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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일본서 고전 [유통家 해외사업 명암]M&A 활용 해외진출 경험 다수 불구 일본 업체 PMI 지지부진

김선규 기자공개 2014-07-14 08:23:39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0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해외진출'일 것이다. LG생건의 해외진출은 1995년 중국을 시작으로 꾸준히 확장해왔지만, 차석용 부회장 취임 이후 굵직한 해외M&A가 성사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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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M&A를 통한 진출은 빛과 그림자를 함께 갖고 있다. 자금을 털어서 거머쥔 일본 화장품 업체의 성장세가 불투명하다. 일본 업체에 대한 M&A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지금껏 유지해왔던 성장세도 꺾일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반면 LG생건이 공을 들인 M&A보다 시장의 평가가 좋은 해외 진출사례가 있다. 바로 LG생건의 자회사인 더페이스샵의 중국진출이다. 더페이스샵은 적절한 시기에 진출전략을 수정한 덕분에 중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페이스샵 중국 진출, '전략 수정' 빛났다

더페이스샵은 홀세일(도매)방식으로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진출 초기 중국 현지 도매상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을 판매했다. 이같은 판매방식으로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판매물량을 모니터해 구체적인 진출전략과 시기 등을 모색했다.

중국 내 판매물량이 점차 증가하자 더페이스샵은 2007년 현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던 포샨(Lyone Foshan), 형청(Hengcheng)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더페이스샵이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현지 상권분석 및 유통정보 파악의 시행 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판매거점이 없었던 더페이스샵은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업체와 협약을 통해 중국시장 관문을 쉽게 뚫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물류시스템 구축이나 까다로운 현지 규제, 인력 활용 등의 걱정도 덜 수 있어 빠르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성공적이었다. 더페이스샵은 단시간 내 전국 유통망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실제 더페이스샵의 중국 내 매장 수는 급성장세를 보였다. 2011년 불과 100여 개에 불과했던 매장 수가 지난해에는 370개로 늘어났다. 덩달아 매출도 증가했다. 2011년 이후 매년 30% 이상 늘어나 지난해에는 441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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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프랜차이즈로 외형성장을 이룬 더페이스샵은 포샨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대비했다. 현지 마스터프랜차이즈를 통한 유통 방식은 빠른 사업 전개로 성장성이 나쁘지 않았지만, 국내 2배에 이르는 높은 제품가격, 부실한 재고관리, 일관되지 못한 마케팅전략으로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브랜드 관리를 할 필요성이 높았다.

이를 위해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마스터프랜차이즈에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해 직접 중국 시장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외형확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경영관리를 강화한 덕분에 중국 더페이스샵의 아이템이 종전 200여 개에서 500여 개로 대폭 증가했고, 가격 조정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였다. 또한 이전에 소극적이었던 광고와 마케팅에서도 배우 김수현을 앞세운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중국 내 더페이스샵의 인지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증권사 연구원은 "진출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한 덕분에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시장 안착이 빨랐다"며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해 보더라도 규모 면에서는 뒤쳐지지만, 사업 전개 과정에서 리스크 요인이 적었고 힘을 덜 들였다"고 말했다.

◇일본서는 고전..컨트롤 타워 없었다

반면 445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일본업체들의 성장성에는 의문이 따라 붙고 있다. 인수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감소할 뿐만 아니라 일본 화장품 시장도 눈에 띄게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LG생건은 일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2012년부터 화장품통신판매 업체인 긴자스테파니(1884억), 이너뷰티업체인 에버라이프(3300억), 건강기능식품회사로 알려진 R&Y(45억)를 잇달아 인수했다. LG생건은 포화상태인 일본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틈새시장인 통신판매와 이너뷰티 업체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건은 이들 업체들의 시너지를 통해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껏 이들의 실적은 LG생건의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긴자스테파니의 경우 200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21억, 296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77억, 40억 원을 기록했다. 5년만에 매출액은 반토막나버렸고 영업이익은 7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 원인으로는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지진 여파 등으로 일본 화장품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한 약국(Drugstore)을 통한 중저가 혹은 기능성 제품들이 팔리는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저하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1년에는 긴자스테파니의 신규고객 발굴을 전담하는 오사카 사업소를 폐쇄했다. 신규 고객기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인 셈이다.

화장품 통신판매의 경험이 부족한 LG생건이 긴자스테파니를 탈바꿈시켜 실적 턴어라운드를 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단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판매 경험이 부족해 긴자스테파니를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수 이후 아직 PMI(기업인수 후 조직통합)조차도 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일본 인수업체들의 실적부진이 이어진다면 그간 이어온 실적 성장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나 시너지 작업이 늦어진다면 M&A효과가 빠른 속도로 저하될 수 있고, 이는 과도한 차입금과 부채비율과 맞물려 단기적으로는 재무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일본 화장품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2위 시장이다"라며 "긴자스테파니와 에버라이프가 통합 과정에 있는 만큼 향후 시너지 효과와 실적 개선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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