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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당긴 방아쇠, 이베이코리아 매각 '깜짝 흥행' '롯데·신세계' 유통공룡 입질, 이커머스 트렌드 '생존본능' 완주 여부 관심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04 14:45:5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4일 14: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몇 사모투자펀드운용사(PE) 외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전이 의외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년간 관심없다고 선을 그었던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유통공룡들이 갑자기 인수전에 등판한데 따른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막 개시될 당시만 해도 미지근 했던 분위기가 이달 들어 반전했다.

트리거(Trigger)는 쿠팡의 미국시장 상장이다. 한국 상위권 플랫폼이라는 입지로 미국시장에서 60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 주목했다. 더욱이 쿠팡이 수조원을 조달해 공격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대형 유통사들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가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온 건 올해 1월이다. 미국에 있는 본사 이베이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사업에 대해 전략적 검토를 개시했다고 밝히면서 우회적인 매각 속내를 드러냈다.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행동주의펀드인 엘리엇으로부터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을 요구받고 있는 이베이로서는 한국사업 철수를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각이 공식선언 된 게 최근일 뿐 사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돌았다. 이베이 측이 한국사업에서의 엑시트를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지만 적당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을 지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주요 유통기업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이베이코리아를 매물로서 검토하고 시너지까지 따져봤다. 매물가격도 매각설 초창기부터 조단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수년 전만해도 지금보다 낮은 2조~3조원 정도로 추산됐기 때문에 부담도 적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원매자를 찾기 어려웠다. 워낙 보수적인 유통시장에서 조단위 빅딜이 거래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대형 유통사들도 마땅한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커머스라는 사업 구조에 대해 회의론도 만만찮았다. 업계 상위사업자인 쿠팡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던 것이 배경이 됐다.

플랫폼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다. '수익' 중심의 시각이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십조의 거래대금이 영업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커머스, 나아가 플랫폼 사업에 대한 가치평가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분위기가 갑자기 급변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공식화 된 올초까지만 해도 원매자는 일부 PE나 작은 이커머스 사업자 한두곳 정도에 국한됐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등 유통강자들 역시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손사레를 쳤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전에 대한 시각이 반전된 계기는 쿠팡의 기업공개다. 2월 말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을 공식화했다. 미국시장에서 기업가치만 60조원에 달하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괜찮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당한 가치로 평가받는다는 점에 유통사들은 기존과는 다른 판단을 하게 됐다.

더욱이 쿠팡이 최소 4조원 이상의 공모자금을 들여와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서게 된다면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생존이 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오픈마켓 1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를 등에 업고 몸집을 키워야 할 유인이 생긴 셈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역시 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이커머스를 키워야 할 명분이 있다. 오프라인 점포만으로 더이상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소비 패러다임이 이미 상당부분 플랫폼으로 이동한 데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쓱닷컴과 롯데온 모두 수장이 변경되며 전략의 전환을 추진하는 출발점에 서있다. 쿠팡과 비견할 정도의 거래대금 20조원을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라는 이베이코리아의 강점은 충분히 구미를 당길 매력요인이 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통공룡들간 복잡한 셈법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통강자들의 인수검토를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유통업계서는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기반인 셀러(Seller)의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설(說)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베이코리아의 가치가 5조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금여력상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일 것이란 지적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알려질 정도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을 드러낸 건 쿠팡 또는 유통강자 서로를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쿠팡이 4조원에 달하는 공모자금으로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게 되면 그야말로 유통시장은 쿠팡이 장악하게 된다. 한번도 공식화 한 적은 없지만 잠재 인수 후보자로 쿠팡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이를 견제해야 할 충분한 명분이 생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양사간의 눈치싸움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들 유통강자들이 진정성 있게 참여하는 게 아닌 일종의 페이스메이커로서 매물가치를 높이며 방해작전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제기된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인수검토는 인정하지만 완주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M&A 주관사들이 매물가치를 높이기 위해 영향력 있는 유력기업에 먼저 제안을 넣고 경쟁을 붙이는 구도를 짜는 건 흔한 전략이기도 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이커머스 사업자 전반의 가치가 높아지는 나비효과를 낳았다"며 "연장선에서 이베이코리아를 눈독 들이는 사업자들이 늘어났고 견제 차원에서 경쟁심리가 발동하면서 인수전에 매진하는 듯한 양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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