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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광고 놀이터 ETF]편당 2000만원 호가…유튜브 '불여일견' 전략②운용사 의무 조항 없어, 사실상 규제 어려워

윤기쁨 기자공개 2023-11-15 08:15:48

[편집자주]

ETF(상장지수펀드)가 고사 위기에 처한 공모펀드 시장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돈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품 개발보다는 마케팅에 더 치중하는 모습들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더벨은 3편에 거쳐 ETF 마케팅 현주소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커질수록 점유율은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고 있다. 유명 배우나 스포츠 선수를 전속 모델로 기용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TV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광고 방식도 바뀌고 있다. 연예인보다는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투자 상품을 홍보하는 이른바 '앞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층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클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과열되면서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수의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운용사의 ETF를 지정해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현행법상 금융투자상품 광고는 일정 조건을 갖춘 금융회사 임직원만 가능하고 일반인은 금지돼 있다.


◇행사장 섭외부터 전담 대행사 계약까지, 치열한 '그들만의 리그'

자산운용사들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온·오프라인에서 고루 활용되고 있다. 크게 △콘텐츠 제작 △행사장 섭외로 나뉜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이를 위한 목적으로 연간 기준 약 수억원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사 유튜브를 운영하는 드는 비용보다는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는데 드는 판관비가 더 많이 드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만연하게 퍼져있는 앞광고 콘텐츠는 주로 유튜버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평균 10만명 이상부터 100만명의 구독자 보유한 금융 전문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다. 구독자나 평균 조회수 등 객관적 지표로 단가가 정해진다. 이들이 영상 속에 상품을 언급하는 단순 홍보만으로도 편당 500만원에서 2000만원의 거래가 이뤄진다.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유튜버들과는 별도의 가격 협상도 진행한다.

네이버 파워블로거들은 하루 방문자 수가 1000명 이상인 경제 분야 인플루언서들이 담당한다. 테마형 ETF나 유망 업종과 산업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특정 상품을 노출하는 식이다. 자산운용사가 제공한 내용을 편집하거나 자체적인 기획을 통해 게재하고 있다. 주로 일주일에 1~2회, 한달에 일정 횟수 이상 올리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게시글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워블로거는 검색시 상단에 노출되기 때문에 홍보에 유리하다.

ETF 관련 행사에 유명인들을 직접 섭외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상장하기 전 진행하는 세미나에 애널리스트와 함께 불러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SNS 만큼 파급력은 없지만 출시 전 상품 이미지 브랜딩과 신뢰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의도다.

한편 이를 전담으로 하는 바이럴 대행사도 등장했다. 자산운용사에 유튜버와 파워블로거 명단을 제공하거나 중개하고 혹은 ETF 관련 콘텐츠를 작성하고 게시글도 공유한다. 일부 기업들은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사 자율에 맡길뿐..."사실상 규제 어려워"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사람은 금융상품과 관련된 광고를 할 수 없다. 인플루언서가 광고할 수 있는 영역은 자산운용사가 개최하는 단순 이벤트나 M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 등 업무 관련 내용에 한정된다. 한국금융투자협회도 내부 규정에 후기나 이벤트가 아닌 특정 상품에 대한 광고 금지를 명백히 명시하고 있다.

금융 지식이 풍부한 유명인이 게시물에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적고 상품명을 언급하는 것도 안된다. 금융상품은 투자 판단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일정 조건을 갖춘 금융회사(증권사, 자산운용사) 임직원이 직접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어긴다고 해도 처벌할 만한 뾰족한 근거는 없다. 사실상 자산운용사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존하는게 전부다. 징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고 금융 조사 당국이 부당광고 여부를 살펴볼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 퍼져있는 모든 ETF 관련 게시물을 살펴보는데 인력적인 한계 있고, 앞광고인지 자발적인 게시글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실제 최근 금융감독원은 파워블로거가 네이버 블로그에 한 운용사의 특정 ETF 종목을 소개하는 광고글을 올린 사실을 적발했다. 사건 발생 후 금융감독원은 한국금융투자협회에 협조를 요청해 계도 조치를 취했다. 문제가 된 운용사들은 감사실 협조를 통해 광고를 삭제하며 자정 작업에 들어갔다. 협회는 전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 광고와 관련된 유의사항 등을 배포하고 점검에 들어갈 뿐이었다.

사실 운용사들이 어긴 사항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온라인 매체를 통해 금융상품을 광고할 경우 금융투자협회에 사전 심사를 받아야한다. 금융투자협회가 광고 심사를 맡고 있기 때문인데 앞광고를 집행한 상당수는 이를 거치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 규정인 만큼 반드시 따라야할 의무가 없고 위반에 따른 처벌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 사각지대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ETF의 경우 장점으로 거래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상품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들은 모든 투자 위험성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운용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묻지마식 투자 문화를 조성하고 정확한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데 방해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앞광고가 문제라는 걸 알고서도 진행한 운용사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발적으로 자정하는 수밖에 없는데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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