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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 장남, 늦깎이 등기이사 된 이유는 사조대림·씨푸드 등기이사로 최초 선임…유일한 후계자 돼서야 중용

이경주 기자공개 2015-03-04 08:22:00

이 기사는 2015년 03월 03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진우(사진)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38) 사조대림 기획실장이 올해 최초로 주요 상장계열사 등기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2006년 비상장계열사를 통해 경영수업을 시작한지 9년만이다. 동생 고 주제홍(34) 전 이사가 6년 앞서 상장계열사 등기이사가 된 것을 감안하면 한참 늦었다. 업계는 주 실장이 그동안 자신 몫의 회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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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보다 늦은 등기이사 선임…부진한 실적 때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조대림은 오는 2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주 실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사조씨푸드 역시 같은날 주 실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주 실장이 사조그룹 상장계열사 등기이사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실장은 지난 2006년은 비상장계열사인 사조인터내셔날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경영수업을 시작한 이후 사조C&F 등 비상장계열사에서만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지난 2012년 사조대림과 사조해표 기획팀장(부장)으로 입사해 상장계열사에서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등기이사는 아니었다.

반면 고 주제홍 전 이사는 형보다 4살 어리지만 지난 2009년 상장계열사인 사조오양의 등기이사가 됐다. 연세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한 주제홍 전 이사는 평소 씩씩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 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병대를 졸업해 수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제홍 전 이사는 지난해 7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출장 도중 추락사했다.

결과적으로 주 실장은 유일한 후계자가 돼서야 뒤늦게 등기이사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주 실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능력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현재 주 실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객관적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조인터내셔널 실적이다. 이 회사는 주 실장이 최대주주이자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비상장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선상식자재 및 참치미끼를 공급하는 업체로 주 실장 지분이 47.28%다.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그룹일감으로 매출을 올리지만 외부일감도 상당해 실적관리가 필요하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최근 3년 연속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사조인터내셔널 실적

사조인터내셔널은 매출이 2011년 543억원, 2012년 507억원, 2013년 370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내부거래액이 2011년 283억원, 2013년 28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는데도 매출만 크게 꺾인 것이다. 외부일감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그룹일감 의존도(내부거래비중)도 2011년 52%에서 2013년 75.7%로 급증했다. 사조인터내셔널을 맡긴 주 회장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성적표다.

◇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기이사 선임 의미는

늦어지긴 했지만 주 실장의 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기이사 선임은 주 회장이 주 실장을 완전히 후계자로 인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장남과 차남 모두 지분구도에서 배제돼 누가 가져갈 것인지 미궁에 있었다. 주 회장이 두 아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선을 그어놓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조그룹은 계열사간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배구조를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5개 상장계열사의 최대주주 위주로 관계를 정리하면 큰 줄기는 있다.

지배구조 상위 계열사는 그룹에서 가장 볼륨이 큰 사조산업이다. 사조산업은 매출 2위인 사조해표(20.92%)와 3위인 사조대림(35.41%), 4위인 사조씨푸드(64.99%)를 지배한다. 이중 사조대림은 다시 매출 5위 사조오양 지분을 20% 보유해 2대 주주다. 상호출자를 제외한 구조로 완전한 설명은 아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 지분 30.9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사조그룹지배구조도

이 5개사 중 사조대림과 사조오양은 장차남 누구도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곳이다.

반면 주 회장은 나머지 계열사 일부지분을 아들들에게 대등한 수준으로 나눠주며 서로 경쟁하도록 했다. 장남에게는 주력인 사조산업 지분을 차남보다 많이 나눠주고 사조해표 소수지분도 갖게 했다. 반면 차남은 상장계열사 한 곳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줘 균형을 맞췄다.

실제 장남은 사조산업 지분율이 1.87%로 고 차남(0.01%)보다 1.8%포인트 높고, 장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인터내셔널도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해 차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1.97%)보다 4%포인트 이상 앞선다. 반면 차남은 사조시스템즈가 사조오양 지분 22.47%(최대주주)를 보유해 상장계열사 한 곳을 직접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지분가치는 1년 전 만하더라도 10억 원 차이로 비슷했지만 사조산업 주가가 이후 두배 가까이 뛰며 현재는 100억 원 수준으로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주 회장은 장남은 숲을, 차남은 나무를 보는 역할을 맡기고 이후 경영평가를 통해 사조대림과 사조씨푸드의 주인을 가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계자가 장남으로 유일해지자 주 회장은 바로 사조대림과 사조씨푸드 사내이사를 장남에게 맡겼다. 미뤄뒀던 계열사에 대한 본격적인 승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사조그룹 관계자는 "오너일가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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