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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정의선 프리미엄' 잃나 증권가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중심 탈락'에 무게… 주가 하락 가능성 커

정호창 기자공개 2015-01-16 08:50: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4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 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EV)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하려다 실패한 영향으로 당분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번 블록딜 추진으로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프리미엄'을 대거 상실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12일 장 마감 후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 2170주(지분율 13.39%)에 대한 블록딜을 추진했으나 투자자들의 저조한 참여로 매각에 실패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주관했으며, 할인률은 7.5~12%로 설정됐다.

블록딜 할인률이 통상 5% 수준에서 설정되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에는 비교적 높은 할인률이 적용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정 회장 부자의 지분 매각 의지가 꽤 높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 모집 결과가 저조해 결국 이번 딜은 무산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초청한 해외 투자자들이 블록딜 이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투자금 회수(Exit)가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한 결과로 보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이번 블록딜 추진이 '현대글로비스의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재편 중심 탈락'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현대차 그룹 승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라는 점을 근거로 '향후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재편의 정점에 설 기업'으로 평가해 왔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향후 현대글로비스를 현대모비스나 신규 지주사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증권시장에서 본질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블록딜 기준가인 12일 종가 30만 원을 적용한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11조 2500억 원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순차입금 규모는 8377억 원 정도이므로 기업가치(EV)는 12조 877억 원으로 산출된다.

2013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간 현대글로비스가 벌어들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7228억 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12일 종가 기준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EV)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에비타 배수(EV/EBITDA) 16.7배로 계산된다.

이번 블록딜에 적용된 최고 할인률 12%를 적용할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9조 9000억 원, 기업가치(EV)는 10조 7377억 원이다. 이 조건으로 블록딜이 성사됐다면 거래 밸류에이션은 에비타 배수(EV/EBITDA) 14.9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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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코스피 상장기업 평균 에비타 배수인 7.72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현대차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에비타 배수가 8~9배 정도인 것과도 큰 차이가 난다.

심지어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통상적인 지분 매매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록하는 인수합병(M&A) 거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경영권 지분 거래에 적용된 밸류에이션은 10.1배로 현대글로비스 블록딜보다 5배 가량 낮다.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EV)에 수조 원 규모의 '정의선 프리미엄'이 얹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이번에 블록딜 추진을 결정하면서 이런 현대글로비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다.

현대차 그룹은 블록딜 추진 이유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일 뿐 경영권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를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담보다 블록딜로 인한 양도세 부담이 더 큰 상황이며, 정몽구 회장보다 정의선 부회장의 매각 규모가 더 크다는 점에서 현대차 그룹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블록딜 추진이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평가를 '지배구조 재편의 주축'에서 '정 부회장의 승계자금 마련용 기업'으로 떨어뜨렸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현대글로비스 주가에 얹힌 '정의선 프리미엄'이 서서히 축소되거나 소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이런 예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블록딜 추진 소식이 전해진 후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13일 증시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14일 역시 9.22% 하락세를 나타내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2조 5700억 원가량 증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주가 약세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블록딜을 재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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