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07일 11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닭장처럼 비좁은 이코노미클래스에서 10시간 가까이 꼼짝없이 앉아 있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특히 좁은 좌석에서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면 다리가 퉁퉁 붓는다. 하반신에 혈전(血栓), 즉 피떡이 생겨 다리를 붓게 만드는 것이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떠돌아다니다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을,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을 일으킨다. 폐동맥으로 들어가 혈관을 막으면 최악의 경우 쇼크사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이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와 달리 비좁은 이코노미클래스 승객에게만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불린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그런 이코노미클래스를 타고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례적이다. 본인의 말을 지키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연초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출장시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혔다고 한다.
"설마 이코노미 타겠어?"라고 임직원들은 의심했지만 54년생 김 사장은 실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유럽을 왕복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김 사장의 의지가 회사에 전달된 것은 당연지사. 삼성증권의 강도높은 비용절감 시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 좌석을 탄다고 얼마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까. 이런 '보여주기'를 통해서라도 증권사의 절박한 현실을 알리려는 모습에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삼성증권 뿐 아니라 대부분 증권사들이 비용절감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때 분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던 때를 떠올리면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2009년 연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원에 달할 때 증권업계 빅5의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이 5조7000억원대로 줄어들자 이들의 영업이익은 2500억원으로 급감했다. 수수료율 하락 등이 겹치면서 이익 하락폭은 거래대금 감소폭을 훨씬 웃돌고 있다.
현재와 같은 증권사 수익구조에서는 거래대금이 증가하지 않으면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뻔한 얘기지만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비용절감 효과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다리가 퉁퉁 붓는데 그 원인을 진단, 치료하지 않고 대증요법에 기대거나 응급치료만 한다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증권업계는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응급치료(비용절감)와 대증요법(구조조정)에 의존해 왔다. 근본적인 진단을 통해 질병을 밝혀낸 뒤 수술이나 약물치료, 체질 개선 등 힘들고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은 애써 피해왔다.
다시 증시가 살아나고, 날이 개기만 기대할 것인가. 호황은 잠깐이다. 결국 이전투구와 출혈경쟁으로 혈전은 또다시 발생하고, 혈관을 막아버리게 된다. 선수들은 돈을 좇아 또다른 곳으로 떠난다. 보급도 제대로 못받은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친다. 몰려 다니기만 하다가는 영원히 이코노미 클래스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이 고단한 악순환을 끊는게 정말 어려울까.
안개가 자욱하다. 한치 앞도 안보인다. 그렇다고 안개가 걷히기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오히려 용기를 갖고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길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법. 새로운 사업과 고객 서비스, 직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설 절호의 시점이다. 안개가 걷힐 때쯤이면 불만으로 가득한 고객들은 모두 떠나고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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