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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패션사업 왜 인수하나 패션 접목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이서현 밀어주기' 시각도

문병선 기자공개 2013-09-24 10:30:33

이 기사는 2013년 09월 23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1조500억원에 영업양수키로 결정한 이유는 정체된 에버랜드의 성장성을 제고시키는데 패션 사업이 큰 힘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에버랜드는 단체 급식 사업을 꾸준히 성장시켜 왔고 건설 사업도 나쁘지 않은 성장을 이뤘으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할만한 사업군으로 성장시키는데는 한계를 느껴왔다. 건설 경기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악화에서도 보듯 정체돼 있고 단체급식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 볼륨확대의 벽이 존재해 왔다. 대표적인 사업부인 테마파크 사업은 2010년 이후 매출이 내리막이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은 이런 삼성에버랜드에게 활로가 돼 줄 수 있다는 게 삼성그룹측의 판단이다. 지난해 기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매출액(순매출액)은 1조7752억원으로 삼성에버랜드 지난해 매출액(3조37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당장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1조500억원에 양수하면서 매출이 5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키울 수 있게 된다. 제일모직 패션사업 역시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해 왔던 에버랜드의 품에 안기면서 보다 안정적인 재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에버랜드 사업부문별 매출추이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패션과는 전혀 무관한 사업을 해 왔던 삼성에버랜드가 지금 이 시점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영업양수하는 배경을 놓고서는 여러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다.

◇제일모직 패션사업 실적악화 가리기?

제일모직은 최근 수년간 패션사업을 크게 키우고 있었다. 2004년 불과 9000억원대였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매출액은 작년 1조7000억원대로 두 배 성장했다. 2012년에는 한국형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8seconds)를 론칭하기도 했다. 야심차게 키우던 패션사업을 느닷없이 에버랜드로 넘기는 걸 두고 실적악화를 가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결정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제일모직 패션사업은 지난해 1조7752억원의 매출액(순매출액)과 6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해(1조6190억원)보다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직전해(723억원)보다 둔화된 수치다. 영업이익률 둔화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95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5억원에 그쳤다.

패션사업부의 실적 악화는 늘 그룹의 고민이 돼 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직접 패션사업을 지휘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잇세컨즈의 실적 악화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해 왔었다"고 했다. 만일 이번에 제일모직 패션사업이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가게 되면 실적발표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그만큼 삼성그룹은 패션 사업을 외부 공시 없이 차분히 키울 수 있게 된다.

◇이서현 부사장에 '패션사업' 밀어주기?

그러나 사실 패션사업이 제일모직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가는 걸 두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 또는 불리한지, 그 유불리를 따지기는 애매하다. 에버랜드의 강점을 살려 패션사업을 크게 키울 수도 있고 제일모직은 화학 및 전자재료 분야에 특화해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 투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패션사업을 에버랜드로 넘기면서 부담이 한결 가벼워지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런 사업 관계 변화보다 이서현 부사장에게 패션사업을 직접 넘기려는 삼성그룹측의 행보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서현 밀어주기'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이끌어 왔다. 이번에 삼성에버랜드로 제일모직 패션사업이 넘어가면 에버랜드 지분 8.37%를 가지고 있는 이 부사장은 '주주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추후 삼성에버랜드의 분할을 통해 패션사업체 지분 100%를 가지고 따로 계열분리가 가능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이 가지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주식(20만9129주) 가치는 가장 최근 평가된 에버랜드 1주당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4538억원 가량이다. 이는 삼성카드·제일모직·삼성SDI·KCC 등이 올해 상반기말 기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주식을 평가한 가격에 근거를 뒀다. 삼성에버랜드가 이번에 제일모직 패션사업체를 1조500억원에 영업양수하므로 이 부사장은 최소한 절반에 가까운 패션사업부 지분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서현 밀어주기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의 제일모직 주주구성으로 보면 이 부사장은 패션사업체를 직접 가지고 갈 수 없으나 에버랜드로 넘어가게 되면 직접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배구조와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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