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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LED설립 진짜 목적은… 허재명 대표 '2차 교통정리' 금감원 불허..IT지주사 '先설립, 後 합병' 가능성

김장환 기자공개 2012-09-06 18:24:06

이 기사는 2012년 09월 06일 1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이 일진LED 설립을 완료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LED 에피(Epi)와 칩(chip) 사업을 물적 분할해 만든 100% 자회사다. 이달 중 일진반도체의 LED 패키징(Packaging) 사업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가져오게 된다. 일진그룹은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강화를 위한 목적에서 LED 신설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진LED 설립을 단순히 사업 강화 목적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진그룹의 '2차 후계구도 작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배구도 개편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 머티리얼즈-반도체 합병 후 LED 설립 무산..이유는?

일진그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반도체를 합병한 후 LED 사업부를 분사해 일진LED를 설립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합병비율을 정정하라고 지적해 합병이 무산됐다. 상장사인 일진머티리얼즈에 비상장사인 일진반도체를 합병하려던 과정에서 주식가치 평가 및 우회상장 요건 충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진그룹 측에서는 금감원의 지적대로 계획안을 다시 짜기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일진LED 설립 계획을 '분할 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합병비율에 대한 금감원의 정정 지적과 이의제기로 인해 다시금 계획안을 짜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며 "물적 분할 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일진LED를 설립하고 합병을 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진그룹이 일진반도체의 흡수 합병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중심으로 한 '2차 후계구도 작업'을 위해서라도 일진반도체의 흡수합병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단지 '합병 후 분할'에서 '분할 후 합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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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진LED 설립, 2차 교통정리..차남 허재명 대표 지배구도 완성 '신호탄'

일단 업계에서는 허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도 개편 작업이 과거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의 후계구도 완성 작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해왔다. 2006년 일진그룹은 일진중공업을 일진전기에 흡수합병 하고,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의 일부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일진홀딩스를 설립했다. 허정석 대표는 일진홀딩스 지분을 현물 출자로 확보해 '일진홀딩스→일진전기→일진다이아몬드→일진디앤코→알피니언메디컬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손쉽게 완성했다.

애초 일진그룹에서 생각했던 일진LED 설립 역시 당시와 비슷한 방식의 새로운 IT 지주사를 세우려는 목적이었다. 우선 일진머티리얼즈로 일진반도체를 흡수·합병한 후 물적 분할로 일진LED를 설립하려 했다. 이후 허재명 대표가 현물 출자 등 방식으로 일진LED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었다. 이를 통해 '일진LED→일진머티리얼즈→일진디스플레이→기타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도가 완성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금감원의 '불허' 방침에 부딪히면서 일진머티리얼즈의 일진반도체 흡수 합병은 좌초됐다. '일진LED'를 부랴부랴 만들기는 했지만 '허재명 대표→일진머티리얼즈→일진LED'로 기존 생각했던 지배구도 밑그림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애초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반도체를 합병해 이를 지배하는 일진LED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의 지적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기존 생각했던 것과 같은 밑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일진LED를 우선 설립한 것을 두고 일진반도체를 일진머티리얼즈가 아닌 일진LED로 흡수하려는 방안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금감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우회상장 및 합병비율, 주식가치 평가에 대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우선 비상장사인 일진LED를 설립해 같은 비상장사인 일진반도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지배구조 청사진을 그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 일진LED로 일진반도체 흡수 합병 or 일진디스플레이 BW만 인수 가능성

일진반도체의 흡수 합병이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결정적 이유는 허재명 대표 체제 지배구도 완성의 '키'를 일진반도체가 쥐고 있다는 점이 크다. 일진반도체는 현재 일진디스플레이 주식 388만 주(12.2%)의 워런트를 행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다. 일진반도체가 지난 2010년 3월 121억 원에 매입한 BW다.

물론 일진머티리얼즈에서 일진반도체가 보유하고 있는 일진디스플레이 BW만을 인수해가는 방안도 있다. 다만 BW를 확보하더라도 일진머티리얼즈가 기존 보유한 일진디스플레이 지분율(1.2%)을 볼 때 최대 확보 가능한 있는 지분은 단 13.3%에 그친다. 때문에 허진규 회장이 보유한 일진디스플레이 지분 27.6%의 향배가 상당히 중요하게 거론된다. 허재명 대표는 기존 일진머티리얼즈가 보유한 지분과 일진반도체 BW, 허 회장의 지분을 다 가져와야만 일진디스플레이의 안정적 지분(40.9%)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터치스크린을 제조하는 일진디스플레이의 사업이 향후 그룹을 이끌 신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만큼 장남인 허정석 대표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진반도체는 BW만을 허재명 대표 쪽으로 넘기고 사위회사로 남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첫째 사위 김하철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부인 허세경 씨와 함께 통합 2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반도체의 합병 자체가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사위 회사로 분류되는 일진반도체에서 합병비율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의 사위인 일진반도체 김하철 대표와 허 회장의 딸이자 일진반도체 최대주주인 허세경 씨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금감원에 이의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일진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허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2차 후계구도 교통정리'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아직까지는 결과를 짐작하기가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다만 허 대표 체제의 완벽한 구도를 완성하기 위해서 일진머티리얼즈나 일진LED 어느 쪽이 됐던 일진반도체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면서 일진LED를 먼저 설립했지만, 기존 계획 자체가 허재명 대표 체제 구축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단순히 '흡수합병 후 물적분할' 계획에서 '분할 후 합병' 수순으로 '선후' 관계만 바뀌었을 뿐, 기존 계획안에서 크게 벗어난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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