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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 사장, 美 ISS 방문 철회한 속내는 합병 설득 '컨퍼런스 콜' 대체, 소액주주 결집 등 우려 '물밑 행보'

길진홍 기자공개 2015-07-01 08:29:01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9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에 안 가는 것인가, 아니면 못 가는 것인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을 결의한 삼성물산 이사진을 정면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최치훈 사장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방문을 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은 최근 대외 창구를 통해 "지난 19일 컨퍼런스 콜을 열고 ISS 측에 합병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며 "CEO 등의 경영진이 미국 본사를 별도로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당초 외부에는 최치훈 사장과 상사부문 김 신 사장 등이 ISS를 직접 방문해 합병 당위성을 알리고,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같은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삼성물산은 컨퍼런스 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24일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합병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입장을 대신했다.

이사회 결의에서 밝힌 대로 삼성물산의 가치 증대로 주주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번 합병비율이 산정됐음을 알리는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의사 전달이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했고, 엘리엇이 날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보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외국인 주주와 국민연금 표심을 잡고 있는 ISS와 대면을 전화로 대체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주요 경영진이 내달 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면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사장은 엘리엇과 분쟁이 불거진 뒤로 홍콩으로 날아가 합병 당위성을 알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자칫 외부에 '주주평등'을 훼손하는 일로 비춰질 수 있다. 소액주주 반발로 주주간 결집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최 사장은 최근 외부 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의 날' 기념행사 때도 박근혜 대통령이 퇴장하자 이어 황급히 자리를 떴다.

경영진의 움직임이 향후 엘리엇에 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된 대표이사는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해 개별 주주를 만나고, 설득할 수 있다. 회사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질 경우는 법률적인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다만 특정 주주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또 이사회 결의 내용을 벗어난 제안을 해서도 안된다.

이를 우려해 삼성물산은 외국인 주주와 ISS 등을 접촉하기 전에 치밀한 법률 검토를 거쳤다. 그룹 차원에서 이번 분쟁에 대해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주주 위임장 확보 경쟁에 들어가면서 이같은 법률 이슈는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엘리엇 카드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표대결 전까지 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다수가 몸을 낮추고, 물밑 접촉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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