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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TGV 투자 만지작' 켐트로닉스, 조달 부담 '숙제'②삼성전기 컨소시엄 가속도, 투자집행 불가피…1200억 기투자·지배력 희석 극복 과제

조영갑 기자공개 2024-05-16 09:13:44

[편집자주]

'꿈의 기판'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글라스기판) 시장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인텔이 선행 투자를 한 가운데 SKC, 삼성전기 등 국내 메이커들도 참전하고 있다. 코스닥 섹터의 벤더사 움직임 역시 빨라지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더벨은 싹트는 유리기판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 독일 LPFK Laser & Eletronics(LPFK) 등과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켐트로닉스'가 유리기판 관련 투자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직 고객사 파일럿 테스트 단계라 대형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경쟁사들이 속도를 내고 있는 터라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켐트로닉스가 현재 OLED, 반도체 케미칼 등 다양한 사업부문에 대한 동시다발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조달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켐트로닉스는 유리기판의 핵심 공정인 TGV(글라스관통전극) 관련 대규모 투자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켐트로닉스는 최근 삼성전기, 독일 레이저 솔루션 제조사인 LPFK 등과 일종의 기술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자사의 특화기술인 TTV(총 두께 편차) 컨트롤 기술을 TGV에 접목하는 신기술을 파일럿 테스트하고 있다.

OELD 식각 분야에서 구축한 노하우를 유리기판으로 변용한 기술인데, 극도로 얇은 글라스 기판의 평탄도를 잡는 개념이다. 유리기판은 코어 역할을 하는 글라스의 평탄도가 잡히지 않으면 ABF(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 적층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켐트로닉스가 TTV 공정 기술로 컨트롤하는 셈이다.

유리기판과 관련 전문 분야인 에칭(식각)을 담당하고, 홀을 뚫는 레이저 솔루션은 LPFK가 전담하는 구조로 보인다. 에칭과 레이저 드릴링을 동시에 진행하면 고객사 최적화된 형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켐트로닉스의 주장이다.

켐트로닉스는 삼성전기와의 기술협력이 알려진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등 기업가치가 들썩이고 있다. 4월 초 켐트로닉스의 시가총액은 3450억원 수준이었으나 한 달 새 약 1500억원 가까이 불었다. 하지만 유리기판 시장이 아직 양산 전 기술인 까닭에 고객사(삼성전기)와 강력한 수준의 NDA(비밀유지협약)이 걸려 있어 IR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다. R&D, 투자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켐트로닉스가 이미 고객사와 공동개발 형식의 기술협력으로 한 배를 탄 이상 고객사의 투자 스케줄에 맞춰 대형 CAPEX 투자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즉, 삼성전기가 파일럿 테스트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가 도출될 경우 투자를 개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켐트로닉스 역시 고객사 스케줄에 맞춰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리기판 시장은 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대형 고객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적도 아군도 없다"면서 "대형 메이커들이 기술을 가진 협력사를 중복해서 컨택하고 있는데, 투자 진척도에서 타사에 밀린다고 판단이 들면 잠재 SCM(공급망관리) 리스트에서 바로 퇴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제 투자에 대한 여건과 명분은 충분하지만, 켐트로닉스가 시기를 가늠하는 까닭은 기투자액이 커지면서 유동성 조달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켐트로닉스는 지난해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향 애플 OLED 대응 CAPEX 투자를 비롯해 반도체 케미칼 등 다양한 사업부문에 유동성을 대거 투입했다.

2월 6G OLED 식각 관련 신규시설 투자(242억원)를 시작으로 △6월대형 식각 관련 신규시설(건축) 투자(160억원) △반도체급 제품 합성, 정제 설비 추가 투자(172억원) △대형식각 관련 신규시설(건축, 설비) 추가 투자(580억원) 등 지난해에만 12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이 집행됐다. 켐트로닉스는 삼성디스플레이 애플 OELD 공정 라인에서 후공정 식각 프로세스를 단독 수행하는 협력사다. 애플이 Rigid(경성)와 플렉서블(연성) OLED의 장점을 취한 '하이브리드 OLED'를 제품에 탑재, 출시하면서 수혜주가 됐다.

켐트로닉스는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 외에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 외부 투자금 300억원을 끌어다 쓰면서 부채비율 부담을 높였다. RCPS는 CB와 함께 부채로 계상되는 메자닌이다. 지난해 4월 액시스점프신기술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43만5681주의 RCPS를 발행,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0.69% 수준이 됐다. 여기에 운전자금으로 조달한 장단기차입금 역시 2300억원 수준에 달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켐트로닉스는 지난해 말 이자비용만 134억원 지급했다.

추가 메자닌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걸림돌은 대주주 일가의 낮은 지분율이다. 현재 김보균 회장과 두 아들인 김응수 사장, 김응태 워츠 공동대표의 합산 지분은 19.89% 수준이다. 기발행 RCPS가 보통주 전환되면서 희석됐다. 지난해 초에는 22.24%였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이긴 하지만 현재 액시스조합은 김 회장에 이어 단일 2대주주(8.65%)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지배력 유지를 고려하면 추가 메자닌 발행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을 활용하거나 추가 차입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675억원 수준이다.

켐트로닉스 관계자는 "NDA 때문에 밝힐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면서 "현재 고객사 파일럿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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