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28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은 만도를 불신하고 있다. 이 불신은 만도가 위기에 처한 ㈜한라(옛 한라건설)를 다시 지원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시작한다. 한마디로 '오너리스크'가 근원이다. 속내를 짚어보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을 믿지 않고 있다는 거다.국민연금은 또다시 만도의 주요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만도의 기업 분할안이다. 국민연금은 지분 12.95%를 가진 2대 주주다. 앞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신사현 대표의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고 있는 건 모두 ㈜한라에 대한 자금 지원 우려와 관계가 깊다.
애당초 만도가 불신의 씨앗을 제공한 건 맞다. 만도는 올해 초 한라건설에 3400억 원을 지원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우회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무너진 신뢰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오너리스크 때문에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양치기 소년의 비애라고 할까. 이제는 시장에서 만도의 결정, 정 회장의 의중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지 않는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도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고 누누이 설명했지만 시장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한라를 지원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관전자로서 '오너'가 없었던 시절의 만도가 떠오른다. 정 회장이 지난 2008년 되사올 때까지 만도는 적지 않은 시간을 주인 없이 보냈다. 그룹이 생존위기를 겪던 IMF 외환위기 당시 JP모건 파트너스와 어피니티 캐피탈에 매각됐었다.
이후의 스토리는 만도 임직원들에게 더욱 생생하다. JP모건 측은 2002년과 2003년에 잇따라 유상감자를 실시하며 1710억 원을 회수했고 2005년 배당금으로 256억 원을 받으며 투자 6년 만에 2000억 원에 가까운 원금을 거둬들였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받아간 배당금은 1244억 원에 이른다. 투자회수(EXIT)를 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투자 시기를 놓쳐 성장이 정체됐다. 연구개발(R&D) 비용이 메마르면서 기술력이 뒤쳐지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만도를 다시 사온 뒤로는 많은 게 바뀌었다는 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한결같은 평가다. R&D 비용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지난 2008년 연간 R&D 비용은 277억 원. 올해 1분기 R&D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만도는 지난해 총 2082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밖에서는 정 회장을 오너리스크와 동일시하는 반면 안에서는 회사에 애정을 가진 주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 회장은 ㈜한라의 위기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유 중인 ㈜한라 지분(23.58%)을 끝까지 보유할 계획이다. 이 지분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쓰임새가 다양하다. 적절히 활용하면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 지분을 끌어올려 그룹에 대한 장악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고 일반 주주와 같이 ㈜한라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겠다는 뜻이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만도는 한라홀딩스가 ㈜한라에서 자산을 매수할 경우 강화된 정족수를 통과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한라 지원를 우려하는 시장에 던진 강력한 메시지다. 더이상 ㈜한라에 대한 자금 지원은 없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오는 28일 주총에서 다루게 될 분할안은 결국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주총의 결과가 그러했듯이 정 회장은 충분한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과 만도가 보다 간절히 원하는 건 주총의 결과가 아닌 시장의 신뢰다. 한 번 더 기회를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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