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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오너가 삼남매, 정석기업 지분매각 '미스터리' 전문가들 예상과 배치..매각대금 180억 용처에 관심

이경주 기자/ 문병선 기자공개 2014-08-29 08:10:0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28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오너가 삼남매가 정석기업 주식을 예상 밖으로 모두 처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순환출자해소를 위해 정석기업과 한진칼(지주사) 합병이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정석기업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할 오너가 자제들이 그 기회를 스스로 버린 일이기 때문이다.

삼남매가 정석기업 지분을 들고 있으면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지주사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었으나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이 시나리오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2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정석기업은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각각 보유한 주식 2만3960주(1.28%)씩을 59억3700만 원에 장외취득했다.

이에 따라 정석기업은 자사주 8만3204주(4.44%)를 신규로 보유하게 됐으며 삼남매는 주식을 모두 정리해 지분율이 0%가 됐다.

앞서 정석기업은 지난달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자사주 취득 승인 안건을 가결하고 지난 6일부터 주주들을 대상으로 자사주 양도 신청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정석기업 주식을 매각한 양도자가 정석기업 지분을 더 사야 할 것으로 예상되던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라는 점이다. 이들은 정석기업 지분을 그대로 들고 있거나 늘려서 추후 한진그룹 지주회사(한진칼)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점쳐져 왔다. 이번 주식 매각은 이런 예상과 정반대 행보다.

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관련법에 의해 내년 7월까지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간 단계 하나만 끊으면 순환출자는 해소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이 6.9%로 낮아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 조건(지분 20%)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석기업-한진칼-한진' 합병과 ‘정석기업-한진칼' 합병방안이 유력하게 예상됐다. 이 경우 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지분 9.8%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자회사 편입요건과 순환출자해소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시나리오 상으로는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는 정석기업 지분을 현재 그대로 보유하거나 더 취득해야 지주회사 지배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정석기업 합병이 진행될 경우 정석기업 주주들은 정석기업의 가치와 보유 지분율에 따라 합병법인의 신주를 배정받게 돼 정석기업의 지배력이 지주사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남매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번에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전문가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남매가 조금이라도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석기업 지분을 계속해서 들고 있는 것이 맞다"며 "예측에서 벗어난 행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현금 만들어주기'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석기업이 시장평가보다 비싼 가격에 자사주 가격을 책정해 삼남매로부터 사들이고 삼남매는 확보한 자금으로 추후 지주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방법이다. 살제 시장은 정석기업의 자사주 가격 책정이 시장평가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석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 총액은 2935억 원으로 주당 순자산가액은 약 15만6410원 수준이다. 이번에 거래된 자사주가격은 이보다 약 9만 원 비싼 24만7796원이다.

하지만 이 경우 도덕적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가 있고 조양호 회장이 함께 지분매각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떨어진다.

세금 납부를 위한 매각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남매는 부친으로부터 지난해 5월경 대한항공 지분 1.06%씩 증여받은 바 있다. 총 759억 원대 증여였다. 증여세로만 총 300억 여원이 예상됐다. 당시 삼남매는 분납, 연부연납(장기간 나누어 납부), 대출 등의 방법을 활용해 세금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에 정석기업 지분을 매각한 자금은 총 180억 여원가량으로 얼추 부족한 세금을 내기에 적절한 규모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한이 1년 남짓 남았다"며 "지주회사 전환 요건 충족 과정을 지켜보면 이번에 정석기업 지분을 매각한 배경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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