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신세계·이마트, 신용차별..독자등급이 갈랐나? 높은 계열통합도, 한몸 기업 인식 희석…자체 재무구조 평가 '우선'

황철 기자공개 2015-05-28 09:30:41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6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유통업계 선두주자 신세계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2002년 이후 13년 만에 국내 대표기업이나 얻을 수 있는 AA+ 등급을 반납했다. 유통공룡 신세계그룹 주력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은 그 자체로 크레딧 시장의 빅 이벤트다.

이로써 사실상의 한몸 기업으로 인식되던 이마트와의 신용등급도 엇갈렸다. 신세계는 2011년 이마트와 분리했지만 통합경영을 표면에 내세워 왔다. 사업·재무적 전략을 공유하고 그룹 차원의 각종 투자부담도 상호간 조율로 진행해 왔다. 크레딧 시장에서 역시 두 기업의 신용위험에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받아들였다.

결국 이번 등급 하향 결정은 두 기업 간 계열 통합도가 예전보다 느슨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니면 평정 주체인 신평사가 이들을 완전히 다른 사업주체로 판단할 필요가 생겼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신세계 재무부담 확대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자체신용도(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따른 평가논리의 변화가 두 기업의 등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채무상환능력, 신용위험 이마트와 공유? 별개?

한국기업평가는 21일 정기평가에서 신세계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0로 낮췄다. 백화점 사업의 성장성 둔화와 2012년 센트럴시티 인수 과정에서 확대된 차입금 부담의 지속을 직접적 이유로 내세웠다. 최근 자산 매각과 영구채 발행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지만 한기평의 입장은 단호했다.

성숙기에 진입한 백화점 업태와 소비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익창출력 개선이 더딜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활동으로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평정 배경은 유통공룡 중 하나로 꼽히는 신세계그룹의 중심 기업을 AA+에서 끌어내리는 과감한 행보의 이유로 뭔가 부족해 보인다. 평정 배경은 수긍할 만한 대목이 많지만 '아무나 오를 수도, 그렇다고 쉽게 내리기도 어려운 AA+ 등급'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AA+ 신용도는 재무구조나 업황전망만 좋다고 받을 수 있는 등급이 아니다. 업종 내 1위, 국내 대표 기업에나 주어지는 초우량 신용도다.

신세계 신용등급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이마트 분리 당시에도 신용등급과 관련해 적잖은 이견이 존재했었다. 무엇보다 글로벌 평가사와 국내 크레딧 업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즉각적인 신용등급 강등에 나선 S&P와 달리 국내 평가업계의 반응은 다분히 우호적이었다. 국내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 등 시장 전문가 역시 이마트와 동일한 AA+ 유지에 힘을 실어 줬다. 이들은 "책임경영의 일환일 뿐 그룹 통합경영에 의해 신용위험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공통된 입장을 드러냈다. 이가은 견해는 적어도 이번 정기신용평가 이전까지 유효했다.

그러나 이번 한기평의 결정은 국내 신평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평가의 핵심 중 하나인 계열 통합도와 신용위험 공유 정도가 최고라고 볼만한 객관적 근거가 충분하냐는 것이다. 이는 곧 독자신용등급 공개에 앞서 자체적인 재무구조에 대한 엄격한 진단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평가방법론 등급 A, 최종 AA+로 노칭은 과도?

실제로 신세계는 재무적 측면에서만 보면 분할 당시부터 이마트와 같은 반열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매출·자산 구조에서 큰 차이가 났고 재무레버리지 수준도 높았다. 사업 환경과 영업현금창출력 역시 대형마트에 비해 백화점 부문의 둔화 속도가 더 빨랐다.

한기평의 평정 논리상으로 따져도 신세계의 등급 하향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평가방법론등급(Model Ratings)은 A급에 머물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AA급이다. 한기평은 모델등급에 사업다각화나 계열관계 등 기타요소를 반영해 자체신용도(Stand alone Ratings) 를 도출한다. 한기평은 평가방법론등급과 자체신용도의 차이를 최대 2노치(notch)로 제한하고 있다.

신세계가 최종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려면 A급(A+~A-)에 머문 평가방법론 등급에서 최소 3노치에서 최대 5노치에 달하는 가점을 받아야 한다. 평정의 기초인 평가방법론등급부터 모든 부분에서 최고 수준의 노칭(Notching)이 진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평가방법론 등급이 A급 내에서 가장 높은 A+이고, 기타평가요소를 최대한 반영해 자체신용등급을 두 노치 높은 AA0로 올려 잡아야 한다. 여기에 이마트 등 계열 지원 가능성 1 노치를 가산해야 가능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 신세계 재무구조와 저하된 사업안정성을 감안하면 이같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모델 등급이 A급인 기업의 최종신용등급을 최고 우량도나 다름없는 AA+까지 올려잡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과거 분할 당시 S&P가 국내 신평사와 달리 신세계의 신용등급을 곧바로 강등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채무상환능력에 큰 변화가 있는 지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신세계의 재무능력이 이마트에 비해 부족한 것은 분명하고,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확대 등의 과정을 보면 통합경영의 의미도 점점 희석되고 있어 자체신용도 공개를 앞두고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에 대한 평가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