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한국의 공익재단]출범 10년, 정권 바뀌자 사업도 축소[은행계 미소금융재단]각 재단에 500억~700억 출연, 연체 등 부실운영 '복병'

안경주 기자공개 2018-08-20 07:59:0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6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소금융은 이명박 정부에서 '친서민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자랑한 사업이다.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이들에게 자활에 필요한 창업자금, 운영자금 등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Microcredit)으로, 은행의 휴면예금과 기부금을 통해 저소득·저신용계층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금융권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자금을 출연, 2009년 12월 각각의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해 호응했다. 그러나 미소금융재단 출범 10년차를 맞이한 지금, 정권이 바뀌면서 은행들의 관심도 저 너머로 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계 미소금융 재무평가

은행계 미소금융재단은 KB미소금융재단, 신한미소금융재단, 하나미소금융재단, 우리미소금융재단, IBK미소금융재단 등 5곳이다. 이들 미소금융재단은 올해 7월말 기준 5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중은행들이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했다고 하지만 설립 시기와 출연 규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의 팔 비틀기로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계 미소금융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은 신한미소금융재단과 우리미소금융재단으로 2009년 12월9일에 설립됐다. 이후 하루 뒤 KB미소금융재단이, 같은 해 12월22일 IBK미소금융재단이 각각 설립됐다.

하나미소금융재단은 2008년 9월 출범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금융소외계층의 자활·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하나희망재단이 전신이다. 하지만 은행계 미소금융재단이 설립된 것과 비슷한 시점인 2009년 12월10일 재단명과 사업목적을 변경했다.

은행들이 미소금융재단에 출연한 금액도 비슷한다. 신한은행(계열사 포함)만 700억원 가량을 출연했고, 나머지 은행들은 500억원 가량을 출연했다. '미소금융재단'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 듯 사업내용도 비슷하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신용·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운영자금·긴급생계자금 등을 지원한다. 대출한도는 지원 내용에 따라 500만원에서 1억원이고 대출금리는 연 4.5% 이내이며, 최장 5년까지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은행계 미소금융재단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팔 비틀기로 출범했지만 해마다 대출규모를 늘리며 저신용·저소득층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도 변했다. 대출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은행계 미소금융 사업비

은행계 미소금융재단의 2015년 사업비 지출금액은 975억원에 달했지만 2016년 878억원, 2017년 872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IBK미소금융재단의 사업비 지출금액은 2015년 237억원에서 지난해 157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신한미소금융재단, KB미소금융재단, 우리미소금융재단 모두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사업비 지출금액이 줄었다. 그나마 하나미소금융재단의 사업비 지출금액만 114억원에서 175억원으로 늘었다.

미소금융재단의 사업비 지출금액 축소는 저신용·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지원이 줄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재단 운용 주체인 시중은행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미소금융 사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고, 사업에 큰 역점을 두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금융그룹이 출연한 재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을 시행할 신규 재원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소금융재단의 수입 대부분은 대출이자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이자수익이 11억~15억원 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단 운영비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하다. 결국 기부금(출연금)이 없으면 오히려 기존의 재산도 까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미소금융제도의 발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소금융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저금리는 평균 연 8.48%라고 밝혔다. 현재 평균 4.5% 금리의 두 배 수준이다. 최소한 이 정도 금리는 받아야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계 미소금융 자산 추이

그렇다고 은행의 기부금을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약정한 기부금 보다 많은 금액을 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소금융재단은 정책금융 성격이 컸던 만큼 정권이 바뀌면서 힘을 잃는 건 어쩔 수 없다"며 "관련 유인이 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계 미소금융재단의 최근 3년간 기부금 내역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매년 미소금융재단별로 받은 기부금액이 1억원이 채 안된다. 이마저도 대부분 현물기부다. 그나마 IBK미소금융재단이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5억원의 기부금을 받았지만 서민금융진흥원(옛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미소금융재단 운영의 또다른 복병은 연체 등 부실대출이다. 현재 미소금융재단의 대출 연체율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5~6% 수준이다. 2013년 연체율이 8.6%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해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높다. 또 지난해 은행계 미소금융재단이 대출 회수가 불확실하다고 판단, 대손상각비로 처리한 금액도 66억원에 달한다. 우리미소금융재단 2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미소금융재단 16억원, IBK미소금융재단 11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