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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벌3세]"할아버지 손잡고 다니던 공장, 목숨걸고 지킨다"[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험난한 워크아웃 극복..스킨십 경영으로 보폭 넓혀

문병선 기자공개 2015-02-12 08:18:41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2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다녔던 공장입니다. 목숨을 걸고 지켜내겠습니다."

2010년 중반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경영관리부문 상무·사진)은 운집한 채권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2009년말 채권단 관리를 선언하고 다음 해 초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졌으나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였다.

박세창 부사장 (3)
그는 '90% 원금보장, 10% 출자전환'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150여명의 채권자들에게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주식가치로 보답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워크아웃 기업이 채권자들에게 90%의 원금보장을 약속하는 건 전례없다. 적지않은 워크아웃 채권자들이 원금을 모두 날리는 사례와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 약속이었다. 박 부사장은 금호타이어 사업을 어떻게 일으킬 지 채권자들에게 설명하고 모든 채권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는 당시 채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채권자들을 설득하던 때가 한국나이로 그가 서른여섯이 되던 해다. 그는 1975년생이다. 서른여섯의 청년 박세창이 감당하기엔 적지않은 부담이었으나 벅찬 경험이기도 했다. 앞서 2010년초 산업은행과 대주주간 합의서에 사인을 할 때도 그는 부친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대신해 직접 채권단 앞에서 인감 날인을 했다. 가진 걸 모두 내놓겠다는 문서였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요즘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지난 5년의 경험은 박세창을 강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얼마가 될 지 모르지만 기업을 하는 동안 (이번 경험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세차장' 별명 가진 소년, 타이어회사 부사장되다

금호가(家)에는 딸들을 제외하고 총 4명의 3세가 있다. 박재영씨, 박 부사장,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 등이다. 순서대로 올해 한국나이로 46, 41, 38, 38세다. 그런데 장손인 박재영씨는 경영에 뜻이 없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고 영화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금도 영화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창 부사장 가계도

따라서 나이로 보면 박 부사장이 맏형 격이다. 부친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을 경영하고 있어 그가 그룹의 차기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엔 의문이 없다. 한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두산그룹이나 LS그룹처럼 형제경영이 이뤄지며 '대권'을 나누어 가졌으나 지금은 사실상 계열분리가 이루어진 상태다.

재계 서열 25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박 부사장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대부속초등학교, 신사중학교, 휘문고등학교를 나왔다.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미국 MIT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는 김현정씨와 연애결혼을 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김현정씨는 박 부사장과 중학교 동창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 6~7년 연애를 했다. 주말엔 가끔 심야영화를 함께 본다. 화려한 혼맥으로 재계를 주름잡던 금호가문의 혼사 관례와 다른 러브스토리다.

처음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겸손하고 예의바른 그의 모습에 놀란다고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무실이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층의 바로 옆에 조그맣게 마련돼 있고 소박하기 그지없다"며 "90도로 머리숙여 인사하고 깍듯이 선후배들을 대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했다.

박 부사장의 지인들에 따르면 어려서 별명은 '세차장'이었다. 친구들끼리 이름(박세창)을 가지고 별명을 짓던 유치한 경향 때문에 단순하게 붙여진 별명이다. 어쨌든 자동차 관련회사에서 부사장을 하고 있으니 어려서 별명이 영 연관이 없지는 않았다. 농구, 축구, 야구 등 스포츠는 대부분 좋아하고 특히 초등학교 때엔 스케이팅 선수였다.

그는 요즘도 간혹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둘(12살, 8살)을 데리고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을 찾는다고 한다. 스키도 실력파다. 오히려 스케이팅은 자주 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하는 데 스키를 더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름엔 수영을 가끔 즐기지만 자주하는 편은 아니다. 중학교 시절엔 시합 대표로 나가 2~3등은 했던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대부속초등학교에 다닌 이유는 기독교 때문으로 알려졌다. 재계 2~3세들이 경기초등학교, 경복초등학교, 리라초등학교, 계성초등학교 등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주로 다니던 때였다. 아무래도 종교가 정해진 학교에 재벌 2~3세들의 입학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인맥은 많지 않은 편이다. 휘문고등학교 인맥으로는 윤석민 SBS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등이 꼽힌다. 어려서부터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절친이다.

