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상장 '드라이브' 이피캠텍, 딜레마 빠진 'RCPS 콜옵션'오너 보유 콜옵션 행사 위한 자금 마련 '안간힘'…상장 예심청구시 소멸, FI측 데드라인
양정우 기자공개 2024-04-19 07:58:19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첨가제 업체인 이피캠텍이 기업공개(IPO)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오너측이 그간 보유해온 전환상환우선주(RCPS) 콜옵션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2차전지 대장주로 거듭난 엔켐의 후광 덕에 IPO 흥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기업이다.인기몰이가 예고된 IPO인 만큼 오너는 RCPS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쏠쏠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 옵션 행사에 필요한 개인 자금이 부족한 여건으로 파악된다.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콜옵션이 모두 사라지지만 재무적투자자(FI)의 압박 탓에 IPO의 속도를 늦출 수도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1~5차 걸친 RCPS, 콜옵션 부여…오너측 자금 부족, 전액 행사 미지수
17일 IB업계에 따르면 이피캠텍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5차에 걸쳐 RCPS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가액은 4150원을 시작으로 9000원까지 상승했다. 총 발행규모는 30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RCPS엔 오너가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돼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5차별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에 육박한 비중으로 설정돼있다. 콜옵션은 보유자가 특정 시기 행사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꽃놀이패와 같다. 역으로 보면 그만큼 RCPS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카드다. 발행 당시부터 투자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기에 과감하게 콜옵션을 붙인 RCPS를 찍을 수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콜옵션의 경우 보유자가 행사가격에 맞춰 기초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전환사채의 전환권처럼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보통주를 확보하는 콘셉트가 아니다. 콜옵션 매수자는 특정 시기 기초 상품이나 증권의 시장가격이 미리 정한 행사가격보다 높을 경우 옵션을 행사해 그 차액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피캠텍의 오너가 RCPS 발행 때마다 부여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IPO에 나서기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이후 자금 마련에 사력을 다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수십억원으로 추산되는 행사 자금을 확보하는 게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콜옵션엔 이피캠텍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때 모두 소멸되는 조건이 부여돼있다. 이런 요건이 없어도 최대주주 내지 주요 주주 구성의 변동 가능성은 거래소측에서 리스크로 여기는 사항이다. 콜옵션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예심 통과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IPO에 속도를 내면서 4~5월 중에 상장 예심에 들어서는 IPO 스케줄을 갖고 있으나 자칫 그대로 청구가 이뤄지면 오너측 콜옵션이 소멸되는 난관에 봉착해있다. 이들 콜옵션은 행사시 오너에 상당한 차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1~2차 RCPS는 물론 마지막 발행 때 부여된 콜옵션도 수익 기대감이 크다. 공모주 시장의 핫한 열기 속에 IPO 잭팟을 터뜨리면 단번에 거액을 쥘 수 있는 기회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오너(이성권 대표)의 지분율이 19%"라며 "IPO 이후 신주 발행에 따라 이 지분율도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이들 콜옵션의 행사로 보유 지분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며 "하지만 수십억원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곤혹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콜옵션 소멸시 최대 수혜자 'FI'…'나홀로 승승장구' 엔켐 수혜주 부각
현재 오너가 처한 여건이라면 콜옵션 행사 전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아예 청구하지 않는 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늦어도 5월 전까지는 예심 청구라는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피캠텍이 RCPS를 발행하면서 콜옵션을 부여했을 때 반대급부로서 투자자측의 안전장치도 마련됐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상환권 행사의 발동 조건 등 다양한 페널티 조항에 따라 예심 청구의 데드라인을 설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적 특약이 없더라도 다른 주주의 의견을 자신의 콜옵션 때문에 모두 묵살하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만일 오너측 콜옵션이 그대로 사라지면 최대 수혜자는 단연 FI다.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유 주식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티-키웨스트 ESG 신기술사업조합 제1호(지난해 말 11%)', '웰컴캐피탈-토스 뉴에너지 신기술투자조합(7.4%)', '농협은행(6.6%)'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올들어 국내 2차전지 시장에서 유일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엔켐이다. 파죽지세로 주가가 껑충 뛰더니 코스닥 시가총액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피캠텍은 이런 엔켐과 직간접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엔켐의 최대주주인 오정강 대표가 개인회사(아틀라스팔천)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기업(광무)이 최근 이피캠텍에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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