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대적 요구 투영…호황 사이클 장기화" 이호석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 "범용 메모리와 FC-BGA 기판까지 수요 확대"
최은지 기자
2026-01-29 08:17:11
이 기사는 2026년 02월 03일 09:03에 무료로 공개된 기사입니다.
대학 시절 주식 동아리 활동만 4년을 했다. 단지 투자가 재밌어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지도 10년, 장이 열리지 않아 주말이 싫다던 신입은 어느덧 우리자산운용 간판 펀드를 책임지는 대표 매니저가 됐다. 리서치부터 커리어를 쌓아 온 이호석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주식운용2팀 팀장(사진)을 만났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를 반도체 전문 매니저로 분류한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성장주 매니저로 정의한다. 이 매니저는 “정치·경제 등 사회 전반을 폭넓게 살피며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을 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며 “반도체 역시 시대적 요구가 투영된 섹터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성장 산업의 특징은 밸류에이션보다 주가가 먼저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 매니저는 “산업이 성장하다 보면 기업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며 “사이클마다 이런 주도 산업이 존재하는 만큼 장부상 수치에만 매몰돼 기업의 잠재력과 시대적 수요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강세장이 2020년대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공급사들이 코로나 기간 장기 수요 부진을 겪으며 관련 설비 투자를 제때 집행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이번 호황 사이클은 최소 5년 이상 장기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섹터의 확장성도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다. 이 매니저는 “2024년까지는 메모리 중 고대역폭메모리(HBM)만, 기판 중에서는 이수페타시스 같은 고다층 기판(MLB)만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범용 메모리와 FC-BGA 기판까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2024년까지는 AI 학습을 위한 GPU 전용 메모리 HBM 수요가 압도적이었다면 지난해와 올해는 학습된 AI가 실제 추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업용 eSSD(저장장치)와 범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에 기술적 해자가 낮다는 이유로 소외됐던 범용 기판까지 수요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는 “중간 중간 기간 조정은 올 수 있겠으나 추세적인 가격 조정 국면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낙관론의 전제는 철저한 시장 판단이다. 이 매니저는 현재 장세가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구분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인다. 상승장에서는 한발 앞선 산업 분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하락장에서는 밸류에이션 중심의 접근으로 상승장에서 거둔 수익을 지키는 데 힘쓴다.
그가 운용한 WON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 ETF는 432억원으로 시작해 2025년 말 순자산(AUM)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액티브 ETF의 장점을 극대화해 성과를 낸 것이 비결이다. 이 매니저는 종목 편입 시 두 가지 기준을 세우는데 첫 번째는 기술 트렌드다. 2020년 초미세 공정(EUV), 2024년 고대역폭 메모리, 현재의 추론용 범용 메모리로 이어지는 기술 흐름을 선제적으로 포착한다. 두 번째 기준은 밸류체인 내 병목 지점이다. 공급 부족으로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기업을 미리 담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브이엠이다. 이 매니저는 시장의 관심이 낮았던 지난해 초부터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보고 브이엠을 비중 있게 담았다. 그는 “편입 이후 브이엠의 수주 공시가 이어지고 실적이 개선되자 다른 펀드들이 뒤따라 담기 시작했다”며 “한 분기나 반기 앞서 전략 종목을 발굴하는 것이 액티브 매니저로서 수익 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선제적 투자를 위해 그는 매크로 지표 확인과 인하우스 리서치팀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의 경험은 큰 자산이다. 투자자와 기업 사이 허브 역할을 하며 기술과 재무를 종합해 투자 의견을 냈던 경험이 지금의 투자 판단 밑거름이 됐다.
이 매니저는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성장하는 섹터'를 꾸준히 발굴하는 매니저를 꿈꾼다. 그는 “반도체를 맡게 된 것도 성실한 태도와 입사 초 내수 종목 발굴 성과를 회사가 좋게 봐준 덕분”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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