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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구루의 품격 [thebell desk]

김일문 자산관리부장공개 2022-07-05 10:38:56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4일 07: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당하고도 뜬금없는 등장이다. 자산 가치가 순식간에 박살나고 모든 투자자들이 시름에 잠겨있는 이 시점에 한때 '투자의 대가'라 불리며 칭송을 받았던 존리 대표가 불편한 의혹에 휩싸이며 다시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존리 대표는 부인 명의로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 금융상품에 메리츠자산운용 펀드의 돈을 넣어 차명·이해관계자 투자 의혹을 받아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다. 불과 몇년 전 '주린이들의 구루(Guru)'로 불리며 주식 열풍을 이끌었던 인물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증시 침체기 차명투자 의혹이라니. 그저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존리 대표는 대중의 추앙을 받을 만큼 대단한 성과를 일군 인물도 아니었다. 비교적 오랜 기간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도 없다. 그가 동학개미 운동의 선봉장이 됐을 때 여의도 증권가에서 갸우뚱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존리 대표가 투자의 대가라는 이미지를 쌓아올린 것은 그의 의도와는 무관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과거부터 언론 인터뷰 때마다 "커피값 아껴서 주식사라"는 주식투자 예찬론자였다. 전문가의 통찰력과 식견이 담겼다기 보다는 자산운용사 대표로서 해봄직한 말들이다. 마치 의사가 사람들에게 평소 건강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는 것 만큼이나 직업상 지극히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존리라는 인물은 전 국민이 주식투자와 대박의 단꿈에 흠뻑 취한 시기를 틈타 스타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미디어가 창조한 하나의 이미지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그래서 '주식=존리'라는 등식이 성립됐고 주식 초보들의 선각자이자 등불이 됐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러한 허상의 이미지에 본인 스스로를 투영시켜 자산운용사 대표로서의 역할보다는 개인 '존리'를 더 많이 부각시켰다는 사실이다. 증시 활황기 썼던 수많은 투자 관련 서적과 강연이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자의건 타의건 주식투자의 선봉장이었던 그가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는 영 마뜩잖다. 존리 대표는 이번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펀드에 손실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수익률이 양호하니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온당치 않다는 말로 들린다. 도덕성과 책임감을 의심케 만드는 발언이다.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교통 법규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어찌됐건 논란이 증폭되자 빠르게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메리츠금융그룹도 새로운 대표를 선임했다. 그러나 한때 주식의 대부로 추켜세우던 스타의 씁쓸한 퇴장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어찌보면 늘상 주식을 사라고만 외치던 그를 대중이 먼저 일찌감치 외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선각자는 어두운 터널에서 길을 찾아줘야 마땅하지만 주식시장이 꺾임과 동시에 어디에서도 그를 찾아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 암흑기 주린이들의 구원자는 언제쯤 나타날까. "돌격 앞으로"보다는 퇴각과 방어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 품격을 갖춘 진정한 구루의 등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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