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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변신, 브라이언을 지워라]어깨 무거운 정신아 대표, 인력·사업 쇄신 과제①'사람' 중시하는 가치관, 내부 신임 두터워…거버넌스 통일 작업 집중

노윤주 기자공개 2024-04-22 11:02:56

[편집자주]

카카오가 인적쇄신을 단행하며 새로운 경영진을 꾸렸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김범수 전 의장의 색깔 지우기다. 그간 카카오의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브라이언(김 의장 영문명)'이었다. 창업주 측근 중심으로 본사와 그룹사 경영진을 꾸려 '회전문 인사'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그 관례를 끊으려는 시도에 나선 상황이다. '비 브라이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다수 등용한 것이다. 그룹 위기 속 쇄신과 혁신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새 얼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6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대학교, 삼성 SDS, 한게임, NHN. 다양한 키워드이지만 '카카오 인사 선임 공식'이란 공통점으로 한데 묶을 수 있다. 역대 카카오 CEO들은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동문 혹은 같은 직장을 거친 인물들이었다.

2006년 세워진 아이위랩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올해 18주년을 맞았다. 이 시점에 다다라서야 전통 인사 공식의 재정립이 이뤄지게 됐다. 김 위원장 측근으로 그룹 임원을 채우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적극 수용하고 경영진과 이사회를 전면 새로운 인물로 꾸리기 시작했다.

올해 부임한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비(非) 브라이언계' 인사로 내부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경영 전공자로 전략 컨설팅, 벤처 캐피탈(VC)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김 위원장과 이력 동선이 겹치지도 않는다. 그는 조직이 최대 위기 속에 놓인 가운데 카카오의 얼굴을 맡게 됐다.

◇카카오벤처스 '수평적 문화' 만들어…신임 두터웠던 CEO

정 대표는 지난해 말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로 낙점된 후 올해 3월 주주총회을 거쳐 정식 부임했다. 1975년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커리어는 보스턴컬성팅그룹(BCG)에서 시작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대기업 전략 수립을 담당했던 그는 이베이 아시아태평양(APAC) 전략매니저를 거쳐 2010년 NHN에 합류했다. 네이버와 NHN이 법인을 분리하기 전이다.

정 대표는 현재 네이버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은 '네이버 쇼핑'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 네이버페이, 마일리지 등 사업 초기 기획에 참여했다.

이 때 대중의 수요를 파악해 적절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흥미를 가졌다. 그가 출연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신규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과 기업이 잘하는 것을 통하게(연결)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카카오 그룹에 입사한 건 2014년이다. 카카오벤처스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 파트너(상무)로 그를 영입했다. 2018년에는 유승운·정신아 공동대표 체제로 CEO 자리에 올랐고 같은 해 11월 단독대표 자리를 꿰찼다.

장기간 카카오벤처스를 이끌었던 정 대표가 올해 카카오의 수장이 됐다. 소비자 니즈와 회사 강점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CEO의 부임은 카카오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내부에서도 정신아호 출범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다. 카카오벤처스 시절부터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만들면서 임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덕이다.

정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남긴 바 있다. VC로서 성공과 실패는 사람을 잘 보았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해왔다. 사업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완성하는 건 사람이라는 신념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그에 대해 '작은 목소리도 귀기울여 듣는 경영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느슨한 자율경영 고삐 조이기…미래 이니셔티브 발굴할 적임자

카카오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중앙집권형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카카오 계열사들은 김범수 의장 측근 중심으로 경영진을 꾸렸고 자율경영 기조가 강했었다. 정 대표는 본사 아래 통일된 경영 방향을 수립하는 것으로 조직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단 컨트롤 타워는 CA협의체다. CA협의체는 계열사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조직이다. 정 대표는 1월부터 김범수 위원장과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13개 카카오 계열사 CEO는 올해부터 CA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책임경영위원회 등 소조직에 최대 3개까지 참여한다. 이를 통해 소통을 늘리고 그룹의 쇄신과 사업 방향성을 통일한다. 그룹사 CEO, 경영진 인사 지원도 CA협의체가 담당한다.

정 대표는 "CEO들의 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맥락 이해를 높이고 내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미래사업으로 꼽히는 AI 분야 육성도 정 대표가 부여받은 과제다. AI는 창업주가 가장 공들이는 사업 영역이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AI 사업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직원 절반이 AI에 뛰어드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며 신사업 성공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내외부에서는 카카오벤처스에서 다수의 스타트업을 발굴해온 정 대표가 AI 중심 성장동력을 확보할 적임자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카카오는 이달 초 국내 기업 중 최초로 'AI 얼라이언스(AI Alliance)'에 가입했다. AI 글로벌 오픈 소스 커뮤니티인 이 단체에는 IBM, 인텔, 메타 등 글로벌 IT 공룡과 학계, 연구기관, 정부 등 다양한 조직 100곳이 가입돼 있다.

AI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 본사 흡수도 추진 중이다. 일각서는 합병 이유로 자회사의 부진한 실적이 거론된다. 그러나 본사에서 사업 주도권을 가지고 AI 통합 조직을 출범시킨다면 AI에서 뒤쳐져 있다는 카카오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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