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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광고 놀이터 ETF]우후죽순 쏟아지는 테마, 마케팅 올인 '출혈경쟁'③운용업계 자정만으로 한계, 구조적 개선 필요

윤기쁨 기자공개 2023-11-16 10:44:13

[편집자주]

ETF(상장지수펀드)가 고사 위기에 처한 공모펀드 시장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돈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품 개발보다는 마케팅에 더 치중하는 모습들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더벨은 3편에 거쳐 ETF 마케팅 현주소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도한 ETF(상장지수펀드) 마케팅 경쟁이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용업계는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수 없는 구조가 마케팅 의존도를 키운다는 주장이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793개다. 시장 초기에는 주요 기초지수들을 단순 추종해 수익을 거두는 종목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후 해외주식, 선물, 배당,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가 가능한 상품들이 꾸준히 출시되면서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특히 테마·액티브형이 인기를 끌면서 성장세는 가팔라졌다.

그러나 동일한 콘셉트의 상품이 우후죽순 나오면서 부작용도 발생했다. 차별성과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마케팅을 벌이는데 집중했다. 유튜브, 블로그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정확한 투자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신상품을 홍보하는데 사용됐다. 상품 개발보다는 광고비에 돈을 더 쓰는 등 출혈도 심화되고 있다.


◇특색보다 단기 테마에 집중, 마케팅에 '올인'

ETF는 테마·액티브 상품의 등장과 함께 규모가 급속히 팽창했다. 몇년 전부터 지속된 금리 인상 기조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우려 등 여파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적게 받고, 펀드매니저들의 적극적인 운용으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테마형 액티브 종목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운용사들의 상품 개발 방향도 동시에 바뀌었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산업 비전이나 가치에 집중하기 보다는 당장 이슈가 되거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테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우스를 대표하는 특색있는 종목보다는 유사한 시기 비슷한 상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장에 늦게 진출한 중소형 운용사들은 운용 역량을 내세우기 보다는 테마 상품 라인업들 홍보에 집중했다. 비슷한 테마 종목 대여섯개가 한국거래소에 같은날 동시 상장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났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를 보려는 곳들도 등장했다.

최근 3년간 유행을 끈 테마는 크게 △메타버스(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TIGER 글로벌메타버스액티브, KODEX 미국메타버스나스닥액티브) △신재생에너지(HANARO Fn친환경에너지, TIGER Fn신재생에너지, HANARO Fn친환경에너지) △반도체(HANARO 글로벌반도체TOP10 SOLACTIVE,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등이다.

실제 이들이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모두 다르지만 구성 요소는 대부분 비슷하다. '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TIGER 글로벌메타버스액티브'의 경우 비중만 다를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AMD로 상위 구성 종목들은 유사했다.

차별화를 위해 운용사들이 택한 방법은 마케팅이다. 신규 상품 출시 직전 '업계 최초' 또는 '보수 인하'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거나 유명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주목을 끌었다. 유튜브 광고와 오프라인 세미나를 공격적으로 여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섰다.

다른 운용사가 자사 상품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신경전도 빈번히 벌어졌다. 한국거래소에는 상장일과 상장개수 제한 등과 관련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자정만으로 한계, 근본적 구조 개선돼야"

최근 앞광고 마케팅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금융 조사 당국의 감시망 강화로 운용사들이 자정 작업에 나섰다. 당분간은 출혈 경쟁이 소강 상태에 들어설 예정이지만 근본적으로 구조를 개선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운용업계는 상품 차별화를 막는 제약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한다. ETF의 경우 날마다 포트폴리오와 투자 비중 등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전략이 노출되기 때문에 온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고 타사와 두드러진 경쟁력을 보여주기 힘들다. 이에 상관계수 완화와 PDF(투자종목정보) 지연 공개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상관계수는 기초지수와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현행 규정상 액티브는 상관계수는 0.7(패시브 0.9) 이상을 지켜야한다. 패시브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포트폴리오의 30% 가량을 취사 선택할 수 있어 운용의 묘가 강조된다. 상관계수가 완화될 경우 동일한 테마로 구성 종목이 비슷하더라도 하우스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PDF 공개를 하루에서 며칠 단위로 늘릴 경우 카피캣(모방품)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공모펀드의 경우 한달 간격으로 포트폴리오를 공시하고 있다. 뚜렷한 하우스 색깔을 내기 위해서라도 운용 전략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2019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투자회사법 개정을 통해 액티브 ETF의 PDF 지연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 운용사들의 투자 전략 노출 부담이 줄어들면서 미국에서 신규 상장된 ETF 중 액티브 비중이 53%로 패시브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구조적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끝날 것이란데 의견이 모아진다. 운용사는 광고가 아닌 상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경쟁은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돈뿌리식은 치킨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며 "시장이 커질수록 차별화에 대한 갈증은 커질텐데 운용사들의 자성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바뀌어야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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