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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대전]빅파마 찜한 바이오 다 모였다 '산·학·연' 집결 경쟁력①리가켐·알테오젠 등 200여곳 배출, '끈끈한 네트워크' 강점

대전=차지현 기자 공개 2024-04-25 10:38:22

[편집자주]

바이오 클러스터의 아이콘 미국 보스턴. 한 세대 이상 구축된 각종 신약개발 인프라는 세계 내로라하는 바이오텍들이 보스턴을 '글로벌 바이오 메카'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한국의 보스턴을 꿈꾸는 바이오 클러스터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각자의 역량과 매력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산학연 그리고 임상 병원의 유기적 연계가 갖춰진 전국 각지의 'K-바이오 클러스터'를 찾아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누적 8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실적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독점 계약을 따내며 마일스톤 제외 로열티로만 연간 5000억원 이상을 받게 된 알테오젠.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과 선급금 1억달러 빅딜을 성사한 비상장사 오름테라퓨틱.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탄생지가 대전이라는 점이다. 국내 최대 연구개발(R&D) 자원이 결집한 대전은 명실상부 국내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다. 이제 막 생겨난 신생 바이오텍부터 업력 20년을 맞은 1세대 바이오텍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뭉쳐야 산다'는 기조로 기업들이 서로 밀고 끌어주며 자연스레 태동한 자생형 클러스터라는 점이 대전이 가진 차별점이다.

◇100여곳 기업이 '자생적'으로 만든 바이오 클러스터

대전 바이오 클러스터의 힘은 밀집에서 나온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반경 5km 내 학교와 연구기관, 바이오텍 등 산·학·연이 모여있다. 국내 최고 과학 상아탑으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생명공학연구원, LG화학 기술연구소 등 그리고 100여곳의 바이오텍이 모두 이곳에 있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언제든 대면 소통이 가능하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기업부설 연구소들은 매년 기초과학 R&D 결과물을 쏟아낸다. 핵심은 결과물들이 그대로 산업계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이다. 따끈따끈한 R&D 성과가 바이오텍 창업과 신약개발로 곧바로 이어진다.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닌 '상업적 가치가 있는 연구'를 하자는 분위기가 퍼진 덕분이다.

이렇게 해서 대전 지역이 배출한 바이오텍만 200여곳에 달한다. 대전에 입주한 상장 바이오 기업은 25곳을 넘어섰다. 바이오니아, 리가켐바이오, 알테오젠 등 1세대 바이오텍은 국내 바이오 업계 롤모델이 됐다.

국내 최초 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 상용화에 도전하는 큐로셀, 역대 최대 규모 계약금으로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단백질분해제(TPD) 분야 기술력을 오름테라퓨틱, 삼성그룹이 택한 ADC 개발사 인투셀 등 루키 바이오텍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약 50년에 걸쳐 수많은 바이오텍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태계가 조성됐다. 기업들이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여기에 각 지자체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클러스터 단위로 규모가 커졌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해 기업이나 기관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한 타 지역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현재 대전 바이오 생태계는 크게 △도룡지구 △신동·둔곡지구 △탑립·전민지구로 나뉜다. 도룡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 연구단지를, 둔곡·신동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학 기반 혁신 클러스터를, 탑립·전민지구는 R&D 창출을 위한 생산기지를 표방한다. 이외 원촌동 대전하수처리장은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로 꾸릴 계획이다.

◇'끈끈한' 네트워크 핵심 경쟁력, 투자자도 '기웃'

대전 바이오 클러스터에서만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끈끈함이다. 오랜 기간 풀뿌리 창업으로 자생적인 생태계를 이룬 만큼 기업 간 서로 애틋한 구석이 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운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작은 성공에 서로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기술에 대한 스터디, 선후배 간 노하우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바이오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는 상황 속 후배 바이오텍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선배 바이오텍이 뭉쳐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바이오 기업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도 유별날 수밖에 없다.


이런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커뮤니티는 지역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원천이다. 2000년대 초반 바이오텍 창업을 주도한 LG화학 출신 LG사단, 2015년 정식 출범해 대전 바이오텍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바이오헬스케어협회, 거대 지식 교류의 장이 된 혁신신약살롱, 바이오텍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모인 대전 바이오 CFO 모임 등 크고 작은 네트워크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기술력이 무르익인 바이오텍들이 하나둘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대전 지역 바이오텍들이 연간 유치하는 투자 금액은 4000억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앞서 2월에는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가 약 4300억원을 들여 둔곡지구에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머크가 단행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대전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대전 바이오 클러스터를 세계적인 바이오 메카로 키우기 위한 노력은 현재 행형이다. 올 초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특화단지 공모에 신청했다. 바이오텍을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시키고 블록버스터급 혁신신약을 내놓겠다는 포부다. 다른 지역 클러스터는 따라오기 어려운 일명 '초격차'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웬만한 바이오텍이 수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인 데다 서로 밀고 끌어주는 상생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 대전 바이오 클러스터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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