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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퍼스트 무버 선언]수소사회 박차 계기된 코로나 19⑥자체개발 수소연료전지 이-보기, 기후위기 해결·물류 혁신 '마중물'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14 11:02:24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 안녕을 고한다. 경쟁사보다 5~10년 이른 전동화·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차·수소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미래차 시대를 앞장서 여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재무, 풀어야하는 숙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08: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4월 한 장의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인도 북부 펀자브주에서 찍은 히말라야 산맥의 모습이다. 약 150㎞나 떨어진 곳에서 셔터를 눌렀지만 눈 덮인 산맥의 모습이 선명히 카메라에 담겼다. 미국 CNN은 이 지역에서 육안으로 히말라야 설산을 볼 수 있게 된 건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자 전국민 대상 자가격리를 실시한 지 보름만의 일이다. 비슷한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동이 제한되고 공장과 사무실,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며 대기질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예상치 못했던 지점에서 코로나19의 순기능이 발현된 셈이다. 시각을 달리해야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에 무릎을 쳤다. 그리고 평소 잊고 지냈던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관점에선 '인류가 바이러스'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몰 몽크스 레스터대 대기오염학 교수는 "미래에 저탄소경제를 실현할 때 겪을 일들을 지금 미리 체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물류 비효율 '부각', 해결책 고민

현대차에서 디자인담당을 맡고 있는 이상엽 전무(사진)는 최근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자리였다.

그는 "지난해 몇몇 국가들이 완전 록다운되며 이동권이 제한됐었지만 동시에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 지구가 스스로 회복하려는 징후들을 봤다"며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생각과 접근법을 달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 시스템에 정체가 발생하며 오랫동안 방치돼 온 '비효율'이 표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대상에 물류를 포함시킨 배경을 덧붙였다. "자동차부터 철강, 건설, 철도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혁신기술을 빠르게 적용, 변화를 이끌어가기에 좋은 여건을 갖췄다"는 이유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바로 수소연료전지 '이-보기(e-Bogie)'다. 자세히 뜯어보면 기후위기 극복과 물류 혁신 방안이 모두 담겨 있다. 수소대중화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트레일러 드론(왼쪽)과 이-보기 모빌리티. <사진=현대차그룹>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돼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이-보기는 콘테이너 트레일러와 결합해 화물을 운송한다. '트레일러 드론'은 2대의 이-보기 위에 트레일러가 얹혀져 있는 형태로 현대차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미래 장거리물류를 위한 신개념 운송 모빌리티다. 로봇과 연료전지, 트레일러,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모두 투입됐다.

일반 트레일러보다 좁은 반경에서 회전이 가능해 물류 효율성을 높인다는 특징이 있다. 여러대의 트레일러 드론과 한대의 이-보기가 함께 운행될 경우 마치 '도로위의 기차'처럼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보기는 트레일러와 떼어낼 경우 화물운송과 건설, 소방,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 사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이 "이-보기는 자동차보다 스마트한 로봇에 더 가깝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내연기관→전동화' 전환, 고정관념 탈피 계기

이-보기 모빌리티는 현대차그룹이 '악재'를 긍정적으로 순화시켜 미래사업에 적용한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를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재료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다.

차질이 빚어진 물류시스템을 단순히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수소와 연결지어 해결방안을 고민했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전환되고 있는 것처럼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현상을 바라본 결과로 풀이된다.

1년 반이 넘도록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는 현대차그룹을 피해가지 않았다. 지난해 가파른 확산세가 이어지며 일부 공장에서 셧다운을 단행했고 협력사를 포함한 직원의 감염으로 부품 공급 지연 등도 불가피했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줄어든 신차 수요는 자연스레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쪼그라든 신차 판매량은 매출과 수익성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확산 초반이던 작년 2분기 영업익은 590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377억원) 대비 52.3% 급감했다.


이후 수차례 재확산이 반복되며 아직 완전히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까지 겹치며 올 1월부터 8월까지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49만6985대로 전년 동기(46만1994대)보다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들어 글로벌 판매량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점이다. 지난해엔 연간 판매량이 295만5660대에 그치며 직전년(368만3686대)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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