학창시절 그는 '둥글둥글'한 성격을 가진 소년이었다고 한다. 한 지인은 그에 대해 "재벌 자제인 것 때문에 피해를 봤으면 봤지 득을 본 적은 없었다"며 "친구들과 둥글둥글하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대는 대학 2년을 마치고 현역 입대했다. 기무사에서 근무했다. 이병 시절 강원도 고성 근처 기무부대에서 근무하다가 고성 인근에 큰 산불이 나는 바람에 졸지에 부대가 없어지자 서울 기무사령부에서 근무하게 됐다.

◇'스킨십 경영'으로 보폭 넓혀

박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7월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하면서부터다. MBA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약 2년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입사 이후 2005년 10월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다양한 실무를 접하며 착실히 경영 노하우를 쌓아 가던 그는 2006년 12월 그룹 전략경영본부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임명되며 첫 임원을 달았다. 그리고 2008년 12월 그룹 전략경영본부 경영관리부문 상무로 진급한다.

[금호타이어]박세창 부사장(1)

박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았던 이 시기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기업 사사(社史)상 가장 '흥(興)'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재계 서열 10위권으로 진입했다. 고 박인천 창업주가 조그만 택시회사를 기반으로 그룹을 일궈 온 이래 가장 규모가 비대해지던 때다.

그리고 나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승자의 저주'에 걸린 듯 위기가 닥쳐왔으니, 박 부사장은 그룹의 '흥'과 '쇠(衰)'를 모두 옆에서 지켜본 3세 경영자가 됐다. 이는 박 부사장의 위기 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됐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성장만 하는 기업 안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3세와 온갖 어려움을 모두 겪은 기업에서 수업을 받은 3세의 대처 능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박 부사장은 임직원과 스킨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희망을 논합시다'라는 제도는 그의 스킨십 경영의 대표작이다. 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재직할 당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룹 문화 개선을 위한 자유로운 의견을 올리는 제도였다. 박 부사장도 개인적 의견을 소탈하고 꾸밈없이 올리길 주저하자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한 관계자는 "당시 그 제도와 관련 글을 올리는 걸 보고 많은 직원들이 박 부사장을 격의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됐다"며 "좋은 친화력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요즘도 시간이 나면 임직원과 식사를 함께 한다. 전국 지방 대리점의 개업식, 간담회 등 대소사에 직접 찾아가 고충을 듣고 때로는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고 전해진다. 주량은 소주 두어병 정도를 거뜬히 마실만큼 세다고 알려져 있다. 술 자리를 빼는 일은 거의 없다.

부친 박삼구 회장은 경영에 매진하는 그에게 자주 "자산가가 되기 보다 기업가가 되라"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의 존재는 우리를 둘러싼 이해당사자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다"라는 말도 자주 한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는다. 큰 방향, 큰 관점에서 기업관과 가치관 등을 말하며 경영수업을 시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 '고토회복' 숙제

이런 그에게 요즘은 어려운 숙제가 주어져 있다. 채권단은 얼마전 약 80여곳의 잠재적 인수후보를 상대로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요약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발송했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7.48% 매각 절차의 시작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여서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 향방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10여곳의 자회사 오너가 한꺼번에 바뀔 수 있다. 부친과 함께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되찾아 올 예정이지만 자금마련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금호고속 재인수도 박세창 부사장이 부친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체 기업으로 그룹 자금사정 때문에 사모펀드(PEF)에 매각했고 현재 사모펀드가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점점 보폭을 넓히고 있는 박 부사장이 이런 숙제를 하나 둘 해결해 간다면 부친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설 시기도 머지 않았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 안팎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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