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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난데없는 '구글 피인수설' 왜 나왔나 실적부진에 주가 저평가, 사업적 동맹관계 등이 루머 만들어

정호창 기자공개 2015-07-24 08:51: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3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최근 증권가에서 수모와 굴욕을 겪고 있다. 주가는 연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추락하고 있고, 재벌그룹 핵심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해외기업 피인수설 루머의 주인공이 되는 망신을 당했다.

올해 들어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당분간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증시의 시선이 차가운데다, 구글과 긴밀히 형성하고 있는 사업적 파트너 관계 등이 시장의 오해와 억측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주가는 지난 22일 장중 등락폭이 18%에 가까운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증시에 구글이 LG전자 지분 35%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태로 인수해 LG그룹 지주사 ㈜LG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를 것이란 소문이 떠돈 탓이다.

LG전자가 즉각 부인하며 '루머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놔 사태가 일단락되긴 했으나 시장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한 셈이다. 중소·중견기업도 아니고 재계순위 4위 재벌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가전기업이 시세차익을 노린 증권가 헛소문의 대상이 됐다는 자체가 수치인데다, LG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됐기 때문이다.

LG전자가 난데없는 피인수설에 휩싸이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주가가 꼽힌다. 현재 LG전자의 시가총액은 7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37조 2536억 원)과 자기자본(12조 7241억 원) 규모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기업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위와 인지도도 상위권에 속하는 업체임을 감안하면 몸값이 지나치게 낮은 셈이다. 현 시세 기준 약 2조 6000억 원 가량의 자금만 투자하면 루머에 언급된 것처럼 35% 지분을 인수해 LG전자 최대주주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증시에서 이렇듯 저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올 들어 실적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신흥국 환율 급변 등에 따른 영향으로 주력 사업부 중 하나인 HE부문서 올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고전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은 305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에 비해 36% 이상 감소했다.

증권가 등에서는 LG전자가 2분기에도 1분기와 유사한 3300억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쳐 실적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전망대로라면 2분기 영업이익의 전년 동기 대비 하락폭은 45% 이상으로 확대된다.

LG전자를 인수할 기업으로 '구글'이 거론되는 이유는 그동안 양사가 긴밀한 사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온데다, IT업계의 변화 초점이 사물인터넷(IoT)에 맞춰지고 있어 구글이 종합전자업체 인수를 희망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스마트 TV에도 구글의 플랫폼을 적용하는 등 삼성전자와 달리 구글과의 동맹 관계를 날로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5'의 제조를 담당했으며 올 하반기 출시될 차세대 레퍼런스폰의 생산과 공급도 담당할 예정이다.

글로벌 IT업계의 차세대 사업 중심축은 사물인터넷(IoT)에 집중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촉발된 IT업계의 혁신 물결이 IoT를 통해 모든 전자기기와 생활도구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는데 성공한 구글 역시 IoT 사업 육성과 플랫폼 확대에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IT업계 일각에서는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가 IoT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종합가전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OS의 헤게모니를 잃은 탓에 구글과 애플에 굴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IoT 시장에선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타이젠' 운영체제를 구축해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과 애플 등의 플랫폼 기업은 하드웨어 제조설비와 기술 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그들의 OS를 채택하지 않으면 IoT 시장의 패권을 쥐기가 어렵다. 전자업계의 협력과 노하우 접목 없이는 TV,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 각종 기기를 연결하는 IoT 플랫폼 구현과 생태계 구축 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분석과 시각 때문에 IT업계 일각에선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듯 IoT 사업을 위해 종합가전업체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번 LG전자 인수설도 이 같은 전망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게 국내 증권가와 전자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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