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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장기CP 봇물' 수요예측 피했나 [Market Watch]계열사 5곳 6700억 발행,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는 이행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31 08:27:35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8일 19: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장기CP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상반기까지 장기CP를 발행한 계열사가 2곳에 그쳤지만 7월 이후 3곳이 또 추가됐다. 그룹 단위로 장기CP를 조달하는 곳은 롯데그룹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행보다. 장기CP는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와 같아 자본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융당국의 눈초리도 곱지 않아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롯데그룹이 장기CP 조달에 힘쓰는 것은 공모채 등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CP를 발행한 계열사 상당수가 유통부문에 포진해 있다. 유통부문은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롯데하이마트까지 장기CP 대열 합류


롯데하이마트가 처음으로 장기CP를 발행하기로 했다. 액면금액은 50억원, 수량은 20매로 모두 1000억원 규모다. 발행일은 8월 6일이며 만기는 2022년 8월 5일까지, 딱 2년이다. 사실상 2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목할 점은 금리다. 롯데하이마트의 장기CP 할인율은 1.864%다. 23일 기준 민간채권평가 회사 4사(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NICE피앤아이, FN자산평가)가 제공한 롯데하이마트의 2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개별민평에서 25bp를 더한 수준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금리 측면에서 장기CP를 발행하는 것이 공모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유리했다”며 “공모채는 6월에 한 번 조달했기에 수요예측을 또 진행하기는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로써 올 들어 장기CP를 발행한 롯데그룹 계열사는 모두 5곳이다. 발행규모만 모두 6700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장기CP는 2조7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 계열사 비중은 30%가 넘는다.

상반기 장기CP를 발행한 계열사는 롯데알미늄과 롯데지알에스다. 7월 이후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하이마트까지 가세했다. 올 들어 그룹 계열사가 2곳 이상 장기CP를 찍은 곳은 롯데그룹이 유일하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과거에도 롯데지주 등 일부가 장기CP를 발행하긴 했지만 그룹 계열사들이 우르르 동참하지는 않았다. 이는 다른 그룹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공모채에 부담? 금리 메리트도

롯데그룹이 공모채 등 회사채 시장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CP를 새로 발행한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하이마트 모두 올해 공모채를 발행했다. 호텔롯데는 2월 40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5월에도 3000억원, 롯데쇼핑은 4월 3500억원, 롯데하이마트는 6월 2000억원 등이다.

세 곳 모두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우량한 편이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데다 투자심리가 지난해만큼 우호적이지도 않다. 이에 따라 수요예측을 다시 진행해가며 수천억원 규모로 공모채를 또 발행하기에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CP 금리는 일반적으로 동일 만기의 회사채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더욱이 호텔롯데의 장기CP와 만기가 비슷한 2년 6개월물 회사채의 개별민평 금리는 5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올랐다.

5월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을 때도 공모희망금리밴드 최상단에서 가산금리가 확정된 만큼 7월 투자심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직전 수요예측 당시보다 개별민평 금리가 오른 것은 롯데쇼핑도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는 6월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년물을 2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당시 확정가산금리는 공모희망금리밴드의 최상단인 60bp로 결정됐다. 대표주관사를 4곳이나 선정하며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2달 만에 공모채를 또 발행했을 때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롯데그룹 계열사에게 장기CP 발행을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모채 시장이 불안정하고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예측을 피할 수 있다면 금리가 소폭 높더라도 장기CP 발행유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장기CP를 발행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장기CP를 발행한 기업 상당수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매제한 조건 등을 달아 규제를 피했다.

장기CP는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와 같아 자본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증권신고서까지 없을 경우 정보 비대칭성 등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하기가 어려워지는데 그나마 이런 점은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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