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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실패 사례도 많다 ['엘리엇' 리포트]⑤프랑스 APRR 투자로 벌금형…악텔리온·내셔널 익스프레스 주총 패배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23 08:48:00

[편집자주]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안을 반대하고 나서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엘리엇의 궁극적 노림수는 무엇일까. 소수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행동주의 투자가'인가. 아니면 단순 '기업사냥꾼'에 불과할까.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은 엘리엇의 과거 투자사례 및 재계·IB업계·외신 등의 시각을 통해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2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폴 싱어에 의해 1977년 설립된 이후 투자대상에 대한 집요함,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공세 등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며 숱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모든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미다스의 손'이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법이라 엘리엇 역시 체면을 구긴 속 쓰린 투자실패 경험을 갖고 있다.

엘리엇이 투자활동에서 오점을 남긴 대표적 사례들은 프랑스 금융당국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은 APRR 투자 건과 주총 대결서 패배해 발을 뺀 스위스 악텔리온과 영국 내셔널 익스프레스 투자 등이 꼽힌다.

◇프랑스 APRR, 시장 조작·내부자 거래로 200억 벌금형

엘리엇은 프랑스 정부가 2005년 12월 프랑스와 호주의 합작기업인 Eiffarie에 프랑스 고속도로 운영사인 'APRR' 주식 70%를 매각하자 이를 투자기회를 보고 APRR 주식 매입에 나섰다.

Eiffarie는 2006년 봄까지 APRR 지분 81%를 취득했으나, 이는 프랑스 법률에 규정된 상장폐지 기준 95%에 한참 못 미치는 지분율이었다. 엘리엇은 Eiffarie가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을 살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해 본인들의 보유지분을 인수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Eiffarie는 결국 2010년 6월 시장 거래가격보다 높은 조건에 엘리엇이 보유한 APRR 주식을 인수했다.

이 거래에 대해 프랑스 금융감독 당국은 엘리엇 설립자인 폴 싱어의 아들이 이끌고 있는 엘리엇 런던 지사가 Eiffarie와 엘리엇 본사 간의 비공개 논의 등을 공유했고, 이를 이용해 시장을 조작하고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2014년 4월 엘리엇 본사와 런던 지사를 기소했다.

프랑스 금융당국은 2014년 5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엘리엇 본사와 런던 지사에 각각 8백만 유로(약 100억 원), 총 1600만 유로(약 200억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여 왔던 엘리엇에게 금융 범죄자란 낙인이 붙게 된 사건이다.

◇스위스 악텔리온, 주총서 완패

엘리엇은 2010년 말 스위스 생명공학기업인 악텔리온(Actelion)의 주식을 사들인 후 악텔리온 CEO와 이사회 구성원들의 퇴진을 요구했으며 특별 위원회를 구성해 기업 매각을 추진하려 했다.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보호 시스템 역시 제거하고자 했다.

엘리엇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주총회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추진했다. 또 악텔리온 CEO 개인에 대한 음해는 물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와 의견이 담긴 백서 등을 발행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악텔리온은 이사회의 독립적 구조 및 전문성, 기업 지배구조 등을 정리한 서한을 엘리엇에 보내는 한편 이사회 및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상세한 내역이 담긴 백서를 출간했다. 또 2명의 이사회 멤버를 새로 선출하고 회장을 신규 선임했다.

회사의 이 같은 대응을 지켜본 악텔리온 주주들은 주총에서 회사 측이 추천한 이사회 멤버들을 승인하고, 반대로 엘리엇의 제안은 모두 거절했다. 주총서 완패한 엘리엇은 결국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악텔리온에서 손을 뗐다.

◇영국 내셔널 익스프레스, 위임장 대결 패배

엘리엇은 2011년 2월 영국의 운송기업인 내셔널 익스프레스(National Express) 지분 19%를 인수한 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 매각을 주장하고 나섰다. 내셔널 익스프레스 경영진에게는 이사회 멤버 3명을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물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고, 주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내셔널 익스프레스 경영진은 광범위한 로드쇼를 통해 투자자 및 소액주주들과 소통하고 기업 백서를 발간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엘리엇에 대응했다.

회사의 이 같은 노력은 내셔널 익스프레스 주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엘리엇은 결국 위임장 대결(Proxy Fight)에서 패배했다. 주총 패배 후 엘리엇은 회사 경영진과 지분 정리를 위한 휴지기를 갖기로 합의했고 얼마 뒤 내셔널 익스프레스에서 철수했다.

2015년 엘리엇의 타깃은 삼성물산이다. 출범 후 40년 가까이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성공과 실패 역사를 써 온 엘리엇의 한국 공격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을 겨냥했다.

두 거인의 승패는 누가 주주들의 마음을 얻느냐에 달려있다. 준비는 끝났고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연 엘리엇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 아니면 영국 내셔널 익스프레스 사례처럼 실패 역사를 한 번 더 쓰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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