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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사면초가'

신수아 기자공개 2012-11-06 08:18:42

이 기사는 2012년 11월 06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은 15년 간 독점해온 생수 브랜드 1위의 '삼다수' 판매권을 잃게 됐다. 제주도개발공사와의 지리한 법정 공방의 최종 중재 판결을 맡은 대한상사중재원이 공사의 손을 들어줘 12월 14일 부로 삼다수 판매가 종료된다. 1998년 출시 이후 이듬해부터 단 한번도 매출 1위를 놓쳐본 적 없는 삼다수는 이미 독보적인 브랜드력을 갖추며 3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판결 이후 새로운 샘물 브랜드를 론칭하고 음료 분야를 강화해 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삼다수 사업이 농심의 탄탄한 유통력과 식품제조 분야에서 오랫동안 닦아온 마케팅의 공이 크다는 일각의 평가만큼 자신감을 피력했다.

농심은 캐시카우를 놓치고도 애써 태연한 모양새지만, 10~15%에 이르는 매출 공백을 채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양호한 현금창출력을 지니고도 단조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택해 온 농심이 이제와 신사업에 뛰어들기엔 조심스럽다. '안정'을 추구하는 오너 밑에서 주력인 라면을 필두로 스낵과 미반 등 일부 사업만 영위해 오며 지나친 사업 확대는 지양해왔기 때문이다. 과감한 '도전'의 경험이 없는 농심이 이제와 위험을 감수할 용기는 없어 보인다.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식품제조 분야 내수 시장은 이미 포화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과거 국내 식품산업은 국민소득의 증가와 함께 성장했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소비가 위축되며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연이은 식품 사업 시장 진출로 경쟁은 심화되고 있으나 '파이'는 오히려 줄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미약한 경험을 앞세워 신사업 개척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패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해외 시장에 거는 기대도 제한적이다. 농심 라면은 이미 미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대만 등 80여 국가에 수출되어 전체 매출의 25%를 책임지고 있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략해도 신시장 개척은 쉽지 않다. 식품 분야는 지극히 각 시장의 특성에 맞춰 로컬라이제이션이 선행되어야하며,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브랜드를 각인 시키기 위해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발암물질(벤조피렌) 파동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매출 1%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점검한 마케팅 비용과 효과의 상관관계에 따르면, 판매량을 1%를 향상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은 최저 1억 원(10만 달러)에서 최고 190억 원(1800만 달러)이 필요하다. 농심이 10%의 매출 증가를 위해선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1900억 원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예를 들어 셈해 볼 수도 있다. 최근 커피믹스 시장에서 파이를 늘려가는 남양유업의 경우, 판관비 지출이 1년 사이(2010년-2011년) 710억 원 가량이 늘고 매출이 17% 가량 신장됐다. 단순히 계산하면 1%의 매출신장을 위해 평균 42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농심에 대입해 보면, 대략 평균 4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투자해야 10%의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101억 원, 순이익 862억 원을 기록한 농심은 순이익의 절반을 지출해야한다. 그러나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

현금 흐름이 양호한 농심이지만, 최근 과징금 이슈로 차입금이 대거 늘었을 뿐 아니라 주력 라면 사업이 벤조피렌 파동으로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려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제한적인 파이를 먹겠다고 판관비를 마냥 늘릴 수도 없는 판이다.

농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표면상으론 사업권 하나를 놓쳤을 뿐이지만 실상은 사면초가다. 힘겨운 2012년을 보내고 있는 농심. 건재함을 증명할 길은 실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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