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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실트론, 장기CP로 최대조달..상장무산 여파? 만기 3년, 5년물 1200억…수익성 악화, 설비투자 증가

황철 기자공개 2013-02-04 17:39:16

이 기사는 2013년 02월 04일 1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실트론이 올해 첫 시장성 조달을 장기 기업어음(CP)으로 집행했다. 3년, 5년물로 회사채와 진배없는 만기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 수익성 악화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수년간 준비한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자금이 급히 필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모 성격이 강한 기업어음을 활용하면 공모채에 비해 절차가 간편하고 조달 사실 자체도 숨길 수 있다. 상장을 진행하며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터라 내밀한 차입정보의 공개를 꺼릴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배정이 발생했던 점도 장기 CP로 눈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장기 기업어음은 공모 회사채 시장을 구축하고 장단기 자금시장의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에 올라 있다. 하지만 최근 규제회피를 위해 서둘러 장기 CP를 발행하려는 기업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표 그룹 계열이 시장개선 의지는커녕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자금 수요 증가, 향후 조달 확산 전망

LG실트론은 1일 기업어음 시장에서 12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역대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통틀어 단일 발행량 중 가장 큰 규모다. 3년물 500억 원, 5년물 700억 원으로 만기까지 분산했다. 사실상 회사채와 진배없는 구조를 짰다.

LG실트론은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 투자의 중추에 서면서부터 시장성 조달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실적까지 떨어져 차입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주된 조달 통로는 회사채였다. 2011년부터 채권 발행을 늘려 연간 2000억~26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수년간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차입금 증가액과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어음은 단기적 자금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용도로만 활용해왔을 뿐 차입경영 수단은 아니었다. LG실트론은 그동안100억~700억 원 대에서 3개월물 이하로 주로 기업어음을 발행해 왔다. 이마저도 지난해 7월 전액 상환한 후 발행에 나서지 않았다.

LG실트론

이번 장기 CP 발행은 단일 회차 기준 회사채보다도 큰 규모였다. 지난해 1월 11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찍은 게 최대였다. 장기 CP 발행량은 1000억원 안팎의 보유현금보다도 크다.

물론 이번 장기 CP는 규제 이전 일회성 이벤트일 수 있다. 하지만 조달전략의 연장선에서 보면 그만큼 자금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LG실트론의 현재 재무 상황은 어느 때보다 자금수혈을 필요로 하고 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업황 침체로 수익성 떨어지고 신규 진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영업현금창출력이 뚝 떨어졌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면서 지난해 에비타는 평년보다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채권·재고자산 증가로 운전자본 부담 또한 과거보다 커졌다.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전환한 지 오래다.

특히 올해에는 업황 부진을 이유로 보류했던 설비투자를 이연 집행할 계획이어서 자금수요가 큰 상황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점 역시 대규모 조달의 원인을 제공했다.

◇ 규제 앞두고 장기 CP 발행, 시장 개선 의지 있나

향후 장기 기업어음을 추가적으로 발행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장기 CP에 대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3개월간 유예되면서 당분간 이를 활용할 여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그룹의 계열로서 감독당국의 방침을 무시한 채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비난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 CP의 경우 회사채 발행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부대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다"라며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규제 대상에 오른 장기 CP를 앞 다퉈 발행하는 것 자체가 시장 발전에 역행하는 행위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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