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OLED TV 경쟁]왜 LG는 '올레드', 삼성은 '오엘이디'로 부르나⑥브랜딩 전략 차별화…LG전자 한글음역 선점, TV 주변기기 상표 배타권 획득
손현지 기자공개 2023-03-20 11:43:20
[편집자주]
국내 TV 생산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한치의 양보도 없는 OLED 경쟁이 시작됐다. LG는 10년전부터 쌓아온 내공을 주무기로 삼고, 후발주자인 삼성은 세계 1위 TV 저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3년 양사 OLED TV 전략의 특장점과 차이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에 출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명칭을 보면 의문점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LG전자는 자사 제품을 '올레드'라고 부르는 반면 삼성은 OLED로 표기하고 영문 철자를 그대로 읽은 '오엘이디'로 발음한다. OLED 선구자인 LG가 읽기편한 '올레드'란 네이밍의 상표권을 선점해버린 것일까.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권을 찾아보면 LG전자는 텔레비전 수신기에 대해선 '올레드'란 단어의 배타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TV리모컨이나 TV용 컴퓨터 응용소프트웨어, 홈씨어터 스피커 등 TV 주변 기기에 대한 상표권 등록만 성공한 상태다.
LG전자의 업력이 삼성에 비해 10년은 더 오래됐다. 일찍부터 좀 더 한글로 발음하기 쉬운 네이밍으로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다보니 관용적으로 '올레드=LG'라는 인식이 굳어졌을 뿐이다. 삼성은 LG와는 차별화된 브랜딩 전략을 취하기 위해 올레드란 표기를 지양하고 'OLED'로 표기하고 있다.

◇부르기 쉬운 '올레드' 선점 위한 LG 10년의 노력
전자회사들에게 상표명은 마케팅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과거 삼성이 '아몰레드' 기술을 담은 자사 제품 상표권을 취하려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혁신 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리와 선구자 이미지 취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이기도 하다.
LG전자도 2011년부터 특허청에 수차례 '올레드' 상표권 등록을 시도해왔다. OLED를 한글로 읽은 '올레드'가 철자 그대로 읽은 '오엘이디' 보다 발음하기도 더 편하다 봤다.
주류였던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방식의 OLED 기술을 선도하고 상용화시킨 주역인 만큼 배타적 권리를 취하자 했다. OLED TV를 LG TV 라인업의 메인으로 삼은 만큼 상표권을 등록하면 시장 장악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올레드 이름이 들어간 상표권을 대거 취득했다. 올레드, 스마트올레드, LG SIGNATURE 올레드, 올레드 TV LG 등 여럿 있다.
하지만 정작 '텔레비전 수신기'에 대한 사용 권리는 확보하지 못했다. 올레드가 들어간 상표들은 대부분 TV리모컨, TV용 컴퓨터 응용소프트웨어, 홈씨어터용 스피커 등 TV 주변 기기와 관련된 것들이 대다수였다.

텔레비전 수신기에 대한 상표권도 얻고 싶었지만 번번이 퇴짜 맞았다. 2018년 특허청은 LG전자의 상표 등록 신청안에 대해 "올레드는 OLED를 한글 음역으로 바꾼 것에 불과해 상표법 33조(상표등록의 요건)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건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는 사유로 거절했다.
LG전자는 불복했다. 심판 청구를 두번이나 이어갔음에도 2019년 11월, 2020년 4월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등 다른 세트사들도 OLED TV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올레드란 단어를 LG전자만의 제품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부정했다. 과거 2000년대에도 국내 언론사들이 OLED를 지칭하는 올레드란 표현을 사용해왔다는 점도 판단 근거였다.
이후 LG전자는 상고하지 안고 2018년 1월' 등록 완료된 '올레드TV LG', '올레드TV LG SIGNATURE' 등의 상표를 우회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미 'LG 올레드' 등 주변기기로는 상표권을 확보한 상태라 관련 표기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 OLED 포지셔닝…'네오QLED 보다 아래'
TV 제품 중 올레드는 상표권 등록이 돼 있지 않아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은 올레드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2019년 컴퓨터소프트웨어, 텔레비전 수신기 등 OLED 상표권을 등록할 때도 'OLED TV'를 등록했다. 작년에는 디지털샤이니지 등 관련 기기에 대해 OLED Provided by Samsung 상표를 등록했다.
이런 네이밍 전략은 한종희 삼성 부회장과 연관이 깊다. 그간 LG전자의 OLED 제품들에서 발생하는 번인 현상 등을 지적하며 LCD TV만을 고집해왔던 그다. 삼성의 QLED 기술력이 LG의 OLED 비해 훨씬 뛰어나다는 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는데, 이제와서 OLED TV를 내세우면 기존 마케팅 전략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LG와 겹치지 않는 선에서 마케팅을 하려는 의도가 짙다.


삼성과 LG는 과거부터 네이밍 전략을 둔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딩할 때 더 앞선 기술력을 지닌 TV 패널 제조사로 연상하게 하려면 특정 기술을 선점해야 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QLED는 QD 기술을 강조하며 OLED를 연상케 한다. QLED는 LCD 패널에 QD 필름을 입힌 형태로 원리는 OLED와 다르지만 소비자 인식을 선점하는 효과를 얻었던 것이다.
LG전자는 앞글자가 다른 QLED 네이밍을 저격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LED TV는 컬러를 만들기 위해 백라이트가 필요합니다. LG올레드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 컬러를 만듭니다.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흉내낼 수 없습니다. 앞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니까요."
◇'삼성 vs LG', 숙명의 대결 OLED로 이어간다
TV 양대산맥 삼성과 LG의 대결은 OLED가 이어받을 전망이다.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OLED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약 14% 성장한 총 74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로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분야다.
LG는 OLED 시장의 파이오니아, 원조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데 사활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한해 LG 올레드 TV의 누적 출하량은 382만4000대다. 전체 OLED TV 시장의 60%를 점유하며 1위를 고수했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OLED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라인을 둘러보며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캐파(생산능력)를 현재 월 3만장 수준에서 오는 2024년까지 월 4만5000장으로 26.5% 이상 늘린다. 세트회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QD-OLED TV 생산 목표량을 100만대에서 130만대로 높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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