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신용평가사, KT ENS 안일한 대처 '충격' 키웠다 [KT ENS 법정관리 후폭풍]2월말 우발채무 현실화 시작…KT 지원가능성 믿고 미온적 대처?

황철 기자공개 2014-03-13 09:36:48

이 기사는 2014년 03월 12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ENS 법정관리 사태의 파장이 자본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어떠한 시그널도 주지 못한 신용평가업계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적어도 PF 우발채무 현실화가 시작된 2월 중순에는 등급 감시대상(Rating Watch) 정도에는 등재했어야 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사기 사건 발생 직후부터 "협력업체와 개별직원이 연루한 사적 계약에 따른 것일 뿐 KT ENS 신용등급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번 법정관리 신청에서 볼 수 있듯 KT ENS의 자본시장 접근성은 사건 초기부터 크게 떨어졌다.

조달 안정성과 평판 리스크는 채무 상환 능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신용등급 평정에서도 핵심적인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사실상 시장에 어떤 경고음도 내지 않았다. 배경에는 대주주 KT에 대한 안일한 믿음과 초대형 그룹 계열의 신용등급 조정에 대한 부담감이 상호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부실 징후 곳곳, 신평사 묵묵부답

KT ENS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초우량 대기업집단인 KT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전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달 중순 기업 신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KT ENS는 2월20일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PF 관련 채무를 3개 SPC로부터 인수했다. 대출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지 불과 보름 후의 일이다. SPC에 지급보증한 우발채무 현실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KT ENS는 2월26일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하지만 이때도 신용평가사들은 KT ENS의 신용등급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 크레딧 코멘트 등을 통한 입장 정리조차 없었다. 일반적으로 우발채무 현실화는 기업 신용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크레딧 이슈로 간주된다.

특히 해당 금액은 KT ENS 자기자본 578억 원(2013년 9월말 기준)의 78%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KT ENS의 현금성 자산이 160억 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자체 능력으로 우발채무 현실화를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다.

PF 우발채무는 동일 사업장에서 한번 부실이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2월말 채무인수는 이후 만기도래 ABCP와 ABSTB의 부도 가능성을 확실히 드러내 준 사례로 통한다. 적어도 KT ENS의 우발채무 현실화를 기점으로 등급 하향 검토대상 정도에는 등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KT ENS의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KT ENS가 실질차주로 있는 PF ABSTB의 등급을 평정하고 있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T ENS의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장 PF를 기초자산으로 CP(전단채 포함)를 발행한 곳은 그랜드제삼차, 루카스, 신재생엔에이치제육차(이상 SPC) 등이다.

◇ 사기 사건 직후부터 원론적 입장만 고수

3대 신용평가사의 안일한 대처는 KT ENS 관련 사기대출 발생 직후부터 시작됐다. 유동화 등급을 갖고 있는 한국기업평가는 당시 어떤 입장도 드러내지 않았다. NICE신용평가와 사기사건의 직접 대상인 ABL 등급을 평정한 한국신용평가가 짧막한 코멘트를 냈을 뿐이다. 이마저도 내용은 부실했고 방향 역시 빗나갔다.

두 평가사는 당시 "대출사기 혐의 금액이 KT ENS의 실질적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지 모니터링 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짤막한 코멘트를 냈다. 그러나 이번 KT ENS 사태에 있어 신용평가의 핵심 사안은 대출사건의 수사와 판결이 아니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대기업 계열 신용등급 평정의 핵심 요소인 대주주 지원 가능성과 대외 신인도가 철저히 붕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KT ENS의 평판 리스크는 자본시장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렸고 PF 부실로 이어졌다. 특히 신용평가사가 믿고 있었던 KT의 지원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은 분명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일이지만 대출 사기 사건 직후부터 PF 등의 재조달 위험은 커졌다"라며 "관련 ABCP와 ABSTB 평가까지 하고 있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 이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