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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 야성을 되찾을 때

김용관 기자공개 2013-05-15 10:51:25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5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행보가 증권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비록 불발됐지만 5조4000억원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한 대표 주관사에 선정된 것이 첫번째. 또 하나는 국내 최초로 CB와 하이브리드채권을 결합한 상품으로 자본조달을 성사시킨 것. 국내 IB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신한금융투자의 위상을 단번에 바꿔놓은 2건의 딜이다.

2002년 신한금융지주가 굿모닝증권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성과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2000년대초까지 경쟁사였던 LG투자증권이 우리금융과 합치면서 단번에 업계 수위권으로 뛰어오른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사실 이 회사는 90년대 초부터 국제영업부문의 ‘부동의 강자'로 군림했던 증권사다. 당시로선 거액을 요구하는 외국인 리서치 헤드를 영입하면서까지 리서치와 국제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를 통해 업계를 리드했다. 대우증권과 함께 '증권업계 사관학교'로 불리기까지 했다.

은행의 증권업에 대한 ‘몰이해'는 성장을 가로막았다. 은행에서 내려온 보수적인 사람들은 증권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증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한 사람이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과는 전혀 다른 성과배분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증권맨들의 고액연봉에 대해 은행의 잣대로만 판단, 그들을 내치게 된다.

당시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 합병 6개월 만인 2003년 2월 굿모닝신한증권 임원들은 대거 이탈했다. 35명이던 임원 수는 하루아침에 70%가량 줄어들었고, 지역본부장들과 CFO 등이 줄줄이 옷을 벗어 회사는 공황상태로 치달았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리스크(위험)에 대한 접근도 판이했다. 은행 출신 사장이나 임원들은 리스크 자체를 싫어했다. 매니지먼트(관리)를 통해 리스크를 조절하는게 아니라 아예 회피하기 급급했다. 빅 딜이 나오면 리스크를 동반하는 단독 주관사나 총액인수는 거의 외면했다. 사고가 터지면 부서 자체를 없애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지주사 눈치를 보면서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 리스크를 먹고 사는 증권맨들은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년째 우리에 갇혀있는 동안 신한 증권맨들은 야성(野性)을 잃었다. 눈앞에 먹이가 있어도 어슬렁거리기만 할 뿐 폭풍처럼 달려가서 잡아채지 못했다. 아이디어는 번득였지만 실행력은 떨어졌다.

그런 신한금융투자가 야성을 되찾고 있다. 역시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온다. 지난해 2월 도기권 사장 이후 처음으로 증권맨인 강대석 사장이 CEO로 취임했다. 신한증권 시절 리테일 영업의 최강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잠시 금융투자업계를 떠나 음원업체 대표이사로 있었지만 강 사장은 두말할 나위없는 증권맨이다.

또한명의 인물이 있다. 동양증권 출신의 김병철 세일즈&트레이딩 그룹장(부사장)의 영입이다. 김 부사장은 채권 시장에서 전설로 통할 정도로 탁월한 인물이다. 2008년에는 IB 본부장을 맡아 동양증권 IB 하우스를 단기간에 업계 최강자로 만든 장본인이다.

영업의 달인들이 결합하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이다. 강대석 사장은 '2015년 업계 톱 5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총 자산 60조원, 우수 고객 4만명 확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종착역은 결국 '자산관리 중심의 증권사'다. 삼성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등 업계 수위권 증권사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증권업계의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시장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성을 되찾고 감춰왔던 발톱을 드러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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