 '정부가 지원해주니까 높은 등급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 되야 하는지, '시장을 망가뜨릴뻔 했던 유동성 리스크 관련해 상당히 위험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접근해야하는지는 신평사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줘야 한다.

또한 그동안 은행들은 정부 보호 때문에 시가총액이 달라도 채권시장에서 똑같은 가격에 거래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행간 크래딧이 차별되게 된다, 신평사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준비해야하는데 앞장서지 못하고 있다. 틀이 필요하지만 누군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저하고 있다.

신용등급에 관련해서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같은 등급의 프라이머리CBO의 부도율이 일반적인 투기등급 회사채의 부도율보다 3배가 넘는다. 같은 등급에 이런 큰 차이가 있다면 신평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줄여야 한다.

미공시 ABCP가 전체 CP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과 신평사가 한 회사의 신용등급을 같은 날 같은 등급으로 준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방식은 복수평가의 의의를 변질시킨다. 신평사마다 등급이 나오는 날짜가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다르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적 접근들을 통해서 시장이 신용평가에 대한 신용분석, 기업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업그레이드 될 발판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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