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1월 18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ELS 시장의 화두는 단연 현대차다. 지난 9월 한전 부지 매입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가 녹인(원금손실 발생 기준가격)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현대차 주가가 17만 원까지 떨어진 시기였다. 녹인 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권사간 헤지 방법을 언제 변경할지에 대해 눈치 싸움이 들어간 것이다.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반신반의였다. 종목형 기초자산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인기가 좋았던 현대차가 녹인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예상의 밑바탕에는 이성적인 분석보다도 현대차 ELS의 녹인 이후 파급효과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앞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ELS는 11월 초 녹인에 진입했다. 다행스럽게도 녹인 진입 규모가 미상환 잔액 중 일부분인 100억 원에 그친 덕분에 파장은 크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부양에 나선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장에 남겨진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부터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종목들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가 녹인에 진입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현대차가 추가됐다. 종목형 ELS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2010년 30%가 넘던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대 까지 떨어졌다.
가장 큰 책임은 증권사에 있다. 종목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없이 실적 올리기를 위해 ELS 발행에만 급급했다. ELS 발행 자격을 갖춘 26곳의 증권사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증권사의 ELS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느끼곤 했다. 기업분석과 실적에 대한 전망보다는 그래프의 추이만을 보고 주가를 예측한다는 점이다. "과거 20만 원을 형성하던 주가가 15만 원으로 떨어지면 다시 20만 원으로 오르겠죠"라는 근거 없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종목형 ELS가 다시 예전의 발행량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투자자들을 버린 대가는 혹독하게 돌아오고 있다. 2%대의 점유율이란 수치는 의미를 찾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증권사는 꾸준히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지난 10년간 인기를 끌었던 금융상품만 꼽아 봐도 주식형 펀드, 랩 어카운트, 해외채, ETF 등이 있다. 최근에는 ETN도 추가됐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금융상품이 빠르게 교체되고 새로운 금융상품이 그 자리를 채운다. 종목형 ELS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증권사의 살림살이는 많이 나아졌을까. 지난해부터 시작된 구조조정 한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증권사 직원 중에 요즘 회사 다닐 맛 난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렵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 먼저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늘릴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단순히 ‘봉'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증권사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종목형 ELS처럼 시장을 잃고 사라지는 금융상품이 앞으로도 속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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