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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실적 개선의 그늘

장소희 기자공개 2013-08-28 09:52:46

이 기사는 2013년 08월 26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성적표를 받은 제약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시작된 약가 인하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실적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상위 제약사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이 상위 5개 제약사에 이름을 올리며 제약업계 분위기 반전에 앞장섰다. 이들은 지난해 대비 매출은 평균 7%, 영업이익은 50% 늘어났고 당기순이익도 60% 이상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유한양행은 상반기 매출만 4500억 원을 훌쩍 넘기며 매출 1위 제약사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가량 증가한 수치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오리지널 품목들을 도입해 판매한 것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이런 도입 품목 판매 의존도를 높이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제약사 중 영업력 1위를 자랑 하는 대웅제약의 경우 도입 품목 매출 비중을 계속 키우고 있다. 지난 2011년 매출의 10%에 불과했던 도입품목 판매 비중은 올해 45%까지 커졌다. 덕분에 대웅제약은 상반기에만 도입품목으로 727억 원을 벌었다.

업계에서도 이런 상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약가인하라는 강경책을 써서 복제약(제네릭) 생산에만 치중된 제약산업에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가했지만 결국 다국적제약사의 배만 불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의 도매상'을 자처했다는 비판도 있다.

더구나 도입품목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국적제약사들이 판권을 회수해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판로가 확보된 다국적제약사들이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판매에 나설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도입품목 매출로 커진 국내 제약사들의 몸집이 다시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그나마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신약개발이나 사업다각화 등에 재투자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 비용을 모두 따져보면 수익이 늘었어도 재투자할 여력이 생겼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주가와 연결되는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신약개발 등의 미래 준비는 요원한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실적의 크기보다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울 국내 제약산업이 '도매상 노릇'으로 성장했다는 꼬리표를 달아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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