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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료 차등평가 제도의 부작용 [thebell note]

윤 동 기자공개 2015-09-07 09:36:59

이 기사는 2015년 09월 03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이하 징역과 2000만 원 이하 벌금'

예금보험료 차등평가에 대해서 취재하면서 "알려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가장 많이 들었던 예금자보호법의 조항이다.

해당 법조문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금융기관과 그 임직원(전 임직원 포함)이 차등보험료율에 관한 내용을 광고에 활용할 경우, 혹은 해당 금융사 임직원 외 일반인에게 공개하거나 누설할 경우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금융사 사람 외에는 평가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법조문의 취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좋은 의도로 각 금융사의 재무상태를 평가하고 있는데, 우수한 등급을 받은 금융사들이 이를 홍보·판촉활동에 사용할 경우 취지가 퇴색될 수 있는 탓이다. 동시에 나쁜 평가를 받은 금융사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하지만 필요한 조항인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법률에 못박으면서 오히려 부작용만 커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례로 예보료 차등평가보다 더 오래됐고 평가항목도 다양한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RAAS)도 매뉴얼 상 비밀엄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이를 어긴다해도 법률에 근거해 제재를 내리지는 않는다.

이는 예보보다 못한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평가를 받은 보험업계 사람들의 공통적인 목소리가 모아져 금감원에까지 알려지는 시스템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언로(言路)를 열어준 격이돼 건전한 비판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금감원 경영실태평가는 2012년 본격시행된 이후 2~3년 마다 평가방식을 수정해 평가의 질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예보의 방식은 이런 건전한 비판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그렇다고 법조문이 외부공개 금지를 철저하게 막고 있느냐고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애초에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 금융사의 재무상황까지 일일이 알아보고 가입하는 고객은 흔치 않다. 일반 고객에게 경영실태평가니 예보료 차등평가니 말해주어도 다른 세계의 일일 뿐이다.

물론 깊은 관심을 보일 고객도 있다. 금융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아는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그러나 이런 업계 종사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법을 어기지 않고도 차등평가 등급을 알아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예보료 차등평가 결과는 타 금융사에 공개되지 않으나 등급 판정의 기준이 되는 세부지표들은 대부분 공개된 상황이다. 세부지표를 구하기도 쉽기 때문에 모아서 역산해보면 어떤 회사가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대부분 추측할 수 있다. 실제 금융사 지표관리 실무자들은 다른 회사에 물어보지도 않고도 누가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거의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결국 이 규정은 비밀유지라는 제역할도 못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건전한 비판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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