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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인사 풍향계]'출신' 말고 '성과' 본다는데…'한일·상업' 균형 깨질까②계파 갈등 봉합 위한 '기계적 균형' 관행…임종룡식 인사로 판도 변화 촉각

최필우 기자공개 2023-11-24 07:20:01

[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1년차가 마무리돼 가면서 첫 연말 인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을 앞두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이번엔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한 '원 포인트' 인사가 유력하다. 임 회장 체제의 키맨으로 꼽히는 인물들의 약진 여부와 신규 영입될 외부 인사 면면도 관심사다. 더벨은 우리금융 인사의 관전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올해 2명의 은행장 최종 후보군을 발표하자 행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두 후보 모두 상업은행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전임 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만큼 이번엔 상업 측에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최종 후보군에 양행 출신을 최소 1명씩 포함시키는 게 관행이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은행장 후보 숏리스트로 인사 철학을 암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 회장은 은행장 선정 과정에서 중시한 성과 중심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정책을 그룹 전반에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출신 은행을 가급적 고려하지 않는 인사로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임 회장의 의지에 따라 그간 계파 갈등 봉합을 위해 맞춰 온 기계적인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임기가 만료되는 10여 명의 부행장급 임원들에 대한 인사에 따라 판도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비한일 포용' 손태승, '성과주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에는 9명의 임원이 임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이중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 이정수 전략부문 상무, 이해광 경영지원부문 본부장, 정규황 감사부문 본부장은 한일 출신이다. 김건호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 박장근 리스크관리부문 상무, 전재화 준법감시인 상무보는 상업 측 인사다.

지주 임원으로 한일 출신 4명, 상업 출신 3명을 기용한 셈이다. 장광익 브랜드부문 부사장과 옥일진 디지털·IT부문 전무는 외부에서 영입됐다.


임 회장의 지주 임원 인사는 전임자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다소 결이 다르다. 손 전 회장은 상업 출신인 박화재 전 사장, 한국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한 전상욱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에게 각각 지주 사업지원총괄, 미래성장총괄을 맡겼다. 본인이 한일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한일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손 전 회장의 인사 기조는 행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박 전 사장과 전 대표 뿐만 아니라 상업 출신인 김정기 전 우리카드 대표,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도 손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재직 기간이 짧긴 했지만 상업 측 대표 주자였던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도 화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임 회장은 손 전 회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 화합을 꾀해야 한다. 그는 경제 관료 출신으로 한일 또는 상업 출신 임원들과 이해관계가 없다. 평소 신뢰가 두터운 후배를 측근으로 기용하거나 상대 계파를 포용하는 식의 인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임 회장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성과주의다. 그는 은행장 선임 때 영업력을 가장 중시한다고 밝혔다. 지주에서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중용했다.

다만 지난 3월 첫 인사에서는 계파 갈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관료 출신 CEO 취임으로 그룹 내 불안감이 고조됐던 터라 갈등 불씨를 키워선 안됐기 때문이다. 결국 임 회장의 의중을 반영하되 한일과 상업 출신 인사를 안분하는 선에서 인사가 이뤄졌다.


◇상업은행으로 무게추 옮겨지나

우리은행에서는 상업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7월 취임하면서 한일에 내준 은행장 자리를 1년 반 만에 되찾았다.

조 행장을 비롯해 이석태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이문석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윤석모 글로벌그룹 부행장, 송현주 자산관리그룹 부행장보,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보, 기동호 IB그룹 부행장보, 김범석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보,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 등 9명이 상업 출신 임원이다.

한일 출신 임원은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 부행장, 고정현 IT그룹 부행장, 성윤제 여신지원그룹 부행장보, 김백수 정보보호그룹 부행장보, 류형진 외환그룹 부행장보, 박구진 준법감시인 부행장보, 조병열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보 등 7명이다. 상업 출신 임원보다 2명 적다.

은행 핵심 업무는 양행 출신에게 고루 분산됐다. 중소기업 영업은 상업의 이석태 부행장이, 대기업 영업은 한일의 강신국 부행장이 맡고 있다. 글로벌그룹은 상업 출신인 윤석모 부행장보가, IT그룹은 한일 출신인 고정현 부행장이 담당한다.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들을 포함해 부행장급 10여명의 임기가 올 연말 일제히 만료되면서 지각 변동이 점쳐진다. 은행장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성과 중심의 인사가 단행되면 특정 은행 출신이 임원진에 대거 포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젠 사내 구성원 중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통합 후 입행한 직원 숫자가 더 많을 것"이라며 "임원 인사를 할 때 출신 은행을 고려하는 관행은 멈출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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