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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기단 2.0]'보잉737'만 띄우는 제주항공, 꽉 잡은 경제성③매출원가율 80% 유지, 리스→직접구매로 더 낮춘다…넥스트 기단도 보잉737

허인혜 기자공개 2024-04-11 16:42:59

[편집자주]

기단(機團·fleet)은 항공사의 위상을 담고 전망을 보여준다. 기단의 규모에 따라 항공사의 크기가 갈리고 기종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최근 성장과 재편의 시기를 맞은 국내 항공업계도 기단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항공사(FSC)냐, 저비용 항공사(LCC)냐에 순응해 기단과 기체의 규모를 맞췄다면 이제는 LCC도 대형 기단을 꿈꾸고 FSC도 가벼운 비행기를 사들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만남에 발맞춘 항공업계의 기재 개편도 한창이다. 더벨이 2.0 시대를 연 항공업계의 기단 포트폴리오와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은 보잉사의 비행기 중에서도 737 시리즈 단일기종만을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등 저비용 항공사(LCC) 톱3 항공사들도 단 하나의 기종만 띄우지는 않는다. 제주항공은 차세대 기재로도 보잉737을 낙점해 앞으로도 기단에 단일기종 비행기만 둘 계획이다. 여객기뿐 아니라 화물기도 보잉737만 쓴다.

제주항공이 단일기종만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비행기를 사들일 때부터 운영·관리·정비까지 모든 단계에서 효율적이다. 매출원가율의 추이만 따라가 봐도 제주항공의 단일기종 전략의 효과가 보인다.

제주항공은 잘 나가는 만큼 기단 확대가 가장 급하지 않은 곳이지만 일찌감치 조단위 투자 계획을 세워 시현 중이다. 제주항공은 보잉737로 얼마를 아꼈고, 얼마를 투입해 어떤 효과를 노리고 있을까.

◇'단일기종'이 좌우하는 매출원가율

항공사, 특히 저비용 항공사의 단일기종 운영은 특별하지는 않다. 특히 보잉737 기종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항공기로 이 시리즈를 단일기종 삼은 항공사가 적지 않다. 1967년 설립된 미국의 LCC이자 LCC의 시초로 꼽히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대표적이다. 73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 중인데 100% 보잉737이다.

단일기종 전략이 두루 퍼져있다는 건 그만큼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방증이다. 하나의 기종에만 집중한 건 정비비와 연료비 등을 포함한 매출원가를 모두 절약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라서다. 제주항공은 2010년 이후부터는 보잉737 시리즈만 사들여 운영 중이다. 과거 터보프롭기인 드해빌랜드 캐나다 Dash 8-400 기종을 잠시 운영하다 2010년부터 중단하고 단일기종 전략을 세운다.

개별기준 매출원가율 추이를 보면 단일기종 전략을 추진 중이던 2012년 88.0%에서 시작해 2013년 85.8%, 2014년 82.9%, 2015년 79.9%로 점차 낮아졌다. 2016년 80.52%로 소폭 올랐다가 2017년에는 77.71%로 하락했다. 이후 펜데믹 기간 전인 2018년 80.57%를 기록했다. 펜데믹 기간에는 매출액이 크게 하락해 매출원가를 넘어섰지만 2023년 재차 80.83%로 낮아졌다.


기단의 규모로 보면 티웨이항공의 매출원가율과 비교해볼만 하다. 티웨이항공이 제주항공에 비해 펜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연간 기준 매년 더 높은 매출원가율을 보이고 있다. 2018년 84.84%, 2019년 93.13%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 81.38%로 집계됐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보잉737 기종을 27대, 에어버스 330-300을 3대 운영 중이다.

매출원가율만이 항공사의 경쟁력은 아니지만 매출원가율로 운영 경제성을 따져본다면 단일기종 전략이 더 좋은 효과를 냈다는 의미다. 이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티웨이항공 등 LCC업계가 에어버스의 신기종 도입을 추진 중이라서다. 보잉737과 병행해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원가는 항공사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만큼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때문에 제주항공의 매출원가율 추이를 보면 펜데믹 기간 단일기종 전략으로 그나마 손실을 덜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매출의 95% 이상이 여객으로 나오고 있다. 그밖에 매출도 약 2%인 화물 수송을 빼면 기내 상품 판매 등 여객이 이뤄져야 나오는 매출이다.

◇보잉737을 사랑하는 이유…인건비·정비비도 절약

보잉737은 3초마다 뜨는 비행기로도 유명하다. 펜데믹 등 특수상황이 아니고서야 전세계 공항에서 적어도 3~5초마다 한편식 이륙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많이 팔렸다. 특히 LCC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제주항공은 737-800 38대, 737-800BCF 2대, 737 MAX8 2대를 운영 중이고 약 50편을 더 늘릴 계획이다.
제주항공 보잉737 MAX. 사진=제주항공

LCC가 선호한다는 건 경제적이라는 이야기다. 제주항공이 단일기종 전략을 수립할 당시 차세대(Next Generation) 보잉737은 1석당 운항비용이 동급 기종 대비 낮았고 연료 효율도 높은 기재로 평가 받았다. MAX8은 비교대상인 A321NEO 대비 100억원 이상 저렴하고 연비도 좋았다. A321NEO 등 에어버스의 비행기는 비교적 생산성이 높지만 제주항공이 이미 보잉737 기단을 꾸린 상황에서 새 기단을 구성하기로 결심할 만큼의 매력은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일기종을 세대만 바꿔 운영하는 방침은 인건비와 정비비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2022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신기종 MAX8을 두고 737NG(Next Generation)와 소모성 부품의 85%가 호환돼 축적 부품의 대부분을 신기종 정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기존 기단과 정비와 조종 방식도 같아 추가 인력 부담이 적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정비나 조종 방식도 유사해 기존 기종의 정비사들을 신기종 정비에 투입하기 위한 교육은 2주면 충분하고 조종사의 경우 이틀이면 신기종 운항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단위' 통큰 투자 제주항공, 왜 더 늘리나

다른 LCC들은 기단 확대의 명분이 확실하다. 예를 들면 티웨이항공이나 에어프레미아가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항공사의 대체 항공사로 발탁된 만큼 필연적으로 기단을 늘려야 한다. 회생 중인 이스타항공도 지난해 1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인수되면서 효력 정지됐던 항공운항증명(AOC)을 4년 만에 재취득했다. 올해 연말까지 15대의 항공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이미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체 항공사의 역할도 맡지 않았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도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8년 선제적으로 항공기 대규모 도입을 결정하며 기단 확대 부문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737 MAX8를 차세대 기종으로 낙점하고 항공기 50대를 확정구매 40대, 옵션구매 10대 형식으로 2022년부터 인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시가격으로 약 44억달러(약 5조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첫 도입이 완료됐다. 신기종 항공기의 스페어 엔진도 217억원어치 구매하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로 든 건 규모의 경제다. 공격적으로 기단을 확보하면 다른 LCC 대비 확실히 차별화되는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리스에서 직접 구매방식으로 바꾸며 원가구조 개선도 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기단 확대로 단일기종의 한계점도 극복할 수 있다. 단일기종은 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항속거리나 시간, 규모가 엇비슷하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노선 다양화가 과제다. 보잉737은 국내선과 아시아권 국제선으로 활용하기는 충분한, LCC 항공기로는 적당한 거리와 시간을 날 수 있는 항공기다. 덕분에 아시아권 안에서는 자유로운 노선믹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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