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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글로벌 투자 리포트]"에이티넘 '벤처투자 DNA' 동남아에 이식"③나민형 싱가포르 지사장 "현지 네트워크 확장 집중, 초대형펀드 10~15% 투자"

이효범 기자공개 2023-06-09 08:20:48

[편집자주]

국내 벤처캐피탈(VC)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유행 이후 주춤했던 글로벌 투자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국내 VC들은 해외법인을 통한 진출뿐만 아니라 현지 투자회사와 협업를 통해 딜(deal)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벨은 국내 VC들의 해외 투자 현황과 성과, 키맨, 전략 등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동남아 지역 투자 전진기지로 싱가포르 지사를 만들었다. 아직까지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까지 이뤄진 사례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앞으로 활발한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예열 중이다.

싱가포르 지사는 특히 현지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이름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점차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국내에서 결성될 초대형 펀드의 동남아 투자를 주도할 계획이다.

◇"성장하는 동남아 벤처 시장, 국내 시장과 발전궤적 유사"

나민형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 지사장(이사·사진)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국내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같은 DNA를 동남아 지역에 잘 이식해 나가면서 한국 VC들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022년초 동남아 지역 투자 확대를 위해 네이버에서 동남아 투자를 총괄하던 인력을 영입했는데 그 인물이 나 지사장이다. 이후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 중에서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다.

나 지사장은 "동남아시아 전체 벤처 투자 규모는 25조원 수준으로 국내 시장 대비 큰 규모"라며 "글로벌 톱티어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발전 형태가 종합 커머스, 승차 공유와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버티컬 커머스, 핀테크, B2B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으로 국내 벤처 시장의 발전 궤적과 유사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결성할 경우 10~15%에 해당하는 자금을 동남아에 투입할 계획이다. 단순 계산으로 800억~1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해외투자 규모는 247억원이다. 통상 펀드 결성 이후 5년 내 투자금을 모두 소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 결성하는 펀드를 통해 동남아에 적잖은 투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셈이다.

나 지사장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갖고 있는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 시장의 성공 사례들을 적극 참고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거점을 통해 확보하고 습득한 현지 시장과 고객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융합해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하기에 앞서 2017년부터 동남아 지역 톱티어 VC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해왔다. 버텍스벤처스(Vertex Ventures)와 오픈스페이스벤처스(Openspace Ventures)가 각각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LP로서 인연을 맺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펀드는 주로 시리즈A를 전후하는 얼리 스테이지에 투자한다. 이 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 가운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후기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를 단행해왔다.

나 지사장은 "그랩과 같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동남아 지역 전체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을 위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며 "동남아 중에서도 주력할만한 국가는 인도네시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포트폴리오 업체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과 동남아 포트폴리오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나 국내 업체들과의 협업도 양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펀드 역군, 에이티넘 동남아 투자 첨병으로

나 지사장은 대형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국부펀드, 사모펀드(PE)를 거친 투자 전문가다. 그는 푸르덴셜자산운용(현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투자공사에 신입으로 다시 입사했다가 자베즈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겨 사모펀드(PEF) 업무를 경험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화제를 모은 알파고를 지켜보면서 AI(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MBA를 준비해오다 우연찮게 네이버의 투자팀 공고를 접하게 되면서 그의 커리어도 확 바뀌었다. 채용에 합격하면서 M&A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와 달리 투자 업무로 배정됐다. 네이버에서 그의 첫 투자 포트폴리오는 인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벤처기업 '사븐(Saavn)'이다. 32억원을 투자해 엑시트까지 완료했다.

2018년부터 동남아 지역 투자 업무를 맡게 되면서 현지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네이버는 미래에셋금융그룹과 함께 각각 5000억원을 출자하는 형태로 1조원 펀드(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펀드)를 결성했다. 이 펀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심의 아시아 지역 투자를 목적으로 했다. 나 지사장은 네이버 측 담당자로서 펀드 결성부터 운용까지 관여했다. 그러다 한국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하는데 한계를 느끼면서 2019년 8월부터 네이버 싱가포르 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가운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수년전부터 해외투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두고 동남아 투자 확대를 구상했다. 국내 VC들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입하기는 수월한 편이다. 2021년 싱가포르에서 거점을 맡아 투자업무를 수행할 인물로 나 지사장을 영입하면서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나 지사장은 "동남아 시장은 6억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한 거대 시장이며, 연령 중위값 32세, 4억5000만명의 인터넷 인구를 기반으로 초고성장세를 지속 중"이라며 "현재 조성중인 신규 펀드 결성이 완료되면 펀드 전체 규모의 약 10~15%를 동남아 지역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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