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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력투구 [2014 승부수] 2년치 수주잔량 확보…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

강철 기자공개 2014-01-08 09:30:00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6일 09: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에게 2013년은 어느 때보다 힘든 해였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경영권 지분 매각이 장기간 표류하는 가운데 납품 비리로 전현직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하도급법 위반으로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내부적으로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이러한 풍파 속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연간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며 굳건한 입지를 과시했다. 2013년 말 기준 수주 잔량도 2년치 일감을 상회할 정도로 풍부하다. 이같은 견조한 성장의 바탕에는 30년 넘게 노하우를 축적해온 해양플랜트 부문의 기술력과 영업력이 자리잡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안정적인 수주 잔량을 토대로 드릴십, 반잠수식 시추선, 잭업리그(Jack-up Rig) 등 시추설비 부문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해저 원유(Subsea)와 천연가스 생산 설비 등으로 수주 범위도 확장할 방침이다.

해양플랜트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부문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한다. 조선소 현장에서 설계와 생산, 원자재 조달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현장 건조 능력도 키워나갈 방침이다.

◇ 탄탄한 해양플랜트 노하우 바탕 '고객 맞춤식 영업 전략' 구사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신규 수주 136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간 수주 목표액인 13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조선 빅3 중 3년 연속으로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량은 443억 달러로 향후 2년 동안 일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수주 물량의 60% 이상은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고정식 플랫폼과 잭업리그 등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만 81억 달러를 수주했다. 신규 수주에서 해양플랜트가 약 60%를 차지한다. 전체 수주 잔량 중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6%에 달한다. 2012년에는 업계 최초로 해양플랜트 수주액 1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2월 노르웨이 스타토일(Statoil Petroleum)에게서 고정식 플랫폼 상부구조물을 포함해 총 3기의 해양 설비를 수주했다. 총 수주 규모는 45억 달러에 달한다. 하루 평균 6만 3000 배럴의 원유와 9만㎥의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한 이 설비는 완공 이후 노르웨이 다그니(Dagny) 유전에 설치될 예정이다.

9월에는 덴마크 머스크 드릴링(Maersk Drilling)으로부터 대형 잭업리그 1기를 5300억 달러에 수주했다. 현재 옥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며 2016년 인도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잭업리그를 수주한 건 1983년 이후 30년 만이다. 기존 설비의 노후화로 신규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잭업리그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2006년 처음 수주에 성공한 심해 시추 드릴십은 현재까지 총 30척을 수주해 13척을 고객사에 인도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밴티지(Vantage), 앳우드(Atwood) 등에서 총 7척의 드릴십을 수주하며 드릴십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중공업(5척)을 앞질렀다.

대우조선해양 드릴십
대우조선해양 드릴십

대우조선해양 해양플랜트 부문의 특징 중 하나는 경쟁사에 비해 고객사의 재발주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셰브론(Chevron), 토탈(Total), 스타토일 등 메이저 오일사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장기간에 걸쳐 거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해양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며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식 영업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사 입장에서는 건당 수십 억 달러에 육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조선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1980년대 초부터 다양한 해양 설비 공사를 수주해왔고, 최근 10년 기준으로 대형 해양플랜트 공사 경험이 가장 풍부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높은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양플랜트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매년 저하되고 있다. 2011년 1조 887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2년 4863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3년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한 4260억 원이다. 2011년 약 8%에 달하던 영업이익률도 2012년 3.5%로 하락했고 2013년은 3%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 전반에 걸쳐 진행된 저가 수주분이 2012년부터 매출액으로 인식된 것이 수익성 저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1~2년은 조선사들의 획기적인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수주 잔량이 많아 무리한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예전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중심 사업 전략 마련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심해 시추 드릴십 외에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서브시' 등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의 역량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2~3개의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FPSO의 수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브시 분야는 기존의 M&A를 통한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현재 20~30명으로 구성된 특수성능연구 그룹이 해저 원유수송용 생산라이저, 해저 파이프 등 생산용 서브시 장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한다. 2012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해양플랜트 설계를 전담하는 엔지니어링 센터(PT. DSME Indonesia)를 세운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미국 휴스턴에 엔지니어링 계열사인 'DSME Offshore Engineering'을 설립했다. 11월에는 서울시와 R&D센터 건립을 위한 마곡산업단지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까지 총 7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선소 현장에서의 건조 능력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제2드라이독' 확장 공사를 실시하고 새로운 크레인을 설치하는 등 관련 생산 설비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궁극적으로 설계와 생산, 원자재 조달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마곡 센터와 휴스턴, 자카르타로 이어지는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축적해나갈 방침"이라며 "중앙연구소와 경영전략팀을 통합하는 등 향후 엔지니어링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쿠툰다기 잭업(1)
대우조선해양이 옥포조선소에 건조한 고정식 플랫폼 아쿠툰다기(Arkutun-D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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