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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매각 쌓였던 증권사들 "한국은행, 고마워" 기준금리 인하로 대량 처분…동서발전·기업·우리銀 한국물 발행 성공적

조화진 기자공개 2012-07-16 07:57:41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6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주(7월9일~13일) 회사채 시장은 예상치 못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혼란에 빠졌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모두 하락한 기준금리와 어깨를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기준금리 인하는 결과적으로 미매각 물량을 대거 떠안고 있던 증권사들에게 '무너진 하늘에 솟아날 구멍'과 같았다. 너무 비싼 가격(너무 낮은 금리) 때문에 투자자를 찾지 못한 미매각 채권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20bp 가량 급락하면서 매력적인 채권으로 변신했다. 혹시라도 금리가 오를까봐 불안에 떨던 증권사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추가로 수수료를 녹이는 손해를 보지 않고도 미매각 물량을 대거 팔아치웠다.

수요예측을 끝냈지만 아직 발행일이 남아 있던 채권들은 금리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발행금리가 워낙 낮았던 탓인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금리 낙폭보다는 조정폭이 적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Korean Paper) 발행은 일말의 불안함이 있지만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글로벌본드 발행이 주춤한 가운데 한국동서발전이 등장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업은행은 유로존 구제 금융 지원 등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졌던 타이밍을 노린 게 통했다. 우리은행도 사무라이채권 시장 끝물이라는 우려가 무색할 만큼 좋은 조건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 기준금리 하락에 미배정 채권 거래 활기

대우건설, LS엠트론, 세아베스틸, OCI, E1 등이 추가적인 수수료 녹이기 없이 유통시장에서 12일과 13일 양일 간 집중적으로 거래됐다. 지난 12일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된 후 3년물 지표금리가 22bp나 떨어진 덕분이다.

최지혜 한국자산평가 연구원은 "회사채 유통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이후 지표금리가 급락했고, 발행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권사들이 가지고 있던 미매각 매출 물량이 대거 소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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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게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12일 기준 롯데쇼핑의 개별 민평은 3년물 3.42%, 5년물 3.48%, 7년물 3.58%였다. 전일 기준으로 AA+ 등급 3년물이 3.62%, 5년물이 3.70%로 회사가 원하는 3.50%가 무리한 욕심으로 보였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로 인하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20bp 이상 뚝 떨어져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웅진씽크빅도 마찬가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4일 수요예측을 마치고 10일 4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이 완료됐어야 했다. 하지만 10일 정정공시를 통해 13일 수요예측 재실시를 알렸다. 웅진씽크빅은 3년물 4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희망 공모 금리밴드가 국고3년+80~90bp인 것까지 동일한 조건으로 수요예측을 다시 시행했다. 증권사 커버리지팀 관계자는 "같은 금리 조건일지라도 기준금리가 하락한 상황에서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이 된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STX팬오션도 24일 1년6개월 만기 1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16일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 금리밴드는 6.50~6.70%로 국고 금리를 기준으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증권사 인수영업 관계자는 "STX팬오셔이 발행 조건을 결정했을 당시 보다 전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메리트가 있다"며 "리테일로 소화시킨다 해도 인수사들 입장에서는 나쁜 조건이 아니다"고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기준 금리 하락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주관사인 SK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미래에셋증권은 희망 공모 금리로 3년물 4.30%, 5년물 4.90%을 제시했다. 기준 금리 인하 결정이 되기 전에 고정 금리로 제시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금리 변동성 리스크 없이 투자할 수 있어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물 '안전자산' 인식+타이밍…금리 낮추기 성공

7월 둘째주에는 한국물 발행이 활기를 띄었다. 한국동서발전,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발행에 나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한국물이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이 생겨 투자자들이 몰려 금리를 낮췄다. 또한 발행에 유리한 타이밍을 선점한 것도 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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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은 지난 10일 새벽 5억달러 규모의 5년만기 글로벌본드의 프라이싱을 마쳤다.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T)+195bp', 쿠폰금리는 2.5%, 일드수익률은 2.577%로 결정됐다. 한국동서발전이 7년만에 발행하는 글로벌본드에 발행금액의 10배에 달하는 투자자 주문이 들어왔다.

투자 수요가 포화상태에 달해 있던 터라 공백기를 깨고 나온 동서발전에 수요는 폭발적으로 몰렸다. 특히 위험자산에는 선뜻 손내밀기를 두려워하는 유럽계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이 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기업은행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한국물 중 가장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5년물 5억 달러에 '미국 국채 수익률(T)+185bp', 쿠폰금리는 2.375%, 만기수익률은 2.475%다. 유로지역 위기와 관련, 유로안정화기구(ESM)에서 직접 자본을 출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 훈풍이 불자, 기업은행은 당초 예정 보다 앞당겨 10일 오전 서둘러 북빌딩을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발행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정책은행으로서 인정 받았다는 평이다. 그 동안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보다 프리미엄을 더 주고 글로벌 본드를 발행해야 했지만 이를 바꾸기 위해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은행 역할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하는데 주력해 온 결과다.

연일 저금리 발행 기록을 갱신하는데 이어 우리은행도 12일 오전 200억 엔 규모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완료했다. 발행금리는 2년물 163억 엔은 '엔리보(¥LIBOR)+93bp',3년물 37억 엔은 '엔리보(¥LIBOR)+103bp'로 결정됐다. 쿠폰금리는 2년물, 3년물이 1.29%, 1.4%로 신한은행보다 2~3bp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 엔화채에 자산운용사, 공모펀드, 보험사, 신용기금 등 70여개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현재 부산은행이 트렌치를 3개(1년6개월, 2년, 3년)로 나눠 프라이싱(pricing)을 진행 중이고, 하나은행도 7월 말 발행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사무라이채권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일본 투자자들은 보수적이라 국내 시중은행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편"이라며 "유럽 외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 한도를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라 최근 국내 발행물에 대한 투자 여력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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