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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왜 광주를 떠났나 구도심 위치 발전가능성 낮다고 판단...매각 놓고 이견 가능성

신수아 기자공개 2013-04-18 11:10:41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8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이 지역 중심상권의 한 곳인 광주점을 사실상 철수키로 결정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998년 ㈜송원과 위탁 경영 계약을 맺고 광주지역에 위치한 구 송원백화점을 '현대백화점 광주점'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계약이 만료되는 6월 더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해당 점포는 이랜드리테일이 송원과 운영계약을 맺고 'NC백화점'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효율적인 경영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매출 규모가 작은 소점포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점하는 아울렛과 백화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점포는 연간 매출이 1000억~1200억 원(총매출액 기준) 수준의 소점포에 해당한다"며 "김포와 판교 등 새롭게 출점한 점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백화점 광주점은 같은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와 롯데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다. 광주신세계의 5분의 1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부진은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백화점 광주점은 광주역을 끼고 있는 구시가지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구도심 활성화 정책이 입안되고 있으나 지난 10년간 구도심은 공동화 이후 뚜렷한 개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미진했던 구도심 지역은 상권 경쟁에서 밀려났고, 광주점의 매출도 떨어졌다.

그러나 이를 만회할만한 전략이 부재했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주지역에서 백화점의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는 신세계와 롯데, 현대 모두 고가의 명품라인 등 백화점 특유의 이미지를 고수했다"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을 성공시키기엔 벅찼고, 구도심의 개발이 요원한 상황에서 집객도 향상을 위해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상 단순 위탁 경영을 맡고 있는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백화점을 개발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기도 애매했다. 백화점 부지도 협소해 추가 개발의 여지도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프리미엄 아울렛과 복합기능이 접목된 백화점 출점에 집중하고 있어 2조 원대의 출혈이 동반됐다. 개발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선 광주점에 투자하기엔 손익이 맞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런나 한편으론 탁월한 VIP 모객 능력을 자랑하며 명맥을 유지했던 현대백화점이 굳이 광주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힘을 받는다. 광주점을 철수할 경우 전라도 지역의 거점을 잃게 된다. 백화점을 둘러싼 경쟁업체 간의 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상권'을 자진해서 내어줄 이유가 없다. 특히 최근 광주 구도심은 아시아문화전당 등 과거와 다른 활성화 방향이 잡히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의 전략적 실패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 위탁 경영을 맺었던 '송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이랜드를 택했다고 보는 이유기도 하다.

사실 송원과 위탁 경영을 연장할 경우 광주점의 매출은 송원으로 귀속되고 일정 위탁 수수료만을 현대백화점이 챙겨간다. 보통 고정 금액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50억 원 안팍의 영업이익과 20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송원 입장에서는 부담이고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별 메리트없는 수입일 수 있다. 더군다나 매년 수익이 저조해지는 상황이다.

IMF당시 어려움으로 인해 위탁 경영을 맺었던 송원은 이후에도 뚜렷한 수익 사업을 개발하지 못했다. 자회사 역시 지속적인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수익이 요원한 상황이다. 그래서 현대백화점과 가격 인상 협상에 들어갔으나 줄다리기가 거듭된 끝에 결국 NC백화점이 그 사이를 치고들어왔을 가능성이다.

이랜드가 송원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점도 현대백화점과는 다른 전략이다. 매출과 연동돼 수익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매출이 높아지면 송원의 수입도, 이랜드의 수입도 많아지는 구조다. 일정 금액이라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송원'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

이랜드는 임대차 계약자인 만큼 향후 개발의 여지도 많다. 일례로 인천터미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점했던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꾸준한 증축과 개발을 통해 매출 볼륨을 키웠다. 즉 이랜드는 단순히 경영을 위임받아 영업을 하던 현대백화점과는 다르게 매출 향상을 통해 수익을 늘려야할 이유가 있다. 이랜드는 일정기간은 현대백화점 광주점의 기존 고객을 흡수하는 차원에서 사업 형태를 유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인근의 쇼핑몰(NC웨이브)과 연계해 SPA 매장 등 고객층을 다양화 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함께 구축해나간다는 계획도 함께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백화점 사업체를 매각하고 싶어했던 송원과 가격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현대백화점이 결별 수순을 밟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앞서 신촌점과 일산 킨텍스 점을 사들인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광주점 역시 전라도 지역의 거점으로 포기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유일무이한 수익 수단인 백화점을 내놓는 송원과 매출 대비 점포 매입 가격이 높다고 판단한 현대백화점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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