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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밸류'‥ 손정의가 착안한 쿠팡의 가치 한국의 아마존·알리바바 유력 후보로 낙점

이명관 기자/ 권일운 기자공개 2015-05-11 08:13:13

이 기사는 2015년 05월 09일 0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 설립 이후 5년 동안 단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해 누적 결손금만 1270억 원(한국 법인 기준)인 기업. 소프트뱅크는 이런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 원(소프트뱅크 투자분 10억달러 포함시) 넘게 본 근거는 무엇일까.

쿠팡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30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세콰이어캐피탈에게 1억 달러(약 1025억 원)를 투자 받으며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7개월 뒤에는 3억 달러(약 3322억 원)를 더 투자 받았다. 이때 블랙록이 주도한 컨소시엄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2조 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처음 쿠팡에 조 단위 밸류에이션을 적용햇다는 소식에 적잖은 벤처투자 업계와 IT업계 관계자들이 거품 논란을 제기했다. 하지만 쿠팡은 총 5억 달러의 자금으로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뒤 전자상거래 업계를 통틀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일 배송 서비스 덕분에 쿠팡은 소셜커머스 업계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성사된다면 외부 투자자 가운데서는 8번째로 쿠팡의 지분을 갖게 된다. 통상 벤처캐피탈 등에서 사용하는 영어 알파벳 순서에 따른 투자 차수 명명법을 따르면 '시리즈 H'에 해당한다. 소프트뱅크는 쿠팡 지분 100%의 가치를 최대 5조 원으로 평가하고, 1조 원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신규 투자해 20%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5조 원을 넘는 기업은 52곳(8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50곳은 유가증권시장 소속이며,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이 5조 원을 넘는 기업이 셀트리온과 다음카카오 뿐이다. 유통 업체 가운데서는 롯데쇼핑과 이마트 정도가 각각 8조 원과 6조 원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나 홈쇼핑 업체 가운데서는 쿠팡보다 시가총액이 큰 곳이 없다.

하지만 쿠팡을 '밑 빠진 독'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연간 매출액이 3500억 원에 육박하지만, 광고비를 비롯한 판관비와 신규사업 투자 비용 탓에 영업손실을 1200억 원이나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한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당연히 지난 수년간 유치한 5000억 원의 투자금도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이처럼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쿠팡에 소프트뱅크라는 세계적 IT 기업이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은 결국 성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웬만한 오프라인 상거래 업체를 능가하는 외형을 갖추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한국의 아마존, 알리바바가 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쿠팡을 점찍은 셈이다.

한 대기업 전략 담당자는 "중국 시장에서는 화장품만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면서 "유통의 무게중심이 웹과 모바일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특정 지역에서 이 흐름을 주도하는 업체라면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비전이 있는 유통업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쿠팡이 단순히 국내 1위 전자상거래 업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했다고 해서 5조 원이라는 가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재 쿠팡이 주력하고 있는 물류 사업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지역적 기반을 해외로 확장한다면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쿠팡 투자를 검토한 적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단순히 매출액과 이익이라는 실적 지표만 놓고 전자상거래 업체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도 "쿠팡이 제시한 비전과 이를 실행해 온 전철을 살펴봤을 때 수 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만 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투자 전문가는 "이미 알리바바 투자로 초대박을 터트렸던 손정의 회장이 단지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만 보고 쿠팡에 10억달러란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중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소셜커머스 시장 차원의 큰 그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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