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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MZ 리더가 온다]이영진 제일엠앤에스 대표, 위기의 가업 구했다①합류 후 전사적 리빌딩 성공, 이달 코스닥 입성

조영갑 기자공개 2024-04-23 09:04:42

[편집자주]

1996년 개장한 코스닥이 세대교체를 맞이하고 있다. 초기 상장사는 1세대 '파운더(founder)' 시기를 지나 2세대 승계단계로 진입했다. 새로 입성한 회사에는 이른바 MZ 세대 리더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벨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DNA를 지닌 코스닥 뉴 제너레이션 리더를 조명해보고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0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통의 가업승계 2세들의 행로와는 다른 돌연변이 같은 삶을 걸었기 때문에 과거에는 사실 아버지(이효원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영진 제일엠앤에스 대표(사진)는 회사에 합류하기 전 자신의 이력을 '돌연변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1985년생으로 올해 만39세다. 2014년 회사(당시 제일기공)에 입사해 올해까지 만 10년을 근속하면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부친 이효원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창업주로서 부친은 매뉴팩처링 부문을 전담하고 있고, 아들은 경영을 총괄하면서 IR을 전담하고 있다.

1981년 제일기공으로 설립된 제일엠앤에스는 40년 이상 축적된 국내 최고 수준의 믹싱 장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식품 분야에서 방산·제약·2차전지로 영토를 넓혔다. 제조를 시작으로 종합 엔지니어링 부문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매출 1432억원을 기록했다.

◇자력으로 창업 성공가도, 부친 호출에 경영기획과장 직급 합류

이 대표는 17일 제일엠앤에스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회사 합류 이전 자신의 커리어패스(career path)를 장시간 설명했다.

이 대표가 서두에 본인을 돌연변이라고 표현한 것은 여타 코스닥 상장사 2·3세의 행보와는 완연히 다른 결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을 거쳐 국내외 글로벌 회사에서 첫 사회 경험을 쌓고 가업에 합류하는 방식과 달리 이 대표는 본인 표현대로 "(가업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던 아들"이었다. 고등학교(청담고) 졸업 후 대학교 진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철부지 막내아들처럼 부모의 속을 끓이거나 골방에 갇혀 게임만 한 건 아니다. 물론 그는 한 때 게임교육원에 다니고, WCG(World Cyber Games)에 출전하기도 하는 등 게이머의 삶을 그렸다. 게임회사(레드덕) 인턴을 거치면서 게임을 기획,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업기획 업무에 재능을 발견하고, 광고홍보 및 행사기획 등의 사업을 직접 수행하면서 기획자로서의 새 항로를 발견했다.

부친 이효원 대표는 아들의 홀로서기가 안쓰러웠고, 아들은 부모 도움 없이 '자립'을 꿈꿨다.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화초가 아닌 잡초 같은 20대를 보냈다.

이 대표는 "뜻이 맞는 친구 셋과 동업을 하면서 작지만 연 매출 4억원 가량하는 대행사로 키우기도 했다"면서 "펜타포트 같은 대형 페스티벌의 기획을 8개월 간 무상으로 하면서 경험을 쌓는 등 대형행사 기획자로서의 삶에 매력을 느꼈는데, 엔터 및 미디어 관련 대기업에서 매우 좋은 조건의 스카웃 제의가 오던 시기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환경과 조건을 뒤로 하고, 왜 가업(제조업)을 택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아버지께서 '나를 좀 도와달라'며 부탁을 하셔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광고홍보, 행사기획, 엔터에 미련이 있었던 아들은 고민 끝에 부친의 청을 받아들였고, 부친은 아들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20대 풍운아 시절 갈고 닦은 사업기획, 매니지먼트 능력을 발휘해 부친의 회사를 바꿔나갔다. 이 대표는 "입사 직후 아버지께 A4 5장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일부터 인적 청산을 하는 부분까지 밀고 나갔다"고 강조했다. 당시 창업 멤버인 공장장(전무) 대신 선임한 대리급 직원은 현재까지 공장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일엠앤에스의 제조부문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합류 직후 경영기획 과장 직급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데 집중했다. 당시 제일엠앤에스의 부채비율은 800% 수준에 달할 정도로 순현금은 고갈되고, 양산을 위해 일으켰던 금융부채는 잔뜩 쌓여 있었다. 입찰, 예산관리를 하면서 부채를 되갚아 나가는 방식으로 2018년도 부채비율을 150%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매출액도 입사 당시 100억원 이하였다가 350억원 규모까지 키웠다.

◇부채비율 낮추고, 스웨덴 노스볼트 계약 수주 '터닝포인트'

이 대표의 업무 스타일은 저돌적이다. 일단 부딪히고, 몸으로 체득하는 스타일이다.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유럽 톱티어 2차전지 제조사인 노스볼트(Northvolt) 계약 건이다. 노스볼트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제일엠앤에스의 주요 고객사다. 수주 장비 기준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대표는 "테슬라 임원 출신(피터 칼슨 등)이 회사를 만들었다는 뉴스를 보고 2018년 추석 연휴를 활용해 무작정 스톡홀름으로 가 파울로 셀로티 COO를 만났고, 이 미팅이 1년 뒤 노스볼트 정식 공급계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노스볼트는 중국 등에서 믹싱설비를 들여왔는데, 설계 변경 상의 문제가 발생해 다급하게 이 대표에게 'SOS'를 쳤다.

한달 반 만에 장비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대표는 엔지니어 15명과 함께 스웨덴에 건너가 이를 해결했다. 당시 노스볼트가 발주한 금액만 550억원 가량이었다. 제일엠앤에스로서는 특정 고객사 의존도를 해소하는 동시에 매출 볼륨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터닝포인트'였다.

이 대표는 "노스볼트에 대응하기 위해 스웨덴 생산법인을 설립하면서 펜데믹, 현지 레귤레이션, 날씨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우리의 오퍼레이팅 능력이 한층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제일엠앤에스는 스웨덴을 비롯해 헝가리, 캐나다, 미국 등에 법인을 내고 글로벌 고객사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제일엠앤에스는 비상을 앞두고 있다. 이달 코스닥 입성이 유력하다. 최근 진행된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2164개 기관이 참여, 645.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 상단을 뚫고, 2만2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금액은 528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4532억원이다. 2차전지 시장에서의 성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이 대표가 상장사 대표로서 또 한 번 시험대에 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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