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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證 주관, PF부실 책임공방 '진짜 이유는' [KT ENS 법정관리 후폭풍]주관사 역할 부족, 선관의무 위배 vs 리스크 관리 차원 '불가피'

황철 기자공개 2014-03-17 10:25: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13일 1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ENS가 법정관리 신청의 뇌관으로 작용한 CP(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만기 연장 실패의 원인제공자로 NH농협증권을 지목했다. NH농협증권은 책임 떠넘기기라며 강력 반발해 양사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일차적 책임이 대출원리금의 보증을 선 KT ENS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지 않다. 증권사나 외부의 신용보강 없이 나홀로 보증에 나서 '독박'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NH농협증권이 주관사나 자산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파이낸싱 조력자로서 신의성실의 원칙과 선관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 실제로 NH농협증권이 추가 매입약정 제공 등에 나섰다면 충분히 투자자를 모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리스크 관리와 IB 업무의 한계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일방의 잘못으로 몰아가기는 어렵다는 반론 역시 팽팽하다. 어쨌든 NH농협증권으로서는 주력 부문인 유동화 영업에서 평판저하에 따른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게 됐다. KT ENS를 비롯한 KT그룹 계열사 역시 신인도 저하에 따른 조달여건 악화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KT ENS 불리한 계약, NH농협증권 막대한 차익

KT ENS가 채무인수나 자금보충 등 신용보강을 제공한 ABCP나 ABSTB 잔액은 1513억 원(13일 만기도래분 포함) 가량이다. 대출이자에 대응한 물량의 경우 잔액이 변했을 수 있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이 물량들은 그랜드제삼차·제사차, 신재생엔에이치제삼차·제육차, 아이비에스에이치제일차, 루카스 등 6개 SPC가 발행했다. 모두 NH농협증권이 주관하고 자산관리자와 업무수탁자 역할도 수행했다. 13일을 시작으로 전량 연내 만기도래한다.

해당 CP의 유동화 구조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실질차주인 KT ENS에 상당히 불리한 구조로 짜졌다. 반면 NH농협증권으로서는 리스크가 크지 않고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유가증권이기도 했다.

당장 법정관리의 트리거가 된 보증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해당 CP에는 원리금 지급연체 등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KT ENS가 대출채무를 인수하거나 자금을 보충한다는 확약이 붙어있다. 최근 유동화증권에 일반적으로 붙어 있는 주관사나 타 금융기관의 매입약정 등 별도 신용보강은 없었다. 사실상 KT ENS의 신용만으로 발행한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다.

조달 비용도 상당히 높았다. NH농협증권이 설립한 SPC가 ABCP와 ABSTB 발행대금으로 사업자(거래상대 SPC)에 대출해 줄 때의 금리는 6%후반~7%중반에 이르렀다.

일례로 그랜드제삼차가 코리안델타솔라퍼스트와 치오카네스티코리아에 집행한 466억 원 약 4년짜리 대출의 이자율은 7.50%였다. 신재생엔에이치제육차유한회사가 유일이이티에 빌려준 대출금리도 6.95%다.

반면 ABCP와 ABSTB는 만기를 크게 줄이고 KT ENS의 신용보강까지 받아 금리를 3%후반에서 4% 중반까지 낮췄다. 신재생엔에이치제육차가 발행한 ABCP 최초 매출금리는 4.00%였다.

NH농협증권으로서는 매입보장 등 별도의 신용공여 제공없이 유동화 영업으로 상당한 금리차익을 얻었다. 자산관리와 업무수탁과 관련한 제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1~2%대의 차익을 남겼다. NH농협증권이 관련 PF 영업으로 올린 수익은 1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조건에서도 프로그램 설정을 통해 자동 롤오버되는 일반적 구조가 아닌 단회차 차환 발행을 이어가게 구조가 짜졌다. KT ENS와 프로젝트 사업사로서는 단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상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일반적인 PF 유동화와는 차이가 있었다.

◇ 무분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허용이 빚은 비극

KT ENS가 주관사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 배경에는 계약 제반사항에 대한 뒤늦은 후회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ENS가 최근 "사업성이나 담보설정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계약을 맺은 부분에 실수가 있었다"라고 인정한 것도 이와 연관을 맺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조차 NH농협증권이 주관사로서의 역할에 미진한 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담당자로서 일종의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선관의무에 소홀했다는 것.

특히 사기대출 등의 사건으로 투자심리가 경색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되면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한 딜에 투자하겠다는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시간의 문제였지 아예 프로젝트가 망가지거나 수요가 말라버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계약 갱신 과정에서 NH농협증권의 매입약정 제공 등 추가 신용보강이 있을 경우 충분히 자금 유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 딜에 대해 일시적인 수급 문제가 있었지만 사업성이 훼손된 것은 전혀 아니었다"라며 "일반적으로 대형 IB의 경우 PF 영업에서 주관사로서 일정 부분 위험을 함께 짊어지고 사후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BBB급 기업이라면 대우가 다르겠지만 KT ENS 정도의 기업에 단기 자금경색을 이유로 주관사가 발을 빼는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NH증권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KT가 지원에 나서지 못한 배경과 비슷하게 배임 이슈의 소지가 있다는 것. KT ENS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보강이나 채무인수 등에 나설 경우 배임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리스크 심의에서 통과되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계약상 KT ENS에 불리하게 설정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론적인 것일 뿐"이라며 "IB 부서가 단독으로 신용보강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리스크 심의 등에 걸릴 소지도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역시 KT ENS같은 기업의 높은 신용도를 믿고 영업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신의성실과 관련한 문제로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릴 만한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자체 재무구조로 감당하기 힘든 사업이 허용되고, 별다른 검증 없이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자본금 500억 원 대 회사가 2000억 원이 넘는 사업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는 데도 아무 하자가 없었다는 것부터 문제"라며 "KT계열사나 NH농협증권이나 평판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